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가족단위로 한국에 정착한 탈북가정을 보면 어른들은 어디든 빨리 취업해서 돈을 벌려고 하고, 아이들은 적응도 하지 못한 채 남한의 아이들이 다니는 일반학교에서 그동안 배우지 못했던 공부를 한꺼번에 하느라 버거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낯선 땅에 와서 하는 첫 번째 선택,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한 생활이 더 수월할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어려워만 하는 선택, 그 중에 하나를 알아봅니다.
탈북 가정의 아이, 어떤 학교에 보내는 게 좋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탈북자들이 처음 한국에 와서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새로운 생활에 대한 적응 교육을 받은 다음에 스스로 하게 되는 선택들 중에 많은 질문을 받았던 것들을 알아볼 텐데요. 우선 하나원에서도 남한에서 살아가기 위한 직업 선택이나 교육도 하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이용방법이나 물건 사기 같은 크고 작은 일상에 대해 배우지만 그래도 말로만 들어선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원을 나와서 집을 배정받은 다음에 탈북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뭘까요?
마순희: 하나원을 나온 후 지역에 배치되면 1개월 정도의 지역적응교육을 받습니다. 하나원 교육은 실내에서 하는 교육 위주였다면 하나센터에서는 직접 자기가 살게 될 지역에서 현장을 체험하면서 교육을 받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대학교 4학년이라 사회복지실습을 하나센터에서 했는데요. 그동안 10년을 한국에서 살아 온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교육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하나센터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고 본인들의 정착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 교육기간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루빨리 돈을 벌어서 브로커비용이나 북한이나 중국에 두고 온 식구들을 도와주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교육을 받으면서도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이 취업에 대한, 돈을 벌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우선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예진: 그리고 가족이 함께 온 경우에 어른들은 직업을 찾아야하고, 아이들은 학교교육을 받아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많죠?
마순희: 예.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상담전화를 받은 사례인데요. 강원도 삼척에 살고 있는 30대 중반의 북한이탈주민여성의 전화였습니다. 9세 딸과 중국교포인 남편을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오게 했는데 문제가 많다고 했습니다. 살고 있는 곳에는 관광지라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식당이나 숙박업소 같은 곳은 많은데 남편이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남편이 농촌에서 오다보니 특별한 기술도 없고 해서 일자리를 찾다가 기숙사가 있는 충북의 한 반도체회사에 둘이 함께 가기로 했는데 아이가 걱정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회사근처에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있는지, 방과 후에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잘 알아보고 결정하도록 하라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며칠 후에 다시 전화가 왔는데 회사가 외진 곳에 있어서 초등학교는 버스를 타고 가야 되는데 방과 후에는 애를 맡길 수 있는 복지시설도 없어서 대안학교에 아이를 맡기고 부부만 충북에 내려갔다고 하더군요.
이예진: 말씀해주신 사례를 들어봐도 잘 몰라서 아이에게 어떤 교육이 맞는지 충분히 따져보지 못하게 된 것 같은데요. 말씀해주신 사례의 아이에게는 어떤 학교의 교육이 맞을까요?
마순희: 9세의 여아에게 있어서 가장 맞는 교육방법은 두말할 것 없이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부모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맞벌이 하면서 애를 제대로 돌보지 못 하는 경우에는 사례의 어린이처럼 대안학교에서 공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안학교에는 함께 살면서 공부도 함께 하는 선후배들이 서로 형제처럼 지내면서 도와주기 때문에 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것보다는 공부나 정서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교육 공백기가 많은 무연고 탈북 청소년이나 부모가 있지만 피치 못할 사정의 청소년들의 학업을 위하여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한겨레중고등학교를 비롯하여 여명학교나 삼흥학교 등 많은 대안학교들이 설립되어 탈북청소년들의 교육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런데 제 생각에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통해 적응을 좀 더 한 후에 정규학교에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바로 일반학교에 다니게 하는 가정도 많은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대안학교를 다니더라도 언젠가는 정규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대안학교들에서 북한에서 온 청소년들을 친 혈육처럼 돌보아 주면서 학업공백기를 단기간 내에 속성으로 극복하고 정규학교에 복귀하거나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북한이나 혹은 중국에서 다니던 학교와 공백기가 그리 크지 않은 경우에는 정규학교에 보내어 적응하도록 하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물론 초기에는 언어적인 문제와 성적부진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얼마 안 가서 잘 적응해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 초등학생 두 아들을 데리고 온 부부가 있었는데 부모도 적응을 잘 하여 부부박사로 성공적인 정착사례를 보이고 있지만 두 아들도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두 아들이 처음 초등학교에 가서 적응을 잘 하지 못 할 때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당사자들의 노력의 결과 지금은 큰아들은 대학생으로, 작은 아들도 중학교에서 학교회장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적응의 문제는 사실 탈북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남한과 북한의 교육현실이 너무 다르잖아요. 그래서 새로 배워야 할 게 참 많다는 게 탈북 청소년들에게 1차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어요.
마순희: 예.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에 입국하면 합동심문자료를 바탕으로 학력을 인정하고 각 급 학교에 입학 또는 편입학할 수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남북한의 학제가 서로 다르기는 합니다. 북한은 소학교 4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 4~7년의 학제를 가지고 있죠.
이예진: 네. 올해부터 북한의 소학교와 중학교 학제도 좀 바뀌긴 했고요.
마순희: 네. 그리고 남한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으로 되어 있잖아요. 북한이탈주민이나 자녀들은 본인의 학력에 따라서 각 급 학교에 입학 또는 편입학할 수 있는데 학력공백기가 많이 있거나 적응하기 어려울 때에는 대안학교를 통하여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고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예진: 그래서 탈북 청소년들의 마음이 참 바쁩니다. 그래도 꼭 필요한 교육,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건 아닌데요. 다음 이 시간에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학교인 대안학교에 대해, 그리고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맞춤교육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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