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좋으냐고. 처음엔 원해서 시작했던 직업도 시간이 지나면 ‘먹고 살기 위해 하지, 좋기만 하겠냐’는 응답이 아마 가장 많을 겁니다. 하물며 자신의 적성, 그러니까 자신의 소질이나 성격 등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면 어떨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부터 탈북자들의 직업 선택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 막막할 것 같기도 한데요. 어떤 일이 자신에게 맞을까 이런 것도 궁금하실 것 같아요. 탈북자들은 정착기관인 하나원에서 어떤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적성검사를 하게 되는데요. 선생님도 상담사나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들에 대한 부분이 적성검사에서 나왔다는 거죠?
마순희: 네. 전문가로 일하면 좋다는 게 나왔죠.
이예진: 사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에 대해서는 사실 남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중 하나기도 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 정말 자신에게 잘 맞는지, 자신이 원하던 일이 맞는지는 겪어보고 부딪쳐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로 여기고 나이 들어서도 다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잖아요.
마순희: 지난 가을에 충북 진천에서 살고 있다는 한 탈북여성이 상담을 청해왔었습니다. 한국에 온지 3년차라고 하면서 먼저 온 선배님으로 조언을 부탁한다는 것입니다. 내용인즉 탈북자들을 위한 동포사랑이라는 잡지를 통해서 여러 상담사선생님들이 하는 일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자기도 선생님처럼 전문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이 왜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라는 직업을 선호하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용의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은 진천의 어느 아파트에서 살면서 이웃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고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남북하나재단의 종합상담센터에 문의하여 자세한 내용을 알아서 그분들에게 알려주다 보니 어느새 자신이 상담사라도 된 것처럼 많은 분들이 자신에게 문의하는 일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본인이 아직 아는 것도 얼마 없지만 “동포사랑” 잡지를 통해서 다른 상담사들의 사례들도 읽어 가면서 나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의 북한이탈주민전문상담사 모집공고내용에 대하여 자격기준과 신청서류, 그리고 시험과 면접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특히 채용기준이 한국정착 3년 이상이어야 되는데 아직 3년이 채 안 되었기에 그 동안 학력과 자격증 취득 등 본인이 노력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 설명해주면서 다른 사람에게 한 가지를 가르치려면 내가 열 가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해 나가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후에 그 여성분은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에 다녔었는데 얼마 전에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과 새조위라는 민간단체에서 실시하는 북한이탈주민상담사 교육을 신청하여 교육생으로 선정되어 열심히 배우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왔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에 취직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그 친구의 노력이 반드시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저도 응원하고 있습니다.
참, 저도 이번에 법률정보학원에서 4개월간 수업을 받으면서 취업문제는 우리 북한이탈주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일반 국민들에게도 역시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이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이때까지 해왔던 일과는 또 다른 자신의 적성을 찾아서 취업하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도 좀 더 분발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들 중에는 전직 교수도, 공인중개사도, 목사님도 전직 프로골프선수도, 그리고 경찰대학출신의 멋진 청년도 있었고 멀리 대전에서 서울에 올라와서 자취하면서 취업을 위해 열심히 배우는 성실한 청년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받은 교육은 이혼상담 전문 인력 양성과정이었는데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절실히 필요한 인재양성교육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도가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결혼도 필수사항이 아니고 선택사항이라는, 그리고 이혼도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에서부터 점차 반드시 필요하다면 하는 것도 좋다는 쪽으로 비율이 올라가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이혼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고 이혼하려는 부부들을 위해 상담을 통해서 가정의 의의와 기능, 그리고 부부의 의의를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하여 유지할 수 있게 하는데 이번 교육의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혼인관계 소멸 시 그에 따른 법적 권리와 의무에 대해 상세한 상담을 해줌으로써 어쩔 수 없이 파경으로 이어진 경우라면 당사자들이 받았을 충격과 어려움을 최대한으로 줄여주고 조금이라도 이혼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심적, 법률적인 상담을 통하여 도움을 드리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가정과 부부, 가족정책, 법률상담, 이혼상담기술 등 네 과목을 자격시험을 보아서 이혼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그러면 선생님은 전문적인 분야의 자격증을 하나 더 갖게 되신 거네요.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교육의 목적이 취업인 것만큼 새로운 일자리창출을 위해 인터넷상에서 카페도 개설하고 상담을 해주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말 새로운 일자리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스스로가 만들어 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예진: 저희가 지금 취업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더 절실하게 느끼셨겠네요. 하지만 새로운 직업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유로 주저하는 분들이 많죠. 탈북자들 중에 그런 분들이 더 많은 것 같고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하나센터에서 교육을 마친 40대 여성의 경우에는 컴퓨터 교육을 받으라는 지인들의 권유도 마다하고 우선 돈을 벌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식당이 기사식당이다 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답니다. 게다가 휴일 연장근무까지 자청해 하다 보니 돈은 더 벌었지만 얼마 못 가서 손목에 무리가 가서 붕대를 감고 일을 했다고 합니다. 병원에 가보았더니 인대가 늘어났다고 당분간 쉬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다고 합니다.
대학에 다니는 딸이 한 푼 두 푼 아껴 쓰면서 모은 돈으로 브로커 비용을 대 주어서 비교적 쉽게 한국에 오기는 했지만 북한에 두고 온 식구들에게 얼마간이라도 돈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서 하루도 쉴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3-4개월 번 돈은 식구들에게 보내고 손목도 쉬울 겸 지금은 컴퓨터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컴퓨터를 배우면 회사에 사무직으로 취직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사무직 일자리가 있으면 좀 알려 달라는 부탁을 하더군요.
아직 학원에 다니고 있으면서 일자리를 부탁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였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회사에 취직하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정착을 잘 하고 있구나 조금은 안도의 마음도 들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조급한 마음에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하기가 십상이었는데 살다보면 좀 더 준비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갖기 위해 취업훈련도 받고 새로운 일자리를 모색하는 경우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예진: 그렇게 노력해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적인 직업을 갖는 탈북자들의 수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 탈북자들의 직업세계를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