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갖지 않는 탈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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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의 직업세계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공부를 해서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따야하는 전문적인 분야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데요.

반면에 정부 지원만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정규직을 선택하지 않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선생님도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면서 경력을 쌓고 계시잖아요. 탈북자들 중에도 이렇게 선생님처럼 전문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죠?

마순희: 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간혹 간병인으로 일하는 것보다 교육을 받은 후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취업을 하여 훨씬 더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사실 간호조무사양성과정은 많은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고 있지만 본인부담이 거의 200만 원정도가 되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예진: 교육을 받는 데 2천 달러 정도 된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그렇게 돈을 내면서도 많은 분들이 교육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제2하나원에서 교육비를 지원해 주면서 간호조무사 교육을 하고 있어서 취업을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회사에 취직할 생각보다 가정에 안주하면서 가끔 적당히 부업이나 하면서 지내는 경우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취업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그 속에는 부업, 그러니까 아르바이트로 일하거나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정규취업을 안한 경우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실제로 낮에는 동네에서 사람들을 볼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이던지 찾아서 다 하시고 있거든요. 가사도우미, 식당 주방보조나 아이돌봄, 아파트 청소, 건물경비, 마트나 편의점 시간제 근무까지 짬 시간을 내서라도 일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부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 정부의 지원이나 혜택 등을 계속 받기 위해서 정규직, 그러니까 근로자로서의 보장,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직업을 갖지 않는다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요즘엔 어떤가요?

마순희: 정규직으로 일할 형편이 안 되는 분들도 있거든요. 육아를 한다든가 아니면 나이가 있어서 정규회사에 다닐 형편이 안 되는 분들, 그리고 건강이 안 좋아서 자주 병원에 다니는 분들 경우에는 사실 정규회사에서 일할 수는 없습니다. 일할 능력이 안 되거나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을 기준이 되면 정부에서 생계급여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이름 그대로 기초생활비를 주는 거라 아무래도 조금씩은 일할 수 있으면 일해서 보태는 게 좋겠죠.

그런데 그것이 소득으로 잡히게 되면 생계급여에서 또 반영이 되니까 어쩔 수 없이 통장에 찍히지 않는 부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픈 사람이라도 아플 때도 있고 안 아플 때도 있는 것이고 또 나이 드신 분들도 정규회사일은 못해도 조금씩은 일할 수 있잖아요? 참, 요즘엔 그런 분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물론 건강이 안 좋아서 일을 못하던 경우에도 회복이 되면 일을 할 수도 있는데 그 동안 취업을 전혀 해 보지 않았던 터라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하여 취직을 할 수 없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rj주지 보호기간이 5년이잖아요? 그 기간만 지나가면 모든 혜택들이 대한민국의 일반 국민들과 동등하게 된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그 안에 자립을 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취업보호, 교육보호, 의료보호 등 기준도 동등해지고 부양의무자 기준 역시 동등해 집니다. 그동안 교육도 받고 취업훈련도 받으면서 자신의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고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10년 전 제가 초기 적응할 때에는 정말 어떤 것이 정답인지 어디에 물어볼 곳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저희가 처음 나올 때하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요. 서울이나 수도권지역 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나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들이 있어서 정착에서 제기되는 어려움이나 의문점들을 친절하게 상담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원을 수료한 후에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하나센터의 교육이 4주간 있습니다.

이예진: 지역별로 그런 센터들이 있죠.

마순희: 네. 그래서 그동안에 지역사회에 적응도 하고 또 취업이나 교육 등 상담을 받으면서 진로를 결정할 수가 있어서 많이 유리한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누가 소개해준다고 아무 곳에나 취직하는 사람들보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생각하면서 거기에 맞는 취업훈련도 받고 취직도 잘 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취업을 하는 경우 분명히 잃을 것도 있고 얻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잃을 것을 생각해 보면 기초생활수급비인 생계급여가 있겠죠.

이예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최저생계비를 말하는 거죠.

마순희: 네. 그리고 의료급여1종 혜택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기초생활수급비처럼 남한 정착을 위해 각종 지원이 필요한 탈북자를 비롯해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해 거의 무료에 가까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하죠.

마순희: 네. 그리고 거기에 출퇴근하면 시간이 촉박하여 육아나 전업주부로서의 생활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직하는 경우 얻을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생계비에 비길 바가 안 되는 높은 급여와 의료급여 1종을 대신할 수 있는 직장의료보험도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되는데 회사에서 일할 경우 고용주와 본인이 절반씩 나누어 내는데 한국의 일반국민들은 20년 이상을 납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탈북자들인 경우에는 10년만 납입하면 평생 살아있는 동안은 안정적인 연금을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저도 그건 몰랐네요. 퇴직 등으로 소득이 더 이상 없을 때를 대비해 젊은 시절 다달이 부은 돈을 은퇴 후에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가 연금이죠. 보통 만 65세 이후부터 사망 전까지 받을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붓는 연금도 있고, 이렇게 국가 차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국민연금이 있는데, 탈북자 분들은 10년만 내면 되는군요.

마순희: 네. 더욱이 하나원 수료당시 50세 이상이었다면 5년만 납입해도 되는 혜택도 주고 있기에 고령화시대에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 외에 가장 소중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경제활동에 적극 참가해서 국민의 세금으로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로서가 아니라 세금을 내면서 살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안겨 줄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로 자리매김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일 것입니다. 그것은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두고 온 가족들과 친지들 앞에서도 언제나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들의 귀감이 될 것입니다. 자녀들도 그런 부모의 모습을 분명히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이예진: 자기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것, 돈도 돈이지만 이게 가장 크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의 의지나 원하는 바가 확고한 탈북자들도 물론 많다고 합니다.

다음 이 시간에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