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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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 하나하나가 모여 그 사람의 인생이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하루에도 몇 십 번, 혹은 몇 백 번하는 선택에 망설이는 일이 생깁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는 사람도 있고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에겐 더 없이 어려운 고민, 선택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사소한 듯 하지만 돌아보면 참 막연하고 어려운 일, 바로 선택에 대한 문제에 대해 얘기해볼 텐데요. 먼저 탈북자들의 고민부터 들어보시죠.

사례/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이든 자신이 선택해야 하잖아요. 이게 북한과 굉장히 다르죠. 북한에선 사회에 진출해서 직장이든, 군대든 배치를 국가가 다 해줘요. 선택의 권한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내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해요.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나오는 책은 모두 다 읽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선 한 달에 한 권도 못 읽고 있어요. 한 달에 몇 백 권, 몇 천 권 씩 나오니까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예진: 사례에서 선택의 어려움에 대해 들으셨지만 사실 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누구나에게 때론 큰 부담이 되기도 하죠?

전진용: 우리가 사는 순간 자체가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선택을 하면 꼭 좋은 결과만 있는 게 아니라서 고민도, 생각도, 후회도 많이 하게 되죠.

이예진: 그런 선택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끼는 원인들이 있을까요?

전진용: 우선 정보의 부족에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요. 정보가 적어서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아지고 고민을 해도 정보가 부족해서 생각하기도 어려워지고 그래서 선택 자체가 어려워지죠. 또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선택을 어려워하는데요. 자신감이 부족하면 선택 시 고민을 많이 하고 앞날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앞날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또 사회적인 경향도 있어서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일수록 개인의 선택이 더 쉬워지는데요. 전체주의나 융합을 중시하는 사회일수록 개인의 선택이나 개성 표출이 어려워집니다. 이예진: 그래서 탈북자들의 선택도 더 어려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탈북자들에겐 선택이라는 게 남한 사람들보다 더 부담스러운 일이 되겠죠?

전진용: 예. 탈북자들에게 남한 환경은 낯설거든요. 저희도 타지로 가면 낯설긴 마찬가지죠. 낯선 곳에선 숙박이나 교통, 식당 등을 선택하는 데 미리 준비를 하더라도 어려울 수 있고요. 탈북자들이 낯선 환경에서 선택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죠. 정보도 부족하고 누군가 도움을 줄 사람을 찾기도 어렵죠. 시골에서 서울에 상경한 사람들이 서울 가면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잖아요. 낯선 환경에 가면 누구나 위축되고, 선택의 어려움을 갖게 되고 탈북자들도 이런 이유로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 편입니다.

이예진: 낯선 환경에서는 탈북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많으니까요. 탈북자들은 특히 수동적인 북한체제에 익숙한 탓이기도 하겠죠?

전진용: 북한 자체의 특성도 분명히 탈북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북한이 수동적인 사회이고 개인의 특성보다 사회 전체의 틀이나 체제를 중요시하게 되고 어떤 일을 할 때도 개인의 선택보다 성분이나 토대가 좌우하게 되고 직업을 가질 때도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와 성분에 좌우되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할 때 남한 사람들보다 더 깊이 생각해서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고요.

탈북 과정에서도 이런 문제가 드러납니다. 개인의 선택을 탈북할 때 뿐이거든요. 제 3국에 얼마나 경유해야 하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서 탈북한다거나 이동 시간 등은 브로커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불안하고 정보를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 수동적이 되죠. 남한에 와서도 이런 부분이 작용해서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이예진: 부모를 따라 탈북한 청소년들을 봐도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요. 상담한 탈북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어땠나요?

전진용: 북한에서 온 청소년들은 북한의 교육 자체가 굉장히 개인적인 개성보다 전체에 순응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았어요. 한국도 예전에는 대학교에 가거나 직업을 선택할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영향이 컸는데요. 요즘에는 부모님, 선생님의 조언이 자신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지만 100% 작용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북한의 경우 교육 환경 자체가 개인적인 선택보다 전체적인 부분에 집중하기 때문에 남한에 와서 선택을 할 때 어려움이 더 크고요.

탈북 청소년들과 얘기를 해보면 어머니를 따라 오거나 남한에 정착한 부모가 불러서 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남한에 온 것 자체가 내 선택이 아니어서 어리둥절한데 여기에서 뭔가를 결정해야 하니까 더 혼란스러운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이예진: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도 마찬가지로 전혀 해보지 않았던 선택을 해야 할 일이 갑자기 많아지면 위축될 것 같은데요. 보통 한 두 가지 중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보기가 많을 때도 있고요. 창의적으로 자신이 정해야 할 일도 많아서 더 선택이 어렵다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전진용: 자신이 한 선택이 만족스러우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선택을 할 걸' 하는 후회가 들죠. 속담에도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도 있죠. 자신의 선택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후회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 선택일수록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공을 많이 들이게 되거든요. 그렇게 해서 선택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생겼구나 하면서 컸던 기대 때문에 실망이 커지죠. 결과적으로 만족도가 더 떨어지게 되는 이유입니다.

이예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일 150여 가지의 선택 상황에 놓이고 그 중 30번 정도 신중한 선택을 위해 고민하며 그 가운데 고작 5번 정도만 올바른 선택을 한 것에 만족한다고 합니다. 누구나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그러니까 두려워 할 필요는 없겠죠? 어떤 선택이든 자신의 선택을 믿고 최선을 다하면 될 테니까요.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