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그림으로 보는 청소년 심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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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욕구나 화를 억누르다보면 자신의 감정이 어느 정도 좋지 않은지 잘 모를 때가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그림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청소년의 그림을 보면서 얘기 나누도록 할 텐데요. 오늘은 나무를 그려본다고 하셨어요. 청소년들에게 나무를 그리도록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전진용: 네. 보통 성인에게는 사람을 그리게 하는데요. 청소년과 아동에게는 집과 나무, 사람을 그리도록 합니다. 이 세 가지를 그리는 이유는 친숙한 대상이기 때문이고요. 그림 검사를 하는 이유는 말로 하기 힘든 부분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점들을 세세하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상담의 보조적인 목적으로 우리 주변의 친숙한 것들을 그림을 통해 감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예진: 무엇보다 나무가 사람보다 그리기 쉬울 것 같은데요. 지난 시간처럼 청취자 여러분이 직접 그림을 그려보셔도 좋을 것 같은데요.

전진용: 네. 나무 그림은 원래 청소년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지만 검사해보면서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종이 위에 나무를 먼저 그려보시는데요. 머릿속에 떠오른 아무 나무나 부담 없이 그리시면 됩니다.

이예진: 네. 나무를 다 그린 다음에 덧붙일 내용들이 좀 있죠?

전진용: 네. 나무를 다 그린 다음 자신이 그린 그림 속의 나무가 몇 살일 것 같은지 한 번 적어보시고요. 나무 옆에 또 다른 친구 나무들이 있다면 몇 개나 있을 것 같은지도 한 번 같이 적어보세요. 그리고 어떤 나무인지 예를 들어 사과나무인지 버드나무인지 소나무인지 생각나는 나무를 적으면 됩니다. 그리고 이 나무에게 어떤 소원이 있을까요? 나무의 심정이 되어서 적어 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린 나무의 지금 기분 상태가 어떤지도 적어보시고요.

이예진: 네. 나무의 나이, 친구 나무는 몇 그루인지, 나무의 이름, 나무의 소원, 나무의 기분까지 다 적으셨다면 이제 설명을 듣도록 하죠. 저희도 그림 한 장을 가지고 있는데요. 탈북 청소년에게 그림을 한 장 그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설명을 듣도록 하죠. 먼저 이 그림을 그린 친구는 19살 여자입니다.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고요. 혼자 탈북해서 지금은 나중에 나온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제가 만나봤을 때 무척 발랄하고 교우관계도 좋아보였거든요. 이 친구의 그림은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볼까요?

전진용: 네. 일단 이 친구의 그림은 전반적으로 종이 한 가득 꽉 차게 그렸어요. 나무 기둥도 적당한 굵기고요. 나뭇잎도 풍성하고요. 그런데 한 가지, 나뭇가지가 적어 보여요. 네다섯 개 정도고요. 열매도 네 개를 그렸는데요. 그림은 안정되어 보이고 한 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았습니다. 또 나무 주변에는 울타리도 있고 풀도 그리고 정원처럼 꾸민데다 해도 그렸어요. 전반적으로는 안정되어 보이는 그림인데요. 과일을 그렸다는 것은 관심이나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욕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요.

그리고 가지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상징하거든요. 사람 그림 검사에서 손의 역할이기도 한데요. 다른 사람과의 대인관계 범위가 좀 좁은 것 같고요. 기둥은 자아의 상태를 나타내는데 굵기가 너무 얇으면 자아가 좀 부족하다고 보는데 이 그림은 그렇지 않고요. 밑동은 안정감을 나타내는데 이 그림은 밑동도 안정감이 있어 보이고요.

뿌리를 강조하지 않았는데요. 땅 속에 있는 뿌리를 투명해 보이게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나이보다 퇴행되어 있을 때 그렇게 그리고요. 뿌리나 옹이, 그러니까 나이테를 그리는 경우에는 마음의 상처가 있거나 퇴행된 상태일 때 그런 그림을 그립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양호한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이 친구가 그림 옆에 적은 것을 살펴볼게요. 나무의 나이를 스무 살로 적었는데 나무의 나이는 자신이 느끼는 나이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요?

전진용: 나무 자체가 또 다른 나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기 때문에 나무의 나이를 본인과 비슷하게 적은 것으로 보이고요. 나무의 친구는 많다고 얘기했는데요. 주변에 친구가 많거나 많은 친구를 갖고 싶은 소망을 나타냅니다. 어떤 청소년은 친구 나무가 없다거나 '언덕 위에 나무 하나가 홀로 서 있어요, 나무의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외로워 보여요'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그림은 그렇지 않은 걸로 봐서 상태는 괜찮아 보이고요.

나무 이름을 사과나무라고 했는데요. 아까 열매를 애정욕구나 관심 받고 싶은 욕구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사과나무라고 표현한 것 자체도 관심이나 애정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일 자체가 그렇다는 얘기고요. 나무의 소원도 사과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내가 관심을 많이 받고 싶다는 표현이고요. 나무 기분은 좋아 보인다고 했는데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나무도 쓸쓸해 보인다거나 나무가 위험하다거나 불안감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무 자체가 나의 감정이나 일상생활의 모습을 투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예진: 선생님께서 만나보신 탈북 청소년들 가운데 그림을 통해 심각했던 마음의 병을 드러낸 경우도 있었나요?

전진용: 어떤 청소년들은 옹이나 뿌리를 그려서 마음의 상처나 퇴행적인 부분을 표현한 경우가 있었고요. 성탄절의 화려한 나무를 그려서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를 표현하기도 했고요. 앙상하게 가지만 있는 나무를 그려서 잎도 없고 추울 것 같다고 표현한 경우가 있었는데요. 그건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거든요. 자신이 그만큼 쓸쓸하고 고독하고 외롭다는 표현을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예진: 네. 3주 동안 그림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다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꼼꼼하게 살펴봤는데요. 선생님께서도 탈북자들의 심리를 그림으로 많이 보셨을 텐데요. 어떤 특징이나 걱정스러웠던 모습이 있었나요?

전진용: 네. 일단 오늘 그림도 굉장히 적응을 잘 하는 모습이 나타났는데요. 당연히 낯선 땅에 정착하면서 외부사람들 시선도 신경이 쓰이니까요. 그래서 이 그림 자체에 크게 문제가 있거나 아주 우울하거나 불안해 보이지는 않고요. 공통적으로 나타난 특징으로는 그림을 작게 그려서 자신감이 아직 없고 약간 위축되어 있는 모습, 아직은 이 사회에서 위축되거나 주변에 민감하고 관심을 바라는 모습이 탈북자들의 특징인 것 같고요. 아직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조금은 힘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예진: 여러분 그림에 나타난 여러분의 마음은 어떤가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줄 알게 되는 길이라고 합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