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가상세계에 빠진 탈북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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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최근 일반인들의 고민거리를 듣고 방청객이 최고의 고민으로 뽑은 고민거리의 주인공에게 상금을 주는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 인터넷 게임에 빠져 고민이라는 사람이 출연했습니다.

20대 젊은이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혼동할 정도였고, 일이 잘 안 풀리던 60대 남성은 집에 틀어박혀 8년간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쪽잠을 자면서 3만4천 달러 이상의 돈을 게임에 소진했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중독이 되기 쉬운 인터넷 게임에 빠진 탈북 청소년들의 고민거리는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탈북 청소년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지게 된 심리적 배경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 텐데요. 먼저 사례를 들어볼까요?

사례/요즘 사람을 죽이고 뭐 이런 게임은 어린애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많이 해요. 제 친구들도 어렸을 때 이런 게임을 하다가 대학교에 가면서 게임을 끊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총을 쏘고 괴물이나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컴퓨터 오락, 게임들이 청소년들의 정서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탈북 청소년 뿐 아니라 ‘게임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컴퓨터에 매달린 아이들이 실제로 많죠?

전진용: 네 최근 컴퓨터 게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데요. 행정안전부의 '2011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에 속하는 만 5~9세 아동 2만 명중 100%가 게임을 하기 위해 인터넷을 했습니다. 실제로 병원에서 면담을 해봐도 게임을 하면서 아이가 공격적이 되거나 충동적이 되고, 참을성이 많이 떨어지기도 하고요. 밥도 안 먹고, 밤에도 게임을 해서 학교에 가서도 졸거나 집중을 못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어린 아이들은 게임을 못 하게 하면 주변에 폭력적이 되거나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게임과 관련해서 이렇게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예진: 누구나 할 수 있는 오락거리인 게임에 빠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중독이 되는 데는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전진용: 네. 일단 게임의 특성이 있는데요. 저도 게임을 하다보면 다음 단계를 또 하게 되는 중독성이 있고요. 현실에서 주지 못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 게임 자체의 특성이 있고요. 청소년의 특성을 보면 교우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우울증이 있는 청소년들이 주로 현실 세계에서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가 어려움을 겪다가 가상 세계가 해결해주니까 빠지게 되는 거죠. 최근 청소년들이 통제력과 참을성이 많이 없어지면서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환경적인 영향도 있는데요. 부모가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을 관리하기 어려워지기도 하고,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도 게임을 하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또 술과 달리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법적인 제재가 없어서 게임에 빠지기 쉽죠. 게다가 요즘 외동아들, 외동딸이 많은데요. 혼자 자라면서 놀이 문화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예진: 그렇게 쉽게 빠질 수 있는 게임 중독이 미치는 악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진용: 네. 게임이 중독성이 있어서 게임에 몰두해서 잠을 자지 않거나 식사를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되고요. 게임 자체의 폭력성, 충동성 때문에 불안해하거나 신경질을 내며 부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학교에서 지각, 조퇴, 자는 등 수업태도에 문제가 생깁니다.

현실 세계에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게임에 빠지게 되는데요. 게임에 계속 빠져 있다 보니까 또 현실 세계에서 고립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현실 세계의 고립을 해결하기 위해 게임을 하지만 그래서 더 고립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일본에서는 사회와 담을 쌓고 혼자만의 세계를 갖는 은둔형 외톨이가 많이 생기는 현상이 생기기도 했고요. 게임의 폭력성과 공격성이 많아서 그런 점들이 현실 세계에서 노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예진: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은 게임이 어떻길래 이렇게까지 심각할까 생각하실 텐데요. 게임의 어떤 면이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게 하는 걸까요?

전진용: 일단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실과 가상 세계가 무너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현실 세계는 현실 세계대로, 가상 세계는 가상 세계대로 존재해야 하는데 게임에 몰두하다보면 그런 경계가 없어지니까요. 폭력적인 게임이나 충동적인 게임을 하면 현실에서도 그런 면이 나타나고요. 그러다보면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어려워지는 거죠.

이예진: 네. 순간적으로 빠르게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도피처로 게임을 택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게임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얼굴색도 어눌한 말투도 드러나지 않죠. 그래서 최근 탈북 청소년 뿐 아니라 다문화 가정의 혼혈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고 있는데요. 고민을 잊게 하는 순간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조사를 보면 다문화 가정의 인터넷 중독률은 37.6%로 일반 가정의 세 배 이상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탈북 청소년들의 고민은 어느 정도일까요? 다음 이 시간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