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성공과 실패의 기준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 가운데에는 북한에서 배워 익숙한 일로 한국에서 성공하기도 하지만 익숙한 일이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농사가 그렇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귀농하는 탈북자들의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뭘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봄 되고 하니 아무래도 귀농 관련 문의가 많은가 보네요.

마순희: 네. 제가 며칠 전에 전화를 받은 내용인데요. 전라북도 익산에 살고 있는 한 탈북여성의 전화였는데요. 같은 북한출신인 남편과 함께 지금 농촌에서 온실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습니다. 3년 정도 서울에서 맞벌이로 회사를 다니면서 자금을 모아서 지금은 하우스 몇 동을 짓고 농사를 짓고 있는데 2년 정도 일하다보니 경험도 생기고 판로도 걱정을 거의 안 해도 되고 지역의 주민들과도 많이 친해져서 살아가는데 큰 불편은 없다고 합니다.

재단에서 나온 영농정착지원에 대한 공지를 보고 기뻐서 전화한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그 동안 농사일에만 열중하다보니 지원재단에 대해 전혀 관심도 가지지 않았었는데 몇 달 전에 친구들과 만나서 영농지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자금만 좀 더 있으면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도 시도할 수 없었는데 이젠 지원이 가능할 것 같아서 희망을 가지고 전화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여성분에게 지원재단의 영농지원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 담당자와 연결해 드렸습니다. 정말 지원재단의 영농지원이 농촌에 뿌리내리고 있는 귀농희망자들에게 힘이 되고 희망이 된다고 생각하니 제 일처럼 기쁨을 느끼게 되더군요.

또 어떤 분들은 재단의 영농정착지원공지가 나오자 왜 금년에는 새로 귀농이나 영농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지원도 없는지 불평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영농지원정책은 해마다 똑같을 수가 없고 사업을 해 보면서 불합리한 점들은 보완하면서 새롭게 발전해 나간다고 설명을 합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귀농이나 영농 사업은 아무 경험 없이 바로 시작했다가 실패할 수 있으니까 새로 시작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없는 거군요.

마순희: 네. 그렇죠. 영농 지원 사업이 어떻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전해 오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해드리기도 한답니다. 실제로 농촌에서 무엇인가를 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의 지원 사업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해 드리는 거죠.

이예진: 북한이나 중국에서 농사를 지어본 탈북자들이 특히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농사를 지어보려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요. 성공하신 분들도 많이 계신가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저희 남북하나재단에서 발간하는 동포사랑 잡지 아시죠? 거기에는 매 호마다 창업이나 영농에 성공하신 사례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그 분들의 사례를 접하고 직접 경험을 듣고 싶다면서 연락처를 물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한 고향분이라면서 반가워하는 분들도 계셨고요.

이번 3월 호는 50회 특집이라 그 동안 정착 성공 사례로 동포사랑에 소개되었던 분들의 이야기가 여러 건 기재되었는데요. 중국에서 9년 동안 농촌에서 살면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서 호박이나 옥수수 같은 작물을 심어서 귀농에 성공한 한 여성의 이야기와 전남의 한 지역에서 이장으로 영농법인 대표로 거듭난 한 탈북여성의 성공이야기도 실렸었는데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외에도 강원도의 한 산간농촌마을에서 고사리재배에 성공한 탈북남성과 오리 목장을 만들어 수만 마리의 오리를 키우고 있는 진도의 한 탈북자 부부는 제가 잘 알고 있는 분들이기도 하답니다. 작년에는 지방에서 온실 딸기농사를 하시는 분이 직접 수확한 딸기를 들고 재단에 찾아오셔서 저희들까지 맛있게 먹었던 일도 있습니다.

이예진: 요즘엔 농민이 수확한 농산물을 상인들에게 넘기는 중간 유통 구조를 거치지 않고 시민들에게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아 직접 판매하거나 농장 체험 등 시민들이 농장을 찾아 농사체험을 하는 행사도 많이 있거든요. 탈북자들도 이런 제도들을 좀 활용하는지도 궁금하네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TV나 인터넷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분들도 많은데 덕분에 유통이나 판매 등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도 국회나 남북하나재단의 어울림마당 행사 때에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사업하고 있는 업체들의 제품들과 직접 키운 농산물들을 판매할 수 있도록 조건과 장소를 제공해 주어서 많은 제품들을 판매할 수 있었고 또 저희들도 구매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회에 서로 연락처들을 주고받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주문하여 택배로 물건을 받아 이용하고 있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요즘 탈북자들이 관심을 갖는 농업 종목은 어떤 것들이 있던가요?

