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경기도내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이며 30대가 가장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2만4천여 명 가운데 경기도에 거주하는 탈북자는 30%에 달하는데요. 지난 2009년만 해도 인천의 탈북자 가구 가운데 1인가구가 전체의 69%로 가장 많았습니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혼자 사는 1인 탈북자 가구 수는 이에 못지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외로움을 혼자 삭히는 탈북자 1인 가구의 아픔을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최근 한국의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한반도는 전통적으로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잖아요. 경제적 발전 이후 핵가족이라는 말의 등장과 함께 부모님과 떨어져 단출한 3, 4인 가구가 한국의 대표적 가정이었는데 어느새 1인 가구가 늘었네요.
전진용: 네. 인구 고령화와 결혼기피, 늦은 결혼 등이 겹쳤기 때문인데요. 특히 현재는 2, 30대 미혼이 1인가구의 주를 이루고 있다면 앞으로는 홀로 사는 노인의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통계를 봐도 2010년 1인 가구 중 미혼가구는 186만7000가구로 44.9%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는데요. 사별이 28.8%, 이혼이 13.4% 순이었습니다. 병원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을 상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녀가 결혼하거나 사별해서 찾아오는 노인들을 보면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아서 증세가 심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병원에서 상담 받는 것 말고는 별다른 외부 활동이 없어서 우울증 등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예진: 탈북자 가정 중에도 1인 가구가 많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북한에 가족을 두고 홀로 탈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죠?
전진용: 네. 탈북자 연령 자체가 젊은 층이 많아요. 어떻게 보면 이들이 탈북하기에 유리한 면이 있죠. 탈북하는 과정이 이동이 어렵고 고되니까 가족과 함께 못 오고 먼저 탈북한 후에 나중에 가족을 데려오는 경우가 있어서 탈북자 가정 중에는 1인 가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예진: 홀로 고향을 떠나 중국을 비롯한 제 3국에서 갖은 고생을 하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건 극한의 외로움이었습니다. 먼저 사례를 들어보시죠.
사례/외로움과 슬픔, 서러움이 심했죠. 기초적인 먹을거리는 해결이 되는데 외로움은 해결이 어렵죠. 소주 한 병 놓고 텔레비전이 친구였죠. 가족 생각에 울기도 하고 밤을 지샜던 생각이 나는데요. 가족 생각이 너무 나더라고요. 외로우니까요.
이예진: 상황 자체가 우울증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많은 탈북자들이 낯선 환경에서 겪는 어려움 중에서도 심리적인 외로움을 참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전진용: 아무래도 낯선 환경에서는 쉽게 다가가기 힘들고 고립되어서 어려워지는데요. 낮에는 학교나 직장동료가 있어서 접하긴 하는데 퇴근해서 텅 빈 방에 혼자 있다 보면 가족이나 고향 생각이 나서 외로움이 심해지고, 이런 것들이 반복되어서 우울함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예진: 물론 혼자서도 잘 헤쳐 나가는 분들도 계시지만 바깥 활동도 잘 안 하고 정부 지원금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혼자 사는 탈북자들의 개인적 성향도 영향이 있을까요?
전진용: 탈북자 자체가 경계하는 심리가 있거든요. 북한에 있을 때도 마음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고 탈북 과정에서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경계를 쉽게 풀지 못하는 상황을 겪는데요. 한국에 와서도 그 경계를 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심해지면 나에게 해를 가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피해의식이 생기게 되고요. 그렇게 되면 타인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렵게 되죠. 그런 탈북자의 성향이 사회적인 고립을 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외로움이 병이 되고 심각한 상태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탈북자가 아닌 일반적인 경우는 어떤가요?
전진용: 꼭 외로움 때문만이 아니라 홀로 사는 가정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요. 대표적인 게 일본의 히키코모리인데요. 한국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는데요. 일본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혼자 방에만 머물면서 대인관계를 피하고 컴퓨터만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는데요. 한국에서도 혼자 방에만 갇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렇다면 탈북자 중에도 이런 은둔형 외톨이처럼 사는 경우도 있나요?
전진용: 은둔형 외톨이까지는 아니어도 상처를 받다가 대인관계를 회피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갖는 경우가 있는데요. 탈북 청소년 중에서도 컴퓨터 게임에만 빠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편하고 사회적인 관계에도 신경을 덜 써도 되니까 인터넷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런 것들이 심해지면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예진: 특히 탈북자들은 한국에 별다른 연고도 없고 주변에서 신경써주지 않으면 도태되기 쉬워서 더 큰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전진용: 지역사회별로 정신보건센터라고 해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점검하고 개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담전화를 요청하면 가정을 방문해서 사례 관리도 해줘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요. 지역별로 탈북자 정착을 돕는 하나센터에 탈북자 전문상담사들이 있어서 그들과 상담하면 정신보건센터로 쉽게 연결이 됩니다. 필요하면 병원이나 전문적인 상담도 가능합니다.
일단 이분들의 힘든 상황을 주변에서 모를 수 있거든요. 어렵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고요.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거든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 약간의 생각의 전환을 통해 방향을 바꿀 수 있거든요. 힘든 상황이겠지만 다른 방향으로 주제를 돌려서 생각해보거나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한다면 우울감과 외로움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예진: 언젠가 가족이 다시 뭉칠 수 있다는 희망을 생각하며 오늘을 살 힘을 비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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