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서 가수나 배우들 중에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생활 전반을 관리해주는 관리자가 있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가수나 배우들에게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접근하는 ‘친근한’ 사기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탈북자들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탈북자 사회에서 인정받는 성공신화의 주인공, 탈북 사업가에게 당할 줄은 몰랐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쌈짓돈을 들고 사라진 탈북 사업가에 대한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달 성공한 탈북자 기업의 대표인 한 모 씨가 갑자기 사라져 탈북자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됐던 사건이 하나 있었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그 동안 성공한 사례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탈북자들에게 그 사건은 커다란 충격이었는데요. 사실 저는 소문으로만 들어왔고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투자한 것도 없어서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는데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그 무역회사의 대표직을 맡고 있었던 한 대표는 탈북 후 국내로 들어와 2003년 회사를 설립해 한국산 비누, 샴푸, 치약 등을 중국에 수출해왔다고 합니다. 회사 매출이 400억 원, 3천9백만 달러 정도를 넘어서면서 한 대표는 성공한 탈북자로 유명해졌었습니다. 한 대표는 연 15~30%의 이자를 주겠다며 탈북자 등 200여명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뒤 지난달 중국 출장길에 올라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
사실 이자가 15%인데다가 성과금까지 준다고 하면 그것이 일반시중은행의 3-4%대의 이자율에 비한다면 귀가 솔깃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각종 매체들에서 성공한 탈북출신기업가로 소개가 되었고 또 노인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어서 봉사도 한다고 했고 앞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사업도 할 계획이라고 하였거든요. 취업이 어려운 북한이탈주민들을 60-70명을 직원으로 쓰면서 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하고 탈북자들이 경영하는 영세기업들도 도와준다는 등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탈북자들과 투자자들이 한푼 두푼 알뜰히 모았던 돈들을 투자했고 매월 이자가 나오는 것으로 안심하고 있다가 변을 당한 것입니다.
이예진: 투자하신 분들, 쌈짓돈이었을 텐데 얼마나 마음 아플까 싶은데요. 사실 그동안 한 모 씨의 기업은 탈북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성공적인 탈북자 기업으로 한국에서 주목받았었잖아요.
마순희: 그럼요. 많은 탈북자들이, 특히 창업을 계획하거나 이미 하고 있는 분들은 선망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회사에 견학도 가보고 또 실제로 몇 십 명의 직원들이 모두 높은 급여에 고가의 차를 영업용으로 타고 다니면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누구도 믿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노후자금으로 아껴 두었던 자금들을 투자하고 조금씩 모아두었던 돈을 모두 투자였고 심지어는 대출을 받아서 투자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예진: 은행 같은 곳에서 돈을 빌려서 투자를 했다는 거군요.
마순희: 네. 하긴 미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더라고요. 이번일이 터진 후에 어떤 친구는 몇 년 전에 회사가 어렵다는 소문도 있어서 투자한 동료들에게 주의를 주는 일도 있었었는데 오히려 잘 돌아가는 회사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주어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안 좋게 보기도 해서 다시는 관심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고요.
이예진: 그래서 믿고 투자하신 분들이 많았다는 건데요. 그 뒤로 상담소로 놀라서 문의한 탈북자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마순희: 저도 상담전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고 그 다음엔 도와줄 방도도 없고 하여 참 안타까웠습니다. 피해액이 몇 백억이 된다고 하면서 많은 분들이 어떻게 해결해 달라고 전화가 왔었습니다. 사실 남북하나재단에 속한 기업도 아니고 우리가 투자를 권유한 것도 아니지만 가슴 아픈 일이기는 매 한가지잖아요? 제가 아는 동료 분들 중에도 투자에 참여한 사람들이 여럿 되는데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 위로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투자를 할 때에는 잘 따져보고 신중하게 하도록 조언을 해 주기는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더라고요. 어르신들의 노후자금까지 빼 돌린 것을 생각하면 정말 용서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언니도 60대 중반이신데 청소업체에서 알바로 일하면서 한 푼 두 푼 모았던 돈을 투자했다가 그 소식을 듣고는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더라고요.
이예진: 그동안 한 대표가 중국에서 북한 식당을 수시로 출입했고,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춘 게 바로 중국의 북한 식당인 것으로 드러나서 한국 경찰은 한 대표가 탈북자들의 투자금을 들고 북한에 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북한으로 도망간 거라면 탈북자들의 쌈짓돈을 찾을 길이 없다는 게 참 안타깝네요.
마순희: 정말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도 가슴이 터질 일인데 정작 당하신 분들의 심정은 무슨 말로 다 표현을 하겠어요? 일반적인 탈북자들인 경우에는 중국에 있는 북한식당에 드나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많이 놀라더라고요. 사실 중국에 가더라도 웬만하면 북한식당 같은 곳은 일부러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거든요.
이예진: 위험할 수 있잖아요.
마순희: 당연하죠. 탈북자가 어떻게 북한식당을 제 발로 찾아갈 수 있겠어요? 지금 어떻게 해서든지 수습해보려고 대책위원회도 조직하고 하면서 노력하고는 있지만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다고 합니다. 지역의 경찰서 등에서도 피해자 가족들을 찾아서 생필품도 지원해 주기도 하고 또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등 지원 사업들을 하고는 있지만 피해를 회복하는 일은 어렵기만 한 것 같습니다.
이예진: 사실 탈북자들이 주축이 되어서 벌이는 사업들, 잘 되는 것도 있고, 잘 안 되다가 다시 일어서기도 하고, 탈북자들이 주축이 되는 사업들이 꽤 있죠?
마순희: 그렇죠. 사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정부와 민간단체 혹은 기업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공적으로 창업을 하든가 귀농으로 성공하신 분들도 엄청 많습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도 창업이나 귀농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많은 지원 사업들을 하고 있고 성공한 사례들도 많습니다.
한의원을 운영하시는 유명 의사 분들도 많으시고 전철우 냉면집 사장님을 비롯해서 음식점을 하시는 분들도 많고, 미용실, 스포츠센터, 김치공장, 두부공장, 편의점, 세탁소 등 식품업소들과 편의시설들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좀 많으신가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선호하는 귀농 즉 농촌에서 사업에 성공하신 분들도 많거든요. 저희 윗층의 부부도 진도에서 대형 오리 목장을 경영하여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고 전국적으로 닭, 오리, 개, 돼지, 한우 등 가축업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버섯이나 고사리, 딸기, 포도 호박농장 등 큰 농장을 경영하는 탈북자들도 많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창업을 하고 자영업으로 자기 가게를 가지고 일하시는 사장 분들이 엄청 많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창업이나 귀농을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심을 잃지 말고 신뢰를 가지고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 해보는 사업들이라 시행착오도 있고 어려움이 많기는 하겠지만 회사의 사장이나 단체의 회장, 대표 등등 직함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다 할 때에만 제대로 된 사업가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그렇죠. 한국에서 제대로 성공한 탈북 사업가들은 모두 노력한 만큼 성공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누군가 노력을 들이지 않고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다면 먼저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는 것도 탈북자들에게 꼭 필요한 말일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남북하나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