마순희: 각자 자신의 능력과 선호도에 따라서 선택하는 종목들이 다양하긴 합니다만 많은 분들이 하고 있고 또 하고 싶어 하는 종목들도 있습니다. 저희 윗집에 살고 있는 부부는 진도에서 큰 규모로 오리 목장을 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출가한 딸네도 오리 사육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제가 아는 바로도 충남이나 강원도 지방들에서도 오리 사육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외에 고사리나 약초재배 혹은 딸기농가도 있고 충북의 한 여성은 북한이나 중국에서만 심는다고 알려진 영채라는 품종을 한국에서 기르는데 성공하여 작년에도 어울림마당 행사 때에 영채김치를 판매하더라고요. 영농도 역시 자신이 접해 보고 또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예진: 아무래도 잘 알고 있는 걸 시작하는 게 또 나을 수 있죠. 정착을 넘어서 귀농으로 성공하신 탈북자들도 있지만 아직 북한과 다른 농업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마순희: 귀농도 역시 쉽지만은 않습니다. 특별히 영농의 꿈을 가지고 시작하기보다는 경쟁으로 혹은 복잡한 도시생활을 벗어나서 농촌에서 좀 편하고 쉽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귀농을 문의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안산에 살고 있다는 한 여성도 귀농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 지원이 있는지 문의전화가 왔었습니다.

귀농을 하면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가족들은 어떻게 되는지 농촌에서 일해 본 경험이나 기술은 있는지 등 자세히 물어보았더니 북한에서는 농촌에서 살다가 도시로 시집을 간 후에는 농촌에 살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탈북하여 중국의 한 농촌에서 3-4년을 살았고 지금 한국에서는 세 살 난 아기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농촌에 가서 어떤 일을 하겠다는 특별한 계획은 없는데 그냥 일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 주택을 반납하고 농촌, 그것도 산골에 가고 싶은데 거기 가면 주택을 받을 수 있는지, 의료급여와 생계비는 유지되는지 등등 많은 내용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섣불리 주택을 반납하면 다시 주택을 받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설명해주었죠. 더구나 애까지 데리고 농촌에 가면 어려움이 적지 않을 거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도시에는 어린이집들이 가는 곳마다 있어서 애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할 수 있지만 웬만한 곳이 아니고 지금 요구하는 시골 같은 곳에서 애를 어디에 맡기고 무슨 일을 혼자서 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 보도록 상담해 주었습니다. 지금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어 모든 일이 낯설고 힘들게만 느껴진다는 그 분에게 지역의 하나센터와 전문상담사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 그분들의 상담과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드렸습니다.

이예진: 북한에서 와서 낯선 도시에서 산다는 게 힘들다보니까 예전에 살았던 고향 느낌이 나는 농촌에 가서 좀 편히 살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데 무작정 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는 거잖아요. 그러다 실패하는 경우도 많고 말이죠.

마순희: 네. 제가 잘 알고 있는 50대 초반의 남성의 경우에는 흑염소를 키워보겠다고 집을 반납하고 노모까지 모시고 농촌에 내려갔다가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한두 마리의 염소를 키워본 경험과 도 농업간부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믿고 욕망 하나로 시작한 귀농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겁니다.

더구나 함께 내려간 노모는 도시에 비해서는 좀 힘든 생활조건으로 건강이 안 좋아지셨고 지금은 요양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가끔 그 남성분은 술이라도 한 잔한 날이면 속상하다고 전화가 옵니다. 자기가 생각을 잘못해서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라고, 그러면서도 어떡해서든지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말로 전화를 마무리합니다.

저는 지금의 영농 정착 지원처럼 실습을 하여 자신이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농촌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지 실제 체험을 해보고 시작했더라면 그분처럼 시행착오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이 원하는 성공, 그 필수조건은 넘치는 의욕보다는 꼼꼼한 준비와 공부, 다양한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