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탈북노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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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 노인들은 남한의 일반 노인들과 달리 조금 다른 심리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건너오며 잃었던 약한 체력으로 인해 생기는 건강에 대한 염려증, 이에 따른 심리적 부담이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노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줄 수 있는 도움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고민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탈북 노인들의 심리적인 문제를 짚어볼 텐데요. 지난 시간에 탈북 노인들이 익숙하지 못한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보니까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셨는데요. 문화적 소외감이 심리적으로 더 위축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감을 느끼게 하는 문제들이 있나요?

전진용: 탈북 노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외로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탈북 어르신들 중에는 가족과 같이 동반 탈북하신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앞서 노인들을 특성을 이야기할 때 중년 이후 자녀들을 결혼시키면서 생기는 공허감, 직장 생활을 하지 않게 되면서 생기는 사회적 공허감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탈북 노인들은 이러한 문제와 함께 또 다른 문제로 외로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혼자 오신 탈북 노인들의 경우 젊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가질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로워지고, 자녀가 먼저 한국에 오거나 자녀와 같이 한국에 온 경우에는 아이들은 한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바쁘지만, 상대적으로 이러한 환경에서 소외되면서 외로움을 겪게 됩니다.

이예진: 탈북 노인들의 심리적 특성과 고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탈북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노래교실도 열고 봉사활동도 하는 박영순 씨는 탈북 노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박영순: 나이는 칠팔십이지만 한국에 온 건 1, 2년이니까 한국에 온 때부터 나이를 세면 좋지 않겠냐는 거죠. 그러니까 금방 온 사람들은 아기와도 같은데 이 사회의 한국사람 나이에 맞추는 건 쉽지 않거든요. 어르신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이런 기관이나 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예진: 네. 박영순 씨는 연세가 높은 탈북 노인들의 경우 갓 태어나 배울 게 많은 아기로 봐달라고 했는데요. 남한에서 탈북 노인들이 소외감을 덜 느끼고 사회에 잘 적응하면서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주변에서 어떻게 돕는 게 좋을까요?

전진용: 우선 탈북 노인들과 잘 소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냥 막연한 접근보다는 이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노인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생각해보고, 탈북 노인들의 북한에서의 생활, 탈북 과정, 남한에서의 적응 과정 등을 생각해 보고 앞서 말한 내용들을 보면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대화를 해 나간다면 탈북 어르신들과 좀 더 잘 소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예진: 탈북 어르신들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사실 남한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탈북 청년들에 비해 사회활동도 많지 않고 해서 탈북 노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남한 사회에서 탈북 노인들을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필요할까요?

전진용: 중요한 것은 이분들의 눈높이에서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가 잘못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우리가 이분들에게 이런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그대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분들이 탈북 과정에서 생긴 외상 때문에 제일 힘들어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와드리려고 하지만, 이들은 남한 생활하면서 생기는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 할 수 있고, 우리가 이분들이 남한에서의 소외감 때문에 우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분들은 북에 두고 온 자녀 문제로 우울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이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잘 듣고 이들의 눈높이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여러 방면에서의 관심이 가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신적인 문제는 육체적인 문제와 분리할 수 없습니다. 이들이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일을 하기 원한다면 소일거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예진: 네. 직접적인 사회참여를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드러내고 북한에서 왔다고 하진 않는 편이고요. 2만4천 명의 탈북자들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남한 사람들도 탈북자들을 대하는 게 아직은 서툽니다. 그래서 탈북 노인들이 더 소외감이나 외로움 등을 느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선생님께서 탈북 노인들을 만나보면서 남한 사람들이 이런 생각만큼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으신가요?

전진용: 진심어린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탈북 노인의 심리적 특성을 이야기했으면서 이들을 남한의 어르신들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된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특성이 이렇다는 것이 이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거나 특별한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한 북한이탈주민 할머니가 퇴소 후 저에게 전화를 거신 적이 있습니다. 혼자 오신 분이었고 한국에도 가족이 전혀 없었습니다. 전화를 해서는 혼자 아파트에 있는데 외롭고 전화를 샀는데 전화할 곳이 한군데도 없어서 전화를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쩌면 이들이 필요한 것은 큰 관심이나 특별대우가 아닐 것입니다. 그냥 주변의 이웃으로, 우리의 할머니나 할아버지처럼 대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이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의 이웃으로 대할 때 이들의 공허감과 적적함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예진: 이제는 노인들의 정신 건강이 중요한 이야기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탈북 노인들도 지역 공연이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탈북 노인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