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는 목적에 따라 다른 은행 수십 개가 있습니다. 외국계 은행의 수는 더 많이 들어와 있고요. 사람들은 자신의 자금사정이나 가계상황 등에 따라 원하는 은행, 원하는 목적의 통장을 다수 만들어 사용합니다. 아마도 목적은 목돈을 모으는 거겠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은행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최근 한국에서는 대출이자, 그러니까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면서 받는 이자율이 1, 2%대로 낮아져서 여유가 좀 있는 사람들은 대출 받아 집을 사서 다른 사람에게 집을 빌려주는 빚테크, 그러니까 빚을 내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탈북자들도 가끔은 이렇게 집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을까요?
마순희: 저도 지금 빚테크라는 말을 처음 들어 보는데 생각해 보니 말이 되는군요.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으면 이득이 되기는 하겠네요. 하지만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 대다수가 경제지식에 약한 편이라서 그렇게 빚테크를 할 정도로 은행대출을 이용할 사람이 있을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특히 대출을 받자면 즉 은행에서 돈을 빌리자면 신용등급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한다든지 혹은 등급에 따라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더라고요. 저희들 같은 경우에는 가진 재산도 별로 없고 또 신용이 높고 낮음을 떠나서 금융거래 자체가 없이 처음으로 통장을 개통하게 된 거잖아요? 그러니 은행들에서 보증할 만한 게 있어야 대출을 해 주죠. 사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는 인터넷 가입도 잘 안 되어서 애를 먹은 적도 있었거든요. 대부분 한국에 도착해서 하나원 교육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경제지식을 특히 은행 이용방법 등을 배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부터 경제에 대해서 잘 배웠다든지 해외에서 대외무역 같은 분야에 종사하다가 탈북했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서로 다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은행대출 같은 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관심도 없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아무래도 남한에서와 북한에서의 경제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더 무관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물론 북한도 지금은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는 듣고 있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에는 북한에서 경제에 대해 거의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경제전문학교들에서나 배우는 것이기에 일반 주민들이 배울 기회도 없었지만 또 그것이 특별히 필요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네요. 경제가 어려워지기 이전에도 직장에 다니면서 노임을 받거나 혹은 농촌에서 결산분배를 받아서 돈이 생겼다 하면 고작해야 저금소에 저금하는 정도로밖에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자기가 필요할 때에 돈을 찾으려면 은행에 잔고가 없어서 못 준다고 하여 저금소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무엇이라도 찔러주고, 뇌물을 주었다고 해야 할까요? 하여튼 그렇게 하고 겨우 얼마를 찾는 정도가 되다보니 저금소에 저금하기보다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겼습니다. 북한에서는 모든 것이 국가의 계획경제다보니 일반 노동자나 농민들은 시키는 일을 하고 노임을 받거나 분배를 받으면 되는 것으로, 구태여 경제지식이 없어도 무난히 살아갔다고 봐야겠죠. 제 돈을 맡기고 찾을 수 없어도 그냥 저금소에 돈이 없어서 안 준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돈을 쓰지 못하면서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이예진: 은행의 기능이란 게 돈을 저축하는 예금 업무는 물론이고 돈을 빌려주거나 수도세나 전기세 등을 납부하는 공과금 수납업무, 신용카드 업무, 화폐 교환, 외환업무 등을 하는 거잖아요. 북한에선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봐야겠네요.
마순희: 그렇죠. 그래도 그나마 경제나 돈에 대해서 많이 머리를 쓰고 활용하게 된 것이 아마도 미공급으로 나라사정이 어려워진 이후가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요. 일반 서민들이 시장 즉 장마당을 통해서 생계를 해결하고 모든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게 되면서부터 물건 값이나 돈의 가치, 그리고 경제상황에 따른 물건이나 쌀값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일하고 노임과 배급을 받으면서 살 때에는 경제지식이 하등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그런 것은 노임을 계산하거나 결산분배를 준비하는 실무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일반주민들이 경제지식을 안다고 하여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기에 마찬가지였겠지요.
이예진: 그렇군요. 그렇다면 한국에 와서 경제 개념에 대해 배우기는 하나요?
마순희: 그렇죠. 우리 탈북자들이 처음 대한민국에 입국해서 3개월간 하나원에서 사회적응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아시잖아요? 그 교육과정이 정서안정과 건강증진, 우리사회의 이해증진, 진로지도 및 직업적응훈련, 그리고 초기정착지원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되는데요.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증진 교육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생활법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하여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직접 교육생들에게 일정한 금액을 나누어주고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서 체험해 보게도 한답니다. 그리고 은행 이용하는 법을 비롯하여 경제지식에 대하여 배우게 되지만 실제로 현장을 모르는 우리들에게 그 교육내용을 다 알기는 어렵더라고요. 은행상품이나 대출상품, 보험 상품, 거기에 재테크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기는 하는데 뭐가 뭔지 전혀 감이 안 오는 거죠.
이예진: 그렇죠. 듣기만해선 감이 잘 안 오죠. 그럼 일단 처음 백화점이나 시장, 은행에 갔을 때 탈북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나 당황스러웠던 경험은 어떤 게 있을까요?
마순희: 잘 모르면 물어보면서 할 수도 있지만 아시는 것처럼 말투가 다르니까 사람들이 다 자기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물어보기를 꺼린답니다. 그리고 물어보는 것도 대충은 뭘 알아야 할 것인데 전혀 처음 접했을 때에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물어볼 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참 우스운 이야기가 있는데 북한에서는 농담 삼아 하는 말이 물건을 살 때에는 무조건 깎아서 사야지 달라는 대로 주고 사면 뭔가 모자란 사람 취급을 당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 습관이 있어서 시장이 아닌 백화점에서 물건 값을 깎아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저희들도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친구는 처음 나와서 대형 상점에 물건사러 갔다가 집 방향으로 나오는 문을 찾지 못해서 엄청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이예진: 상점이 너무 크죠.
마순희: 동네의 마트라고 해도 얼마나 넓고 물건들이 많은지 처음에 와서는 북한의 어느 종합상점보다 더 크고 멋있다고 느꼈었습니다. 그러기에 문을 못 찾았다는 말이 실감이 되더라고요. 시장에서 장을 보고도 집에까지 무료로 배달이 되는 줄도 모르고 양손에 무겁게 들고 힘들게 집으로 오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냥 물건을 다 산 다음에 주소를 적어 주고 집으로 오면 조금 있으면 물건이 배달이 되어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동네 상점에서 쌀을 사도 무겁게 지고 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찹쌀, 백미, 현미, 보리쌀 아무거나 전화만 하면 즉시에 집에 배달이 됩니다. 아마 선생님들처럼 나서부터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시던 분들은 그런 서비스가 얼마나 고맙고 편한 것인지 잘 느끼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정말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현실인거죠.
이예진: 저도 이제부터 감사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탈북자들의 은행활용부터 재테크, 빚테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면 성공하고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지 살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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