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해마다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남한에서 탈북자의 한 달 평균임금은 147만원, 1300달러 정도 됩니다.
남한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3분의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많은 탈북자 분들이 진로 고민을 하잖아요. 선생님은 지금의 전문상담사가 되기까지 어떤 고민을 하셨을지 궁금해요.
마순희: 한국에 입국했을 때 제 나이가 쉰 세 살이었어요. 젊은 사람들도 취직하기 힘들다는데 이 나이에 무슨 일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답니다. 3-4년이 지나서 조금 안착이 된 후에야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렇게 단순노동으로 살아야할지 진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사실 하나원 교육 시에 진로를 위한 적성검사를 하거든요. 그 때 저에게 가장 맞는 직업이 사회복지사, 상담사 등이었는데 사회복지사가 되려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120시간의 실습을 거쳐서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는 거라 저한테는 무리라고 생각을 했죠. 당장 먹고 살기위해 일을 해야 하는데 대학공부가 가당키나 한 거겠어요?
이예진: 많은 탈북자들이 그렇게 생각하시죠.
마순희: 네. 그렇죠. 그런데 제가 민간단체에 취직을 하고 국립의료원 상담실에서 근무하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제가 맡은 업무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근무했지만 제가 모르는 것이 많아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상담해주고 안내해주는 그분들에게도 더 합리적이고 더 효율적인 도움을 드리는데 지장이 된다면 그것은 더욱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대한민국의 사회복지에 대하여 그리고 상담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중의 하나가 누구나 마음껏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들처럼 일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사이버대학이나 야간대학 같은 것들이 많아서 배우자고 결심만 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예진: 일해야 하는 분들은 일하는 시간 외에 할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는 사이버대학이나 일마치고 저녁 시간대에 다니는 야간대학이 있죠. 꾸준히 잘 다닐 수 있느냐가 문제지, 남한에선 마음만 먹으면 대학교는 언제든 갈 수 있잖아요.
마순희: 네. 북한에서 저는 출신성분이 안 좋다고 남들이 거의 다 가는 고등농업학교 조차 입학을 거부당하였던, 배움에 있어서 한이 맺혔던 사람인지라 꼭 대학공부를 하고 싶었었습니다. 그래서 늦은 나이인 예순 살 환갑나이에 대학에 입학하여 만학도로 공부를 시작했죠.
많은 분들이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는가고 물었습니다.
이예진: 저도 물었던 것 같네요.
마순희: 네.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하나하나 배워가는 기쁨이 더 컸었다고 대답하군 합니다. 대학공부는 물론 심리상담사, 미술치료사, 이혼전문상담사, 인성지도사자격증 등 많은 과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2년 전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 현직에서 일하다가도 퇴직하는 나이가 한참지난 60대 중반에 새로 취직할 수 있게 된 것도 저의 맡은 일에 대한 책임성과 열성 뿐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계발의 노력 때문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제 자랑같이 들려서 면구스럽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한국에 와서 그렇게 열심히 배우고 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일하는 분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오라는 곳도 많은 것 같아요. 선생님처럼 말이죠. 그렇게 나이 들어서도 대학공부부터 시작해 한 분야에 몰두해 자기만의 실력으로 몸보다 머리로, 또 마음으로 일하는 분들도 많으시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항상 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탈북자 부부 박사로 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분도 저희와 하나원에서 함께 생활했고 또 한 동네에서 살고 있거든요.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탈북자 출신 박사들도 2014년 3월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14명인데 2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더 많겠죠. 당시까지는 남성이 8명, 여성이 6명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나이 들어서도 다시 공부를 하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회복지사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들 중에는 60-70대도 많은데요. 작년에 제가 제주도에 가서 만났던 60대의 한 여성도 통일이 되면 북한 평양에 큰 복지관을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하면서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로 열심히 일하고, 또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이예진: 요즘엔 탈북자들의 적성 찾기부터 직업교육까지 사회적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당장 어떤 일이든 돈부터 벌어야겠다는 탈북자들이 아직도 많잖아요. 말 나온 김에 탈북자들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면, 그러니까 전문분야에서 성공을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선생님의 비법 좀 알려주세요.
마순희: 말씀하신 것처럼 사회에 나와서 당장 돈이 필요한 분들은 어쩔 수 없이 단순노동으로부터 시작하여 힘든 일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당장 브로커 비용이 급하다든가 중국이나 북한에 두고 온 식구들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취업훈련 과정을 포기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겁니다. 그래도 급한 불부터 일단 끈 다음에는 자신의 진로를 잘 계획하고 차근차근 인생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생이라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기적인 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서 하나하나 준비해 나간다면 반드시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가 알아주고 선택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과 함께 자신에 대해 알리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번에 절실히 느꼈는데요. 사실 60대 중반에 정년퇴직하고 집에 있는 저에게 새로운 일자리에 취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퇴직 후 동 주민센터의 자활근로나 여성일자리센터 등에도 구직등록을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여가활동으로 참가하는 합창단 연습을 하면서 지금 취직한 여인지사 대표님께도 제 사정을 말씀드렸죠. 그분들은 아직도 제가 남북하나재단 상담사라로 근무하는 줄 아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퇴직을 하고 새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 아직 건강하니까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린 것이 작년 8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여성 상담실을 새로 내오게 되자 대표님께서 제 이름이 제일 먼저 떠오른 거죠. 제가 부탁을 드리지 않았다면 아마 생각도 못하실 수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느 때 어떤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부단히 키워 나가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욕구를 알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원하는 일을 하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힘들게 노력을 하는 것도 일단은 자신이 하고 싶고, 잘 하고, 재미가 있어야 가능할 거 같아요.
마순희: 그래서 적성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 하나원에서부터의 교육을 시간 때우기 식으로 허투루 듣지 말고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면서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 처음 적성검사를 받게 됩니다. 북한에서는 전혀 해본 적도 없이 그냥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노동현장에 배치 받는 식의 취업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고 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성 검사야 말로 눈앞의 현실이나 형편이 아니라 자신의 일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취직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오랫동안 해도 지겹지 않고 의무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필요로 해서 즐기면서 하는 일이 되어야 일생이 즐거워지는 것이니까요. 첫 시작은 두려울 수 있지만 회사생활에 적응되면 집에 있는 것이 지겨웠었다고 생각이 될 때가 올 거라고 믿고 싶은 것이 저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지금 당장 다만 얼마라도 손에 돈을 쥐어야한다는 생각보다 조금 더 나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지금은 자기 자신에게 더 투자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