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밑천

강릉아산병원이 강릉경찰서와 연계해 경찰수련원에서 북한이탈주민인 새터민의 건강을 위한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이 강릉경찰서와 연계해 경찰수련원에서 북한이탈주민인 새터민의 건강을 위한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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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절대 건강은 자만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건강을 너무 염려하는 것도 병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물론 그 어느 쪽도 치우치는 건 좋지 않겠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은 어떨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 의료혜택을 어떻게 받는지 몰라서 못 받는 분들도 계시지만 평소 건강관리에 관심이 없으시거나 병원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평소 소화가 잘 안되던 분이 예방 차원에서 하는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위암이 의심된다는 의사소견이 있어 큰 병원에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당장 아프지도 않은데 왜 가냐는 분도 계셨다고 하셨죠?

마순희: 네. 물론 아니라면 더 말할 수 없이 반가운 것이지만 만일 정말 위암이 맞는다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 완치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사례를 들어가면서 잘 설득해서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을 그 분 역시도 모르지 않거든요. 그렇게 건강검진을 시답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분들은 건강검진표가 나오면 꼭꼭 받군 합니다. 그리고 나이 드신 분들의 경우에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앓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의사의 처방에 따라서 필요한 약을 복용하고 음식 식단을 조절하고, 정말 건강관리를 명심해서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에게 적용되는 의료혜택이 있어 경제적인 부담이 덜하다보니 감기만 걸려도 병원에 꼬박꼬박 가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마순희: 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젊은 분들인 경우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면서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사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 북한에서 살 때도 물론 그렇지만 탈북과정에서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기 쉽고 또 신분상 정상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본인들의 경험에 의해 약을 구입하든가 민간요법으로 대체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병에 대해서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자신하기도 합니다. 북한이나 중국과 다른 한국의 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말투가 표가 나다보니 하고 싶은 말도 다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예진: 특히 지역별로 규모가 큰 종합병원들에서는 내과도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혈액내과, 노년내과, 내분비내과 등등 진료과목별로 100여 개 정도 되는 과들이 나뉘어 있고 접수하는 곳부터 진료를 받고 초음파나 컴퓨터 단층사진이라고 해서 뼈나 장기들을 정밀하게 찍어보는 검사 등은 또 다른 과에서 이동해서 받아야 해서 보통 한 번 병원에 가면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할 일이 많아서 어르신들이 큰 병원에 가면 헤매는 일들도 있더라고요. 그러니 더 꺼리실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선지 남한에 오래 사셔도 북한에서 쓰던 민간요법을 그대로 활용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마순희: 네. 특히나 입국 초기에는 오히려 남한의 현대화된 의료시설과 체계에 불신을 보이기도 한답니다. 그런 실정을 잘 알기에 국립의료원이나 서울 의료원을 비롯해서 북한이탈주민 상담실이 병원 내에 자리 잡고 있어서 병원을 찾는 우리 탈북자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된답니다. 제가 국립의료원 상담실에서 상담사로 근무할 때에는 잊을 수 없는 사례들이 참 많았습니다. 북한에서는 의사들이 환자가 들어오면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묻기도 하고 열을 재보고 가슴에 청진기를 대보고 맥박을 짚어 보기도 하는 등 서로 교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많이 발전하다보니 현대적인 의료기기들을 이용해서 검사를 하고 혈액검사 등을 하다보면 병명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요?

한 환자의 경우 간이 많이 안 좋아서 설명을 해드리고 약 처방을 해주었는데 한사코 거부하더랍니다. ‘선생님, 저는 원래부터 소화가 좀 안되기는 하지만 간은 튼튼합니다. 위라면 모를까 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이래서 간에 문제가 있어도 소화가 안 될 수 있다고 재차 설명을 해도 계속 자신의 이야기만 고집하기에 의사 선생님이 참다못해서 한 마디 하신 거죠. 본인이 그렇게 잘 아시면 차라리 약국에서 약을 사서 드시던가 하시지 의사의 지시도 따르지 않을 거면서 병원에는 왜 왔느냐고요. 참 초기에는 그런 사례들처럼 호상 이해가 안 되어 물의를 일으키는 현상들이 비일비재했고 상담실은 그 가운데서 중재자 역할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서로 이해를 하면 의사선생님도, 환자도 모두 고마워하더라고요.

이예진: 그래서 선생님 같은 역할이 필요한 거죠. 그리고 젊은이들은 건강을 과신하는 경향이 많은데 요즘엔 남한 젊은이들도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 예방 차원의 건강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탈북자 분들도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순희: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반을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건강이 중요한 것이지만 정작 건강할 때에는 누구나 그 말의 참뜻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헌장에는 ‘건강이란 질병이나 단지 허약한 상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육체적·정신적 및 사회적인 완전한 안녕상태를 말한다’라고 건강에 대하여 정의되어 있습니다. 즉, 육체적으로 건강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안녕상태를 유지하여야만 건강하다고 본 것입니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한 걸음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아파서 한방병원, 북한에서는 군병원 동의과에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3층 입원실에서 내려다보이는,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고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건강하게 걸어 다닐 때 왜 한 번도 그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가슴 저리게 후회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누구에게나 평생을 살면서 건강은 가장 소중한 밑천입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죠. 이상이 생긴 다음에는 한 발 늦은 겁니다. 한 번 건강을 잃으면 본인과 주위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과 함께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함께 안겨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몸과 정신이 다 같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가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가요?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모든 분들이 자신의 건강을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건강과 정서, 그리고 건전한 식생활습관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예진: 네. 특히 남한에 계신 탈북자 분들 중에는 정신 건강을 잘 챙기고 있을까가 걱정입니다. 낯선 환경, 전혀 다른 사회에 적응하는 일부터 북한에 남은 가족 생각까지, 모두 마음의 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북한의 청취자 분들 중에는 제 때 병원에 못 가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아울러 몸이 아플 때, 혹시 살기 바빠 생각지 못한 마음의 병 때문은 아닌지도 찬찬히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