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당장 혜택을 받도록 유리하게 인적사항을 고친 탈북자들이 나중에는 후회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하나를 얻었지만 다른 하나를 잃게 된 탈북자들의 고민을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시간에 탈북자들이 쉽게 고쳤던 자신의 인적사항 때문에 애를 먹는 경우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그런데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올 경우에도 서류상의 문제가 복잡하다면서요?
마순희: 요즘에는 그런 사례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분들은 한국에서의 생활을 다 정리하고 외국에 나갔는데 가서 살아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되돌아 온 분들이잖아요? 갔다 왔다 하면서 여비로 돈은 다 써버리고 한국에 돌아오니 주택도 이미 반납한 상태라 최소한 거처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 힘들어 하는 거죠. 그뿐 아니라 몇 년 동안 외국에 나가살면서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예진: 한국 국적을 버리고 해외 국적을 택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신원이 없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물론 한국을 떠나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이 나갔던 분들 경우에는 벌금이나 좀 물고 다시 수속을 하여 복원할 수가 있지만 대출이나 사기 등 다른 문제들이 있을 때에는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서류를 수속할 수 없습니다.
이예진: 한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해외로 나간 경우이기 때문인 거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상담 받은 사례인데요. 30대 중반의 여성이 유럽의 한 국가에 가서 5년 정도 살다가 돌아왔는데 문제는 그곳에서 출생한 자녀의 출생등록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해외에서 출생하면 그 나라의 국민으로 이미 출생등록이 되어 있는 상태지만 한국에 돌아오면 다시 출생신고를 해야 하잖아요.
그 나라 국적자로 그냥 살 수는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면 누구에게나 차례지는 의무교육이라든가 복지혜택 같은 부분에서 전혀 혜택을 받을 수 없기에 한국인으로 출생신고를 다시 할 수 있도록 알려드렸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는 이중국적이 허용되기 때문에 성인이 될 때에는 어느 한 국적을 포기하면 되는 거라는 생각으로 상담을 해주었는데 잘 안된다고 다시 전화가 온 것입니다.
이예진: 뭐가 잘 안 된다는 거죠?
마순희: 네. 구체적으로 알아보았더니 그 여성이 외국에 가서 이름을 개명한 것은 물론이고 나이도 엄청나게 속였기 때문에 도저히 한 사람이라고 볼 수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나라에 가서 인적사항을 다 고친 후에 다시 와서 출생신고를 하라고 하여 무료법률상담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이예진: 그런 경우 탈북자로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마순희: 물론 무료법률상담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만 탈북자라고해서 언제까지나 그리고 모든 경우에 특혜를 바랄 수는 없는 것입니다. 탈북자이기 전에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에 마땅히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법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는 지키지 않으면서 그 어떤 특혜만 바라는 옳지 않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살다가 해외로 나갔는데, 적응이 어려워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경우에도 종종 생기는 서류문제가 있다면서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방금처럼 이름이나 나이를 고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물론 다른 나라에 망명으로 가는 분들이 한국에서 살다가 왔다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대부분 이름도 고치고 나이도 조금씩은 고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지금은 그렇게 해도 통과가 어렵다고 하네요. 공항에서 지문을 인식하면 대한민국에 이미 등록된 지문인지 아닌지를 금방 알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난민신청을 해도 해외에서 국적을 받기가 어렵다보니 다들 되돌아오고 있답니다.
그렇게 되돌아 온 경우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물론 주거가 해결이 안 되는 것이고 주택신청을 하려고 해도 서류가 제대로 되어야 할 텐데 주민등록이 말소되었거나 혹은 말소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동일인으로 인정을 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나이를 비롯한 인적사항을 너무 심하게 속이다 보니 동일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단순한 개명이나 그런 경우에는 담당 형사님들이라도 동일인임을 보증해 주는 등 도움을 드리고는 있지만 한국에 입국할 때나 혹은 또 다른 3국에 입국할 때나 자신의 신분에 대하여 속이거나 고치는 것 등은 정말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해외로 나갈 때 이렇게 이름이나 나이 등을 굳이 바꾸는 이유는 뭘까요?
마순희: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해외로 떠날 때에는 적어도 남한에서 정착하고 살다가 온 것은 아니라고, 북한이나 중국 등에서 살다가 온 것처럼 말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 같고요.
또 유럽이나 기타 국가들에서는 사회적인 복지가 참 잘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예진: 사실 복지가 좋은 건 그만큼 그 나라 국민이 세금을 더 많이 내서 그들이 노후에 잘 누리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제도인데, 탈북자들은 그런 복지만 보고 떠난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탈북자들은 떠나기 전에 인터넷으로 다 검색을 해보고 어느 나라가 어떤 복지정책이 있는지를 다 알아보고 떠난다고 합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60세 이상이거나 혹은 65세 이상이면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외국에 나가서는 거의 10년 이상 나이를 속여서 65세 이상으로 나이를 속이고 입국한다고 합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냐고 물었더니 동양인을 잘 구별도 못 하기에 머리염색도 안 하고 대충하고 나가면 다 그렇게 본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나이 가늠을 잘 못한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이 외에도 살면서 어떤 사업이나 창업을 한다거나 하는 명목으로 대출을 받고 특히 의식적으로 대출을 받거나 사기행각을 하고 도피를 목적으로 나가는 거라면 잘못 생각한 것입니다. 지금은 아무리 이름이나 나이를 속이더라도 지문 하나로 식별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고 하니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예진: 해외로 나갈 때는 거기에서 적응이 어려울 걸 생각 못하고 갔을 텐데, 다시 돌아온 경우에 해결방법은 있나요?
마순희: 한국에 되돌아 왔을 때에는 해당한 절차를 밟아야 되겠죠. 각자의 사례나 정도에 따라서 법률상담을 받아 보아야 알겠지만 불법을 저질렀으면 당연히 그에 상응한 처벌을 각오해야 할 것이고요. 대출이라면 어떻게 변제할 것인지, 그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이나 복귀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국가에서 국민에게 부여하는 고유 번호인 주민등록번호처럼 평생 고칠 수 없는 게 있는데 탈북자들에게 그 개념이 좀 약한 것 아닐까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다보면 설사 한 단계 넘어가더라도 또 다른 불이익은 감수해야겠지요. 먼저 이야기한 것처럼 나이를 30세 이상으로 속이고 주택을 받은 그 친구는 물론 주택과 정착금을 받을 수는 있었지만 35세 미만이어야 교육지원을 받아서 대학에 갈 수 있게 되는 교육지원혜택은 나이가 넘어서 받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거짓말한 것을 알고 있을 건데 언제 탄로 날지 항상 불안한 마음도 없지는 않겠죠. 그리고 나이를 60세 이상으로 고치고 노령가산금을 받았던 분 중에 다시 제 나이를 찾을 수 없는지 문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예진: 그건 또 어떤 경우인가요?
마순희: 요즘엔 황혼 재혼도 많잖아요? 자신의 거짓말로 나이 다섯 살이나 더 먹은 것으로 되어 있으니 다시 되돌리고 싶으시겠지만 그것 역시 되돌릴 수 없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어떻게 살아왔든지 간에 대한민국에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는지 잘 판단하셔야 할 것입니다. 나의 일생,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상태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하거나 자그마한 문제라고 속단하고 한 가지를 속이다보면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기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내 모습 그대로, 언제나 누구 앞에서나 거리낌 없는 당당한 마음가짐으로 남한생활에 적응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예진: 특히 노후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더 빨리 누리기 위해 나이를 몇 살 보태 신고했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제 나이를 되찾고 싶었다는 한 탈북여성의 얘기는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남북하나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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