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치료

강원 강릉시주문진보건출장소가 최근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황혼기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건강교실을 운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원 강릉시주문진보건출장소가 최근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황혼기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건강교실을 운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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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화재나 붕괴, 눈사태나 난파사고 등 각종 재난, 재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남은 안도보다 그 이후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한데요.

트라우마, 즉 정신적 충격이나 마음의 큰 상처로부터 벗어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탈북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우울증이나 불면증도 북한에서나 탈북과정에서 겪은 마음의 상처가 크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마음치료,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들 중에 여기저기 아파서 병원에 가보면 결국 마음의 상처때문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마순희: 네. 40대의 한 여성은 계속 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 열이 나고 어지럽다고 호소하는데 실제로 검사해보면 약간의 미열 정도고 빈혈검사를 해보아도 다 정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본인은 항상 힘들어하고 어느 날은 병원에 오다가 쓰러졌다고 전화가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예약일마다 꼭꼭 병원에 오던 분이 어느 날부터 병원에 오지 않더라고요. 혹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병원에 안 오는지, 병은 차도가 있는지 걱정되기도 하던 때에 어느 날 갑자기 일고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딸의 손목을 잡고 그 여성이 병원에 나타났습니다.

얼굴이 많이 밝아지고 전혀 아픈 기색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았더니 지금은 취직해서 일하고 있는데 아픈 곳이 하나도 없다면서 그 때에는 왜 그렇게 아팠었는지 자신도 믿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 중국에 두고 와서 항상 마음을 아프게 했던 남편과 딸도 데려오고 남편도 한국에 와서 회사생활을 잘 하고 딸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행복하게 살다보니 자연적으로 건강이 회복되더라는 겁니다. 아, 정말 마음의 병이 그렇게 실제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었구나 하고 다시 한 번 깨달은 계기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의외로 적지 않더라고요.

이예진: 맞아요. 여러 가지 질병들이 있는데 잘 낫지 않은 원인 중 하나로 심리적인 부분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더라고요. 북한에서는 정신과적인 치료에 대해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마음의 병이 몸도 아프게 하죠. 5월은 특히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같은 가족과 함께 하는 집안 행사가 많은 가정의 달이어서 고향 떠나 혼자 오신 분들은 심적으로도 좀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마순희: 네, 대한민국에서 1년 중 가장 기념일이 많은 달이 5월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1절은 북한에서도 기념하는 노동자들의 명절이지만 그 외에도 5월 5일 어린이 날, 5월 8일 어버이 날, 5월 16일은 성년의 날, 그리고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라고 하잖아요? 정말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의미 있는 기념일들이 많은 달이기에 5월에는 유달리 여러 가지 행사들도 많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가족이 함께 오지 못한 분들 경우에는 가족생각이 더 간절해지는 5월이기도 합니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경우에는 아마도 5월이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예진: 탈북자 분들이 심리적인 치료에 거부감을 갖거나 하지는 않나요?

마순희: 맞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고 하면 신경환자들이나 가는 곳으로 알고 있거든요. 북한에서는 49호 병원이라고 하여 신경환자들이 격리치료를 받는 곳이 따로 있거든요. 한국에 와서 정신과 상담이나 진료를 받으라고 하면 마치 내가 무슨 신경환자나 되는 것 같이 생각되어 가기를 꺼리게 되고 또 가더라도 누가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서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것입니다.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는 질병들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심리적인 질병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오래 적응할수록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이번에 상담을 하였던 강서구의 60대 후반 여성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어느 날 그 여성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우울증을 치료하는 기계가 있다고 하는데 국립의료원에 가도 그런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 알아보고 전화를 드리겠다고 하면서 누가 우울증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지 물어보았더니 본인이 몇 년 동안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워낙 명랑해서 우울증이라고는 생각 못했거든요. 그분은 북한에서 간호사로 근무하셨고 교사로 근무하던, 참 북한에서는 교원이라고 한답니다. 딸과 함께 한국에 오셨습니다. 북한에 아들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아들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몇 년 전부터는 한국에서 잘 정착하고 있던 딸이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러다보니 그 분은 몇 년 동안 우울증과 불면증 치료를 받아오고 있었는데 워낙 밝은 모습만 보여서 저도 미처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이예진: 속으로 많이 아프셨겠군요.

마순희: 네. 불면증은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잠을 잘 수가 있는데 우울증 증세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괜히 열이 나는 것 같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의욕이 떨어져서 어떤 날에는 하루 종일 멍하니 있을 때도 있고 살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때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누가 자신을 비웃는 것 같고, 뒷소리를 하는 것 같아서 사람들 많은 곳은 가기도 싫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간호사로 일하시던 분이라 스스로 억지로라도 우울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는 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심리적 충격을 많이 받았던 탈북자들인 경우에는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이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특히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분들이 심하더라고요. 사실 남한에서도 정신과는 좀 꺼리는 곳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심리적인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면서 좀 분위기가 바뀌었는데요. 탈북자 분들에게도 심리적인 치료가 왜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그래서 많은 병원들과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심리인정을 돕는 프로그램들이 있고요. 특히 국립의료원에 북한이탈주민 트라우마 치료센터가 금년에 개설되기도 했습니다. 트라우마는 정신적인 충격을 말하는데요. 탈북자들에게 특히 많은 게 북한에서나 탈북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충격입니다. 그래서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증, 불면증, 악몽, 가슴 두근거림, 두통 등 증상에 따라 3주간의 입원치료도 무료로 가능하도록 되었습니다.

참, 아까 말씀드린 그분의 상담전화를 받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더니 진짜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의료기기가 있더라고요.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우울증은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물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는, 전문용어로 말하면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약물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는 이런 우울증 환자들인 경우에 자기장을 이용하여 두뇌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억제시키도록 하는 의료기기를 이용한 치료 방법도 적용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의료기기 전문업체에서 만든 이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성인 환자의 우울증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자기장 자극기 제품의 허가를 획득하고 2014년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신기술 인증을, 2015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것을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아주대 병원을 비롯해서 30여 곳의 병원에서 치료에 도입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가장 많은 의료혜택을 주고 있는 국립의료원에도 상담실에 전화를 해보았더니 그 기기를 우울증 치료에 이용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에게 다시 전화를 해드렸습니다. 나도 미처 몰랐는데 정말 의료기기를 이용해서 우울증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국립의료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 하루빨리 완치되기를 바란다고 전화해주었습니다.

이예진: 이제는 탈북자들도 적극적으로 심리치료에 나서고 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 중에서도 지금 몸이 아프다면 혹시 낫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있는 건 아닌가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