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지원 혜택, 아는 만큼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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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서는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습니다.

주택, 경제, 교육, 의료와 생활 전반에 걸쳐 국가적으로나 지역별로 혹은 기업이나 민간단체 등에서 탈북자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혜택도 알아야 받을 수 있겠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몰라서 지원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한국에서는 탈북자들이 낯선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생활 전반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데요. 선생님도 종종 말씀하셨지만, 해마다 탈북자 정책이 조금씩 바뀌고, 각 지방별로 탈북자를 위한 지원제도가 나와도 해당 탈북자들이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낯선 남한 땅에서 잘 정착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거든요. 한 나라 안에서 거주지를 옮겨 이사를 가거나 혹은 일자리만 옮겨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잖아요. 한 나라 안에서도 그러한데 하물며 우리 탈북자들인 경우에는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혼란스럽고 어려우리라는 것은 짐작하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와 공공기관들, 그리고 민간단체와 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탈북자들의 정착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에 별 무리 없이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상담하면서 느끼게 되는 건데요.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또 지역에 나온 후에는 하나센터에서도 지역적응 교육을 다 같이 받았는데 정작 본인에게 필요한 지원이나 혜택들을 잘 몰라서 받지 못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탈북자들에 대한 정책이나 지원제도, 그리고 여러 가지 지원 사업들이 조금씩 변화되기도 하고 해마다 새로운 사업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조금만 관심을 돌리면 능히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예진: 아니 그러니까 한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혜택은 탈