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강한가

탈북자 의료상담실에서 상담중인 임향 실장.
탈북자 의료상담실에서 상담중인 임향 실장. (사진-임향 실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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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에게 남한에 와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주택과 취업 문제입니다.

남한 정부는 탈북자들에게 정착금과 함께 주거, 취업 장려금 등으로 안정적인 남한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뭘까요?

지난해 경기개발연구원 북부연구센터의 조사결과 탈북자들이 가장 희망하는 지원 사항 가운데 의료분야가 20.8%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받고 있는, 또 필요로 하는 의료혜택,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들이 상담을 필요로 하는 주요 분야 중 하나가 의료관련 혜택에 관한 것이잖아요. 일교차가 큰 환절기가 되면 특히 어르신들은 몸이 더 안 좋아지셔서 병원 가는 일이 많아지곤 하는데 요즘 탈북자 분들은 어떤 일들로 병원을 많이 가는 편인가요?

마순희: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이탈주민들이 많이 하는 상담들 중의 하나가 의료서비스 관련 상담입니다. 그리고 탈북 어르신들 역시 환절기가 되면 병원을 찾으시는 일이 좀 더 많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사람이 살아가면서 병원을 전혀 모르고 살아갈 수는 없지만 특히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이 북한에서부터 질병을 가지고 있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탈북한 경우도 있고 목숨을 건 탈북과정에서, 혹은 중국에서 숨어 살면서, 또 제 3국을 통하여 한국행을 하는 과정에서 몸이 다치고 병이 든 경우들도 많습니다.

며칠 전 부산에서 살고 계시는 한 여성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분이었는데 지금 다리가 아파서 걸어 다니기 힘들다고 하였습니다. 북한 함경북도의 한 산골마을에서 살다가 탈북했다는 그 여성은 중국의 어느 농촌마을에서 한족과 살게 되었습니다. 도망을 못 가게 한다고 다리에 수없이 상처가 날 정도로 구타를 당했는데 제 때에 치료를 못 받다보니 그 다리가 퉁퉁 부어서 지금도 역시 부은 상태라는 것입니다. 정확한 진단이라도 받아보고 싶은데 진료비가 싼 곳이 어디인지, 서울에는 많다던데 부산에도 그런 곳이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부산에도 그런 병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서울의 국립의료원이나 서울의료원처럼 진료혜택이 많은 곳은 없을 거라고 했더니 후에 남편이 시간이 될 때 함께 서울에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국립의료원 상담실 연락처를 알려드리고 준비해야 할 필요한 서류들 즉 진료의뢰서, 북한이탈주민 확인서 등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지방보다는 서울의 국립병원이 탈북자 의료혜택이 아무래도 좀 더 있다는 거군요?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가장 먼저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국립의료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7년에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통일부 산하 민간단체인 새조위라는 곳이 있잖아요. 새조위에서 탈북자들 상담을 많이 하다 보니 그분들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국립의료원과 협약을 맺고 북한이탈주민 진료센터를 만들었어요. 탈북자들은 외래로 치료를 받을 때도 본인부담금이 많지도 않지만 거기의 50% 혜택, 입원했을 때는 80%의 지원혜택을 드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수술을 받더라도 거의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처럼 탈북 후 중국에서 병을 얻은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와 함께 무사히 대한민국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정든 고향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낯선 땅에서 새롭게 정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보니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한 심리적인 어려움이 곧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서 입국 초기에는 안 아픈 곳이 없다면서 병원을 찾으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국립의료원에서 근무할 때의 사례인데요. 한 60대 후반의 이 여성은 북한에서 탈북한 이유가 딸이 만성간염으로 더는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딸을 살리겠다고 온 가족이 탈북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분은 한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좋은 병원에서 딸이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에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였습니다. 간이식 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국 딸을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그 분은 지금도 만나면 좀 더 일찍 딸을 데리고 오지 못한 것이 항상 후회가 된다고 말씀하시군 합니다.

이예진: 남한에 와서 전체적인 건강 상태는 어떤지, 숨은 질병은 없는지 등을 알아보는 건강검진을 해보면 북한에서부터 혹은 탈북과정에서 얻은 질병이나 다친 사람들이 90%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었는데요. 어떤 질병들이 많은가요?

마순희: 우리가 대한민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가 건강검진을 받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건강검진에서 질병을 발견하여 조기에 치료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90%까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 누구나 거의 보편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 고지혈증이나 골다공증까지도 질병이라고 본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더욱이 여러 가지 심리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은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우 거의가 불면증이나 우울증 증세가 있는 것은 흔한 문제인데 그것도 질병이라면 90%가 병원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 해마다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를 하고 있잖아요.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조사도 하고 있는데요. 2014년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평소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서 건강하다는 응답이 38.7%였고요. 평소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서 건강하지 않다는 응답이 38.9%라고 하는데요. 건강하다고 대답한 분들은 남성에서, 그리고 연령이 낮을수록, 그리고 현재 취업해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남한생활에 만족하다고 대답한 경우에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와 반대로 건강하지 않다고 대답한 분들은 여성들, 그리고 연령이 높을수록 그리고 비경제활동인구와 남한생활에 불만족하다고 대답한 분들 중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통계에서 보는 것처럼 북한이탈주민들이 10명 중 4명에 가까운 분들은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국립의료원에서 근무할 때의 경험으로는 입국초기에 안 아픈 곳이 없다고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병원을 찾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여러 과를 거쳐서 또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다 받아도 특이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그런 현상들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어서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에 나타나는 신체화 증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경우에는 점차적으로, 심리적으로도 생활도 안정되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예진: 네. 다음 시간에는 탈북자들에게 심리적 치료가 왜 중요한지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