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탈북노인들의 소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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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수가 늘고 있고 탈북자들을 위한 복지정책도 강화되고 있지만 탈북 노인들에 대한 관심은 청소년이나 성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오랜 세월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 좀처럼 적응이 쉽지 않은 탈북 노인들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탈북 노인들이 갖고 있는 심리적 고충과 특성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우선 일반적으로 한국 노인들의 기본적인 성향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어떤 특성들이 있을까요?

전진용: 네. 우선 노인이 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심하게 되면 치매까지 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게 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사회적으로도 자신의 직장 생활과 같은 사회적 환경에서 한 발 물러서서 생활하게 됩니다. 인지기능의 저하와 사회적 환경에서의 분리로 노인들은 자신감을 조금씩 잃어가게 됩니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심성이 많아지고,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화해가게 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됩니다. 젊은 시절보다 자신감이 더 없어지기도 하고, 어떤 문제를 두고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이예진: 최근에는 100세까지 살 수 있는 100세 시대라고들 하지만 아직까지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환경이나 복지 정책들이 아쉬운 때가 있는데요. 그래서 더 위축되는 거죠. 이런 마음의 상태가 성격의 변화나 신체적인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전진용: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어린 아이처럼 변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샘도 많아지게 되고 자신의 물건에도 더 집착을 가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은 공허감 및 우울감에 빠지게 됩니다. 중년 시절부터 아이들을 결혼시키고 나면 무언가 허전해지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직장 생활에서도 멀어지고 사회생활의 범위도 한정되고, 친한 친구들의 죽음을 멀리서 지켜보게 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노년기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예진: 한국의 노인들도 이렇게 심리적인 소외감이나 불안감이 생기기 마련인데 탈북 노인들은 더 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접 얘기를 들어보고 나서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김현숙: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 받아요. 고향생각도 나잖아요.

박영순: 아파트마다 노인정이 있지만 북한이탈주민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았어요. 북한이탈주민 어르신들은 한국의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리길 꺼려하고 한국의 어르신들은 이방인처럼 보는 거예요. 간격이 분명 있다는 거죠. 과도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몇 십년동안 북한에 살던 분들이 갑자기 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있어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면 어울릴 수 있지 않나 생각하겠지만 심리적으로는 어려운 거죠.

이예진: 네. 탈북 노인들은 낯선 환경 뿐 아니라 남한의 또래 노인들과도 어울리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탈북 노인들이 갖는 특성이 따로 있을까요?

전진용: 네. 증상은 비슷합니다. 기억력 저하도 생기게 되고,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이전과 달리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화하기도 하며 자기중심적으로 되거나 쉽게 우울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탈북 노인들은 또 다른 심리적인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우선 신체적 어려움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겠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탈북 과정에서 재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한국행 후 상대적으로 약한 체력을 가지게 되고 건강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성인들도 그러한 상태인데 탈북 노인들은 건강에 대한 걱정이 더 할 것입니다.

이예진: 네. 건강에 대한 문제가 남다르네요. 아무래도 처음 접하면 복잡할 수 있는 병원 이용도 어려울 것 같고요. 신체가 약해져서 오는 심리적 부담도 클 것 같은데요. 전진용: 네. 병원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으로 탈북 성인들도 어려워하거든요. 접수나 생소한 용어도 많고요. 종합병원은 어디로 가라고 하는 것도 많고요. 젊은 사람들은 조금 이해할 수 있지만 남한의 노인들도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 언어나 문화적 차이가 있는 탈북 노인들은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 노인이 되면서 생기는 관절염과 같은 퇴행성 질환,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 치아 문제 등 여러 질환을 가지게 되면서 이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걱정하게 됩니다. 내가 큰 병에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자신의 병 때문에 자신의 건강에 과도하게 집착하기도 하고, 또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우울해 지게 됩니다.

이예진: 네. 건강 뿐 아니라 문화적 소외감도 클 것 같은데요.

전진용: 네. 탈북 어르신들에게는 사회 및 문화 적응도 쉽지 않습니다. 흔히 젊은 탈북자들도 한국에 와서 남한의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습니다. 하지만 탈북 노인들의 고생은 더합니다. 이전 TV에서 미국 이민자들의 생활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미국인들과 학교나 직장에서 어울리면서 미국에 어느 정도 동화되었지만, 거기서도 어르신들은 한국의 문화를 지키면서 사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탈북자들의 경우도 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탈북 청소년들만 해도 어느 정도 남한 문화에 적응해서 인터넷도 하고 휴대폰으로 문자도 주고받는 모습을 보지만, 저희 친할머니만 해도 얼마 전 휴대폰을 구입하셨지만 전화 통화 외에는 문자 메시지도 보낼 줄 모르십니다. 이렇게 남한 할머니, 할아버지도 따라가기 힘든 한국의 문화를 환경이 익숙하지 못한 탈북 어르신들이 적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화 적응의 어려움은 사회적인 고립이나 소외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예진: 네. 선생님께서는 직접 하나원에서 탈북 노인들을 많이 보셨을 텐데요. 어떤 것들에 특히 어려워들 하시던가요?

전진용: 제가 하나원에서 느낀 것은 제가 외래어를 많이 쓰고 있고, 같은 한글이지만 다른 어휘가 많다는 것입니다. 탈북 노인들의 경우 젊은 탈북자들과는 달리 외래어나 언어를 배우는데 더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병원 진료를 하다가도 가글, 엑스레이와 같은 외래어를 이해하는 데에는 젊은 탈북자보다는 탈북 노인들이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노인들이 익숙하지 못한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더 어려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래어 단어 하나를 익히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니 언어 적응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고 이 또한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이예진: 네. 최근 남한사회는 노인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탈북 노인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관심을 갖는 것은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수 있겠죠? 다음 이 시간에는 탈북 노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계속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