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중독자와 가족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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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들도 최근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성인들은 인터넷으로 도박을 해서 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도박에 빠진 연령은 30대가 35.0%로 가장 많았고요. 20대가 29.0%, 40대 23.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넷 도박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200만 원에서 399만 원, 천7백여 달러에서 3천3백80 달러가량을 번다는 사람이 약 38%로 가장 많았고, 월평균 소득이 850 달러에서 천7백 달러 사이의 도박자들도 20%대를 기록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오늘은 도박에 빠진 사람들과 그 가족의 역할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한국에서 최근 인터넷 도박 등에 빠진 중독자들을 위한 모임이나 상담, 사회적인 장치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데요. 탈북자들 중에는 도박을 치료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도박 중독에 빠진 가족들의 경우도 그렇고요.

전진용: 탈북자들이 심리적인 문제로 병원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거든요. 북한에서 술이나 도박 중독으로 치료를 받았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무슨 이런 것으로 치료를 하나 싶은 거죠. 그러다보니 이런 중독을 질병으로 보지 않고 언제든 끊을 수 있는 개인의 취미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기 굉장히 어려운데요.

도박의 특징 중의 하나가 완전히 끊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거든요. 담배를 많이 피우다가 줄인다고 해서 끊을 수 있는 게 아니고 한 병의 술을 마신다고 해서 술을 한 잔으로 줄이는 것도 사실 약간의 도움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도움은 안 되거든요. 작정하고 끊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죠. 마음으로는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 안 되는데요. 치료를 받으려면 우선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기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그래야 또 치료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들도 힘을 보태야 할 것 같네요.

전진용: 실제로 가족들이 도박자에게 도움을 주기보다 치료의 정반대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도박자는 스스로 자신을 조절하기 어렵거든요. 이런 때에 가족들의 설득이나 비난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특히 돈 문제와 관련해서 가족이 비난을 하게 되면 이번에는 꼭 만회를 해야겠다고 오히려 부추기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요. 혹은 가족들이 감싸는 경우도 있는데요. 돈을 대신 갚아주거나 도박자의 실수를 덮어주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가족들이 도박자를 비난하거나 대신 해결해주려 하는 것도 모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예진: 그렇다면 가족들의 태도가 참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좋을까요?

전진용: 가족들도 도박자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당사자 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정신만 차리면 된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중독될 정도로 힘든 상태에서는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주변에서도 인지해야 하거든요. 단순히 성격이 나약하거나 의지가 약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닌 거죠. 도박의 중독적인 속성, 한 번 하면 빠질 수 없게 만드는 속성들이 있기 때문에 도박자 스스로는 빠져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들 역시 빚을 갚아주거나 그저 조바심만 내면서 대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고요.

특히 가족들이 도박자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도박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도박을 왜 하게 됐는지 그 사람의 가족적인 갈등, 적응의 어려움, 심리적인 우울 등에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고요. 남한에서는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가족이 모이는 단도박 모임이 있거든요. 도박에 빠진 사람이 가족 중에 있으면 가족들도 모두 지치고 우울하게 되거든요. 그러다보면 도박자를 구해낼 수 있는 힘이 부족하게 되죠. 주변에서 잘 살피고 내가 건강해져야 당사자도 건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필요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두 번의 실패로 도박을 끊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길게 볼 필요가 있는데요. 3개월 끊었다가 다시 도박을 하거나 1년 뒤에 다시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예진: 담배도 그렇고 술도 그렇죠.

전진용: 네. 모든 중독이 그렇죠. 한 번 시도해봤다, 한 번 끊어봤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실패를 비관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치료에 희망을 갖고 여러 번 시도해서 결과적으로는 끊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죠. 길게 봤을 때 여러 번 실패를 하다가 결국 성공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잠깐 실패하는 것에 상처받거나 연연할 필요는 없고요. 좀 더 넓고 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예진: 희망은 있습니다. 가족이 해야 할 일들, 중독자의 자세에도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치료에 희망을 갖는 것, 이게 치료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태도라는 것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