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탈북자의 상속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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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남북 분단 후 남아 있는 이산가족의 수는 이제 6만 여명. 흐르는 세월만큼 그 숫자도 줄어들고 있는데요. 그나마 탈북으로 만나는 이산가족도 있습니다. 하지만 긴 세월만큼이나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어느 탈북자의 상속문제를 들어보시죠.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헤어졌던 가족 사이의 법적인 문제도 종종 생기는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탈북자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브로커 등을 이용하여 서로 연락이 가능해 지면서 남북주민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사례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정부는 2012년 5월부터 남북주민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시행함으로써 이런 사례들에 대한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우리 탈북자들 중에도 그런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에 제가 알게 된 사례인데요. 지금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기는 그렇지만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국군포로의 보상금 문제로 분쟁이 있는 사례입니다. 상담을 해 온 40대의 탈북여성의 아버지는 국군포로였고 북한에서 살다가 10여 년 전에 탈북하여 한국에 입국하였습니다. 북한에서 결혼하여 처와 네 자녀가 있었는데 딸인 그 여성이 한국에 왔을 때에는 아버지가 건강이 많이 악화되어 거의 운신을 못하시고 다른 분의 보호를 받으면서 살고 계셨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을 핑계로 딸과 함께 살 수 없다고 하여 함께 살지도 못하다가 아버지가 사망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보상금을 함께 지내던 분이 후견인이 되어 관리하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로 석연치 않은 문제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법률적인 문제들을 잘 모르고 얼마 정도 주는 돈을 받고 지내다가 확실히 해야 되겠다고 생각이 되어 지금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그 여성이 알고 싶은 것은 상대측에서 일정한 금액으로 합의를 하자고 하는데 그 제의를 수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몰라서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한국정부는 남한으로 귀환한 국군 포로에게 보상금과 연금을 주고 의료•주거 지원 등을 하고 있죠. 특히 보상금이 수십만 달러에 달한다고 들었어요. 상담 사례를 보면 남한에 가족이 없었던 아버지 대신에 후견인이었던 분이 돈 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긴데, 탈북한 자녀가 인정을 받았고 돌아왔으면 그 재산을 다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마순희: 그래서 제가 구체적인 내용도 다 알지 못하고 또 변호사가 아니라서 정확한 대답을 줄 수는 없지만 한 가지만은 이야기해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의 상속재산이기에 지금 한국에 온 그 여성 뿐 아니라 북한에 계시는 어머니와 나머지 세 형제에게도 똑같은 상속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여성의 경우 아버지의 사망으로 상속재산은 어머니 1.5, 자녀들 각각 1, 즉 1.5:1:1:1:1의 비율로 상속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상속재산의 일정부분을 합의형태로 본인이 받게 되면 어머니나 나머지 형제들이 한국에 오는 경우 또 다른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꼭 참고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그런데 전쟁 때 헤어져 살았던 가족을 찾았다가 이런 문제가 탈북자들 사이에 종종 생기기도 하나요?

마순희: 우리 북한이탈주민들 경우에 특히 북한에서는 월남자가족이라고 핍박을 받던 분들인 경우에 한국에 와서 월남했던 가족들을 만나는 경우들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그 분들도 먼저 이 땅에 내려와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사업에 성공하여 적지 않은 부를 이룩한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후에 내려 온 가족들이 그 재산을 물려받고 그것을 밑천으로 비교적 쉽게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생활기반을 마련한 사례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이기는 하지만 어렵게 가족을 찾았는데 반가워하기보다는 경계하는 경우들도 있어서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예진: 남한에 이미 있는 또 다른 가족들에게도 경계하는 부분이 있다는 거군요.

마순희: 그렇죠. 직접 관계되는 분들은 연세가 많으셔서 돌아가시거나 살아계시더라도 거의 활동을 할 수 없는 분들이 많다보니 그 자녀들, 또 그 자녀들에게는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알지도 보지도 못 하던 자손이나 형제들이 반갑기보다는 상속재산을 나누어야 하는 상대로, 상속재산이나 바라는 그런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겠지요. 우리가 하나원에서 알고 지내던 한 어르신은 그래서 한 번 찾아가서 인사한 후로는 찾아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분들이 우리 주위에도 의외로 여러 사람 되더라고요.

이예진: 이산가족의 경우 분단 이후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사실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보상금이나 상속재산 등에 관한 문제가 법적으로 굉장히 복잡해지잖아요. 이런 맥락에서 어려움을 겪는 탈북 자녀들도 있는 것 같네요.

마순희: 네. 저도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 했었는데 지금 법률정보학원에 다니면서 대한민국의 민법에 대해 배우다보니 알게 된 내용들인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법에 대해서 알 던 모르던 평범하게 살아가는 데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법을 잘 알지 못하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더라고요. 당연히 찾을 수 있는 본인의 권리도 모르면 행사할 수가 없으니까요. 참, 법률행위에 대하여 배우면서 저도 유명한 말을 알게 되었는데요.

"법은 권리 위에 잠들지 않는 자를 돕고 잠자는 자를 돕지 않는다"는 말이랍니다. 소중한 자신의 권리를 위하여 노력하지 않으면 누가 찾아주지는 않는다는 말인 것입니다. 그 여성분도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번 소송 건을 통하여 법률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에겐 법적인 절차가 어렵게만 여겨질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먼저 이야기하던 여성 분 경우에도 변호사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변호사가 재판을 하더라도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상속재산의 1/n 이라고 하는데 그게 이길 수 있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재판에서 진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이예진: 북한의 청취자분들도 1/n이라고 하면 모르실 것 같아요. 밥을 사먹을 때도 이런 말을 자주 하잖아요. 사람 수대로 나눠 낸다는 거잖아요. 여기에서 n은 number, 사람 수를 말하는 거죠. 법적으로도 적용이 되네요.

마순희: 네. 그래서 변호사가 아까 1/n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면 그것은 사람 수대로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을 수 있다는 말, 즉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법적 용어인 조정기일이니 답변서니 하는 말들이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기에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었더니 너무 고맙다고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살면서 법적으로 얽힐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탈북자들에게는 생활 속의 법도 잘 알고 있어야 작은 피해라도 보는 일이 없다고 하는데요. 탈북자들이 알아야 할 생활 속의 법, 다음 이 시간에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