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새로운 일이나 환경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오래도록 그 두려움이 해소되지 않을 때 마음의 병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어려워하는 두려움 내려놓기, 오늘의 주제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낯선 삶을 새로 시작하는 탈북자들이 갖는 당연한 두려움과 그 두려움이 오래도록 해소되지 못했을 때 생기는 현상들에 대해 얘기해볼 텐데요. 먼저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마순희 선생님께 들어보시죠.
사례1/ 며칠 전에 전화가 왔는데요. 40대 중반의 여성이었는데 9살 아들과 중국에서 왔대요. 아직 주택이 나오지 않아서 쉼터에 살고 있는데 밤에 잠이 안 온다고 전화를 했어요. 북한을 떠난 지 오래고, 중국에서 한족과 살다보니 아들이 한국말을 하나도 모른대요. 소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 왔는데 한국에서 어떻게 공부를 잘 할 수 있을지, 자신도 한국에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해서 잠이 안 온다고 울면서 전화를 했더라고요. 이런 전화가 오면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지 저도 막막하더라고요.
이예진: 네. 탈북자들이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 것 같은데요. 어떤 선택을 통해서 어떤 직장을 가질지, 어떤 선택을 해서 어떤 지역에서 살고,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삶을 살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가 종종 얘기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당연한 것이잖아요?
전진용: 네. 누구나 낯선 곳에 가면 두려워하고 긴장하는데요. 탈북자들만 해도 한국에 와서 어떤 지역에 살지, 어떤 학과에 갈지, 어떤 물건을 살지 그런 것들을 다 고민하는데요. 그건 당연한 현상이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은 문제인데 당시에는 혼란스러운 문제죠. 이런 고민이나 걱정은 인간이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예진: 그런데 한국에 정착한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어떤 게 좋은 선택인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있다는 거죠. 사실 '좋은 선택이었다'라는 건 지나고 난 뒤에나 알 수 있는 일이잖아요.
전진용: 네. 어떤 선택을 해서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요. 어떤 물건을 살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역시 써보거나 먹어봐야 알 수 있죠.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맞는 사람인지도 지내봐야 알 수 있는 건데 탈북자들의 경우는 경험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더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수동적으로 살았기 때문이죠. 직장이나 거주지도 국가에서 정해주는 대로 수동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고요. 두 번째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왔을 때 정보력이 떨어진다는 거죠. 잘못된 정보나 부족한 지식 때문에 선택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예진: 맞습니다. 우선은 부딪치고 스스로 겪어봐야 어떤 게 좋은지, 별로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처음 한국에 와서 갖는 탈북자들의 두려움, 어떻게 하면 좀 빨리 해소가 될 수 있을까요?
전진용: 일단 모든 것에 두려움을 놨으면 좋겠는데요. 모든 사람들이 다 겪는 문제니까 두려워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해서 선택을 하면 되고요. 선택을 한 다음에는 후회보다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다음에 비슷한 선택을 할 때 교훈 삼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만약 잘못된 선택이나 실패를 했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고요. 정보력 부재나 낯설기 때문에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걸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처음에는 누구나 다 그럴 수 있죠.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런데 남한에서 산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선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죠?
전진용: 네. 점점 위축돼서 선택을 할 수 없게 되기도 하고요. 그러다 불안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특히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부터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있기 때문에 불안이 심해지면 경계나 의심이 더 심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선택보다 정해주는 것에, 받는 것에 익숙한 탈북자들은 한국 정부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과 혜택에 대해서도 당연하게 여기거나 경제적으로 자립한 뒤에 없어지는 혜택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사례를 들어보시죠.
사례2/그리고 북한에선 직업도 다 배치로 되고 생활 자체가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데 한국에 와선 자유가 좋긴 하지만 모든 걸 본인이 선택해야 하니까 너무 어려운 거예요. 처음에 와서는 생활이 어려우니까 국가에서 다 보장해줘서 생활하다가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이 갖춰지면 자립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수급자 자격이나 의료급여 같은 게 없어지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만을 갖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예진: 심지어 자립기반이 생긴 다음에도 생계비나 의료비 등의 혜택을 계속 받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생활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도 정부의 지원을 계속 받고자 하는 마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전진용: 어떻게 보면 멀리 못 보는 문제기도 한데요. 어린 아이가 처음에 기어가다가 잡고 걷고 그러다 놓고 스스로 걸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놓고 걸으면 넘어 질까봐 계속 잡고 걸으려고 하죠. 그런데 길게 봤을 때 안 잡고 걸을 수 있으면 활동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탈북자들이 지금 당장 눈앞의 것을 바라보기보다는 좀 멀리 보고 지금 상황의 것을 내려놓으면 궁극적으로 더 잘 적응하고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그런 판단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이예진: 누구나 나의 불안함이나 초조함, 두려움의 근원이 뭔지 그래서 가끔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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