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최근 중독에 대한 개념은 약물중독을 넘어 도박, 식이장애, 물건을 사들이는 쇼핑중독, 게임중독 등 행위의 중독 개념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본인이 아무리 절제를 하려고 해도 저항할 수 없는 충동으로 반복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지난 시간에 청소년들이 주로 빠지는 게임중독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오늘은 어른들의 위험한 놀이, 도박 중독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에진: 지난 시간에 청소년들이 현실 도피 수단으로 게임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길 했는데요. 어른들은 게임보다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도박이라고 하면 북한에서는 주패라고 하는 카드 도박이나 화투를 이용한 도박을 주로 하는데요. 어른들 중에서는 게임중독과 비슷한 이유로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요?
전진용: 네. 그렇습니다. 어른들 역시 청소년과 비슷한 이유로 현실에 문제가 있거나 불안, 우울이 있는 경우에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성향이 큽니다. 이럴 때 술이나 담배에 빠지기도 하지만 도박에 중독이 되어서 순간의 만족감, 쾌감에 빠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예진: 네. 한 번 빠지면 가산을 탕진할 정도라고 하는 도박에 탈북자들도 빠져있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먼저 사례를 들어보시죠.
사례: 저 아는 분도 남편이 취직에 실패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밖에 아예 안 나가고 도박을 해서 힘들어 죽겠다는 여성분이 있었어요. 상담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데 본인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더라고요.
3, 40대 탈북자 중에 적응이 애매해지면서 새 직장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빠질 확률이 많죠.
이예진: 일반적으로 도박에 빠지는 원인을 앞서 말씀해주셨는데요. 탈북자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사회 부적응 탓이겠죠?
전진용: 네. 먼저 도박에 빠지는 원인을 보면 유전적으로 타고나서 충동적이고 중독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고요. 또 탈북자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불안이나 우울 같은 정서적인 측면, 심한 정신적 타격 등으로 현실에서 도피하려다가 도박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가정적인 문제가 생기거나 혼자 남한에 살면서 누군가 돌봐줄 수 있는 상황이 줄어들면서 도박에 빠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예진: 도박을 통해 큰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탈북자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너무 위험한 유혹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진용: 네. 일단 도박의 문제가 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죠. 도박을 한 번 시작하면 따도, 잃어도 문제가 됩니다. 돈을 한 번 따게 되면 계속 도박을 하게 되죠. 그러다 잃게 되고요. 만약에 잃게 되면 다시 만회하고 싶은 심리가 있기 때문에 돈을 딸 때까지 계속 하게 되는 거죠. 돈을 따면 잃는 시점까지, 돈을 잃게 되면 만회하는 시점까지 계속 하게 되는데 그래서 도박에 한 번 빠지면 늪에 빠진 것처럼 헤어 나올 수 없게 되고요. 그 과정에서 굉장한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돈을 따는 순간의 쾌감이 술을 마시거나 심지어 마약을 할 때의 쾌감과도 비슷하기 때문에 한 번 그 쾌감을 느끼면 중독이 되고 중독성과 더불어 돈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에 계속 도박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겁니다.
이예진: 그렇다면 탈북자들도 그런 데에 매력을 느껴서 도박에 빠지는 경우도 있을까요?
전진용: 아무래도 처음엔 우울이나 불안, 현실 도피로 도박에 접근했다가 한 번 접근하면 도박의 성향 때문에 쾌감으로 자극받게 되어서 중독에 빠지게 되는 특징이 있는 거죠.
이예진: 아까 사례에서 들으셨지만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스스로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라고 말하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전진용: 다른 중독과 달리 자신이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약물중독이라면 신체적인 의존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약을 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도박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는 행위밖에 없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안 할 수 있다, 돈을 따기 때문에 하는 거다, 이것만 만회하면 끊을 거다’라고 생각하는데요. 결과적으로는 도박을 하면서 느꼈던 재미와 쾌감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거죠. 또 도박을 하는 성향 중에 현실의 불안과 우울로부터 도피하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현실로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서 돌아가기 어렵게 됩니다.
이예진: 도박은 끊기가 어렵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치료도 전문적인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전진용: 도박중독의 치료는 술이나 약물 중독보다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도박중독에 어떤 약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 것은 없고요.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사용합니다. 이런 약물 치료 외에 인지행동 치료라는 게 있는데요. 중독에 빠지게 되는 습관을 개선해주는 치료입니다. 인지 치료는 치료 목적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는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또 심한 경우에는 입원을 하게 되는데요. 입원을 하지 않으면 금전적인 손실이 늘고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요.
특히 탈북자들은 우울이나 불안, 현실 세계로부터 도피의 목적으로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우울이나 불안, 사회 적응의 문제를 도와주는 치료가 필요한 것이죠. 사실 이들 탈북자에게는 도박중독이 하나의 현상일 뿐이고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울이나 불안, 현실 적응의 문제가 깔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도와주는 것도 도박에서 빠져나오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예진: 네. 근본적인 도움이 먼저군요. 일반적으로 도박중독자의 비율은 전 인구의 1~2%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지만 한 번 빠지면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도박을 끊게 되면 현실에 적응하는 문제 때문에 중독자는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하는데요.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혼자 견디지 않도록 한국에서는 중독예방 치유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에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어떤 어려움에도 희망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