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정상적인 일자리를 잡아 소득이 발생했더라도 한국 정부로부터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받기 위해 실업자로 가장하는 탈북자들이 간혹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그런 탈북자들이 한국정부로부터 부정 수급한 돈이 8백8십만 달러가 넘기도 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결혼등기를 미룬 여성의 사연을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지난 시간에 승용차를 구입하면서 소득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간주돼 의료지원비를 못 받게 된 남성이 전화를 했다고 하셨는데요. 그분 상담은 잘 해결됐나요? 마순희: 네. 화가 난 그 30대 남성분에게는 현 정책이 그러하니 따를 수밖에 없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문제이고 상담하면서 그런 문제들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정책들이 처음 만들어지면 의견을 수렴하여 하나 둘 개선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 되기를 기대해 보자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의료급여1종이 아니더라도 의료비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안내했어요. 그분 사는 지역이 인천이어서 인천적십자병원에 대해 안내해 드렸죠.
거기에는 북한이탈주민상담실도 있고 원장님도 북한이탈주민진료센터 센터장을 하시던 분이라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료원에서도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의료급여의 조건에 구애되지 않고 의료비를 지원하니 그 곳도 이용해 보는 것이 어떤지 상담해 주었더니 그 분도 젊은데 수급자로 사는 것은 창피해서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때도 떳떳하지는 않더라고 하면서 잘 알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이예진: 사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당장 한국 정부로부터 받고 있던 금전적 지원이 없어진다는 게 좀 두려운 일이기도 할 것 같아요.
마순희: 처음에 하나원 나오면 조건부 없이 6개월은 수급자혜택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본인의 상황에 따라 지급이 유지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아직 낯선 곳에서 취업하여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연히 생계비를 계속 받으면서 그 조건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특히 탈북 여성들인 경우에는 결혼하여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미혼모로 혹은 한 부모 가정이라고 하고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워낙 생활이 빠듯하다보니 매달 나오는 생계비가 생활에 많이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항상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 상담 받은 사례인데요. 서울 강북구에 사는 30대 중반의 여성의 전화였습니다. 아기가 4살, 2살인데 한 부모가정으로 3인 세대 생계비를 받으면서 살고 있는데 생계비가 중단되었다고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전화했다고 했습니다.
이예진: 얼마 정도 지원을 받으셨다고 하던가요?
마순희: 3인 세대로 100만 원 정도 받고 있었습니다.
이예진: 1000달러 정도 받고 있었네요.
마순희: 네. 그래서 저는 그럴 리가 있냐고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자녀양육을 하는 조건으로 생계비가 나올 것인데, 알아봐 주겠다고 어느 동사무소인지 물어보았더니 그제야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실은 남편과 살고 있지만 남편의 직업이 일정치 않아서 수입이 안정되지 못하니까 혼인등기를 안 하고 살았는데 신고가 들어갔다고 구청에서 나와서 조사를 해 갔다는 것입니다.
이예진: 결혼했다는 신고를 하면 지원혜택이 없어지니까 신고를 하지 않고 살았던 거군요.
마순희: 네. 그래서 그 여성분에게 제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애들이 커 가는데 돈도 중요하지만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서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정상적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살아야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해 주었어요. 그랬더니 거주지를 옮기면 모르지 않을까 싶어서 혹시 다른 곳에 이사를 가면 안 되느냐고 묻기에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전산화되어서 어느 곳에 가더라도 똑같은 조건으로 될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러다가 잘못되면 지금까지 부정수급한 생계비도 모두 반납하라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이예진: 결혼신고를 하지 않고 생계지원비를 받았기 때문에 받지 말아야할 상황에서 받은 부분을 돌려낼 수도 있다는 거군요.
마순희: 그렇죠. 그런데 부정 수급한 부분을 그냥 넘어가게 됐는데도 지금부터 지원비를 받을 수 없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사를 가고 그러다보면 정말 반납을 하게 되는 감당못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죠.
또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출신남성과 결혼했고 혼인신고도 했지만 세대주를 본인으로 했다는 겁니다. 아직 한국에 온지 만 5년도 안 되고 환자라서 일도 못 하기에 생계비를 계속 받을 수 있는지 문의 하는 전화였습니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의료급여 등 모든 사회복지혜택을 선정하는 기준은 가족단위로 하기 때문에 세대주가 아니라도 가족세대원 중에 근로능력자가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더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 이해는 갑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만 계신 건 아니죠. 탈북자들이 더 앞장서서 나눔을 실천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그분들 말씀을 요약해보면 '받은 게 너무 많다, 이제는 나도 돌려줘야겠다' 이런 것들이었는데요. 그런 탈북자들도 많죠?
마순희: 그럼요.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잘 정착해서 살고 있고요. 본인이 정착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를 위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전 직장에 다닐 때 함께 상담사교육을 받았던 50대 여성분은 지금 전문요양기관에서 일하면서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조금이라도 자랑을 하라고 하면 남이 알까봐 부끄럽다면서 우리가 이 땅에 와서 받은 것이 얼마인데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일이라며 선행을 알리지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강서구나 중랑구를 비롯하여 여러 지역에 어르신들로 조직된 예술봉사회가 있습니다. 그분들도 노인양로원이나 노인복지관 등에서 노래와 춤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어르신들이 어르신들을 위해서 활동을 하시는군요.
마순희: 그렇죠. 그분들도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의 행복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고 합니다. 또 사업에서 성공해 후배 탈북자들을 위한 일자리도 만들고 후원사업도 하는 성공한 사업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 양천구에 있는 탈북민자립지원센터를 들 수 있는데요. 2008년에 설립되어 다양한 사회단체나 병원, 취업지원센터와 교류하여 아이들 공부방, 노인대학, 정착정보와 생활정보제공, 의료 및 취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이 땅에서 이방인이 아닌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으로서 자리매김해 나가기 위해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사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 탈북자들을 바라보는 남한주민들의 시선도 복지혜택을 받기만하는 수혜자들을 바라보는 안쓰럽고 부담스러운 시선이 아니라 자신들과 똑같은 국민으로 함께 살아나가는 이웃주민으로 대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게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예진: 네. 그래서 '나눔'이라는 단어는 이제 더 이상 남한 사람들이 탈북자들에게 전해주는 말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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