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매년 4월 2일은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입니다. 지난 2007년 UN에서 만장일치로 선언되었는데요. 자폐는 발달 장애의 하나로 어려서부터 언어표현이나 이해가 부족하며 정신적으로 자기 세계에 갇혀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자폐증 인식의 날은 자폐성 장애의 조기 진단과 대응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됐는데요.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아동과 청소년의 심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시는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해 취약계층 아동을 상대로 무료 심리검사를 시작했고요. 충남도에서는 미술과 놀이치료 등 심리치료를 통해 정서가 불안하거나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 청소년의 마음은 어떤지 들여다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말하기 어려운 자신의 마음상태를 그림으로 읽어볼 텐데요. 오늘은 청소년의 그림을 보면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아무래도 지난 시간에 말씀하신 것처럼 어른들보다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청소년들의 그림에 나타나는 특징 같은 것이 있을까요?
전진용: 일단 청소년이라고 해서 그림에 성인과 다른 특징이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림 검사 자체가 자신이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없을 때 그림을 통해 감정을 알아보는 것이니만큼 청소년이나 아동이 표현하기 어려운 세세한 감정을 그림을 통해 보조적으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소년이나 그 이하 유아로 갈수록 그림검사가 직접적인 면담보다는 훨씬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예진: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그림에서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좀 더 알 수 있을까요?
전진용: 그림 검사에서 동성과 이성의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여성그림은 어머니를, 여성의 입장은 남성그림이 아버지를 상징할 수도 있어서 부모님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네. 그럼 지난 시간처럼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그림을 함께 그려보시면서 방송을 함께 하시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전진용: 네. 아주 간단합니다. 종이 위에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을 그리시면 됩니다. 종이의 어떤 부분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종이를 다 사용해서 그려도 되고요.
이예진: 네. 사람을 다 그리시고 나서는 그린 그림의 반대의 성도 똑같이 한 번 더 그려야 하죠?
전진용: 네. 그렇습니다. 그림을 그리시고 그림 속 사람의 나이는 몇 살인지, 기분은 어떤지, 직업은 무엇인지 함께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예진: 네. 그림을 그리시는 동안에 저희도 그림 한 장을 보겠습니다. 오늘은 스무 살 대학생의 그림을 한 장 가지고 보면서 설명해드릴 텐데요. 이 학생은 탈북한지 4년 됐고요. 현재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머지 가족은 북한에 있다고 하는데요. 그림을 보면 참 예쁜 소녀를 그렸습니다.
전진용: 네. 예쁜 여학생을 그렸는데요. 먼저 동성의 그림을 그렸는데요. 일반적으로 동성의 그림을 먼저 그리게 되는데요. 나이도 스무 살로 표현했어요. 대학생이라고 적었고요. 동성의 그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그림도 자신과 비슷하게 표현한 것 같고요. 그런데 좀 특이한 것이 그림을 그릴 때 완전히 한 면을 사용하지 않고 절반 정도만 사용했고요. 그림이 위로 치우쳤어요. 그밖에는 얼굴이나 손 모양, 다리도 쭉 뻗어서 일반적인 그림을 그렸는데요.
이예진: 그런데 귀가 꽤 크네요.
전진용: 네. 귀가 큰 것은 주변의 상황에 대해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거든요. 이 학생은 주변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나 주변의 상황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고요. 남자를 그린 그림을 보면 대체로 평범한데 두 손을 모으고 있고요. 귀가 역시 큽니다.
이예진: 아까보다 훨씬 크네요.
전진용: 네. 귀는 역시 주변 상황에 민감한 편이라는 것이 드러나고요. 그림 속 남성의 나이를 48살, 직업은 사장, 기분은 기뻐한다고 표현했는데요. 이성에 대한 그림은 부모를 상징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자신의 아버지가 성공해서 기뻐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종이의 윗부분만 사용해서 작게 그렸다는 것, 귀를 크게 그렸다는 것을 통해 자신감이 좀 부족하고 주변의 상황에 민감하고 신경을 많이 쓴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이 학생의 그림을 통해서 탈북 청소년들의 일반적인 심리상태도 좀 읽을 수 있을까요?
전진용: 이 학생이 그린 그림은 우울이 심하거나 불안이 많아보이지는 않는데요. 자신감이 약간 부족하고 위축된 면이 좀 있을 것 같고 주변 상황에 민감한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이고 대학교 신입생인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북한이탈주민 자체가 남한에 적응하면서 주변 상황에 신경을 많이 써야하고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이 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대학교에 가서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마음이 있을 텐데요. 그런 것들은 일반적으로 남한 청소년들도 많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기 때문에 탈북 청소년은 더 신경이 쓰일 거고요. 그래서 귀를 크게 그리는 양상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고요. 남한 적응과정, 대학 적응과정에서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학생이 그린 남성 그림은 북한에 있는 아버지를 생각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것 역시 탈북 청소년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입니다. 남한에 와서 어머니와 생활하면서 북한에 남은 아버지가 성공해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제로 탈북 청소년들이 대부분 부모님과 같이 오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어서 이성의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를 표현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또래가 겪는 당연할 수 있는, 약간의 불안이 느껴지는 상황이지만 결과는 괜찮았네요. 오늘은 탈북 여학생의 그림을 살펴봤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는 청소년들의 심리상태를 그림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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