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취업에 실패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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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라서 취업이 안 된다는 말, 앞으로 몇 년 안에는 없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탈북자들에게만 자격 조건이 완화되거나 탈북자라서 채용되는 등 의욕과 일정한 실력을 갖춘 탈북자라면 대기업이나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충분한 준비와 노력은 반드시 있어야겠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그럼에도 탈북자들이 취업에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저희가 그동안 탈북자들의 취업에 대한 얘기를 가끔 다뤄왔는데요. 오늘은 좀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눠보죠. 탈북자들만을 위한 특별채용, 여기에 대한 문의도 많다면서요?

마순희: 네, 지원재단 콜 센터 문의전화 가운데는 취업에 관한 문의가 많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을 고용하려고 하는 회사들의 전화와 일자리를 찾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전화, 그리고 취업한 후 고용지원금과 취업 장려금 등 지원제도들에 대한 문의입니다.

의정부에 살고 있는 29세의 북한이탈주민 여성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요. 사무직에서 일하려고 12월까지 몇 번의 면접을 보았는데 모두 채용되지 않는다, 북한이탈주민이라고 차별하는 것 같아서 너무 서글프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격증이나 경력이 있는지를 물어 보았더니 북한에서 전문대를 졸업하고 경리로 일했고 한국에 와서도 사무직에서 1년 반 정도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자격증을 소유했는지 확인했더니 한국에 와서는 자격증은 취득하지 못했지만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차별보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오는 것임을 알려 주고 자신을 준비하도록 상담한 후 재단의 취업상담실의 담당자들과 통화하고 취업상담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었습니다.

또 이번에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공개경쟁채용과 제한 경쟁채용 즉 제한공채가 공지되었을 때 지원하도록 안내 해 주었습니다.

이예진: 사실 취업 준비다, 경쟁이다, 북한에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마순희: 사실 북한에서는 취직을 못 해서 고민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그 분야의 기술을 습득하고 업무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등 취업준비를 많이 하더라고요.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사나 기관이 요구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는 하면서도 그 직업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객관적인 자기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1차로 공개경쟁채용을 했을 때 북한이탈주민은 단 한 명도 채용되지 못했습니다. 남한사람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경쟁해서는 많이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그 수준의 차이가 적지 않다는 걸 보여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2차 정규직 공채에서는 제한 공채로 북한이탈주민들을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공채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공개경쟁채용이지만 제한공채는 일정한 조건을 두는 거잖아요? 그 조건이 북한이탈주민만 응시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상담 받았던 여성분도 응시했는데 서류심사에는 합격되었다고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런데 필기시험에서 불합격 되었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시험이 많이 힘들던가 하고 물어 보았더니 어떤 문제는 이해하기도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직장은 경쟁률이 높기 마련이고 본인이 희망하는 곳에서 일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면접에서 탈락하는 원인이 본인의 수준에 달린 것이지 북한이탈주민이어서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예진: 그래요. 남한에서도 대학생들이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면접 준비를 하잖아요. 탈북 청년들에게는 분명 처음엔 낯선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특별채용이라는 이름으로 탈북자를 채용하는 곳들이 꽤 되죠?

마순희: 네. 현대중공업이 북한이탈주민을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보도가 났습니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신입사원을 뽑는데 북한이탈주민을 우대한다는 것이다. 공개 채용에서부터 가산점을 부여해 이들을 선발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외에도 한전이나 주택공사, 도시철도공사 등 대기업들과 산업은행이나 외환은행, 중앙박물관, 중앙도서관 등 많은 기관들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다들 입사하고 싶은 곳들이네요.

마순희: 네. 이번에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기쁜 소식이 있는데요. 앞으로 북한이탈주민이나 귀화자를 국가공무원으로 경력 채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국가공무원 채용이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의 근무경력이나 학위가 있으면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국가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예진: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최고의 직업으로 꼽히는 게 바로 공무원이잖아요. 최근 십여 년 사이에 가장 선망의 직업이 공무원이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요. 얼마 전에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0-30대가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공무원으로 조사됐거든요. 몇 년 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서도 10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죠. 그렇게 좁은 취업의 문을 우리 탈북자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꽤 있죠?

마순희: 그렇죠. 다 알고 계시는 것처럼 탈북자출신의 국회의원인 고위공무원으로부터 중앙부처와 정부기관들에도 북한이탈주민들이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친구들도 국방부, 서울시청, 경기도청, 그리고 안산시청이나 구청들에서 일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꽤 되거든요.

이예진: 아무래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정년까지는 보장이 되는 직업인데다 임금도 꾸준히 오르고요. 자녀 학자금이나 각종 수당 등 복리가 잘 되어 있고 퇴직한 뒤에 나오는 다달이 나오는 연금이 1800~2700 달러 정도 되니까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상담하시면서 탈북자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은 어떤 것들이던가요?

마순희: 북한이탈주민들도 일반적으로 남성분들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을 선호하지만 여성분들은 거의가 사무직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공무원은 정말 누구나 선호하는 꿈의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사실 좋은 직장, 좋은 직업을 갖고 싶어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남한 청년들이 특히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선호하면서 중소기업이나 공장 등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할 정돈데요. 탈북청년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나요?

마순희: 몇 년 동안 한국에 살게 되면 아마도 생각은 다 비슷하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나 기술 등을 감안하고 또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나 업체에서 일하는 북한이탈주민들도 많습니다.

제가 이번에 사회복지실습을 하나센터에서 했는데요. 하나원을 금방 나온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와서 열심히 일해서 몇 년 안에 꼭 성공한다고 결심들이 대단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이 취업이라고 생각되더군요. 북한에서는 직업이라는 개념이 계획경제하에서 사회적 개념으로만 알고 있고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개인의 행복을 위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았으면 싶습니다.

이번에 재단에 지원하여 최종시험까지 마치고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30대 북한이탈주민여성은 이번 공채에 참가하여 필기시험과 역량평가, 임원면접 등 최종 단계까지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에서 취업공개채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고 했는데요.

흔히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지 못 하는 것은 자신은 자격이 되지만 인맥이 부족하거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차별 등에 원인이 있다고들 하는데 내가 겪어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제한경쟁채용이라고 그나마 북한이탈주민들의 수준을 감안한 수준인 것 같은데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 이런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받아서 선택되는 것이 공채이니 선택되지 못 하더라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이 기회에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우리들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스스로 알게 해 준 것 같아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이예진: 그 경험으로 어디든 다시 한 번 도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게 바로 성공적인 정착의 다른 이름이기도 할 테니까요.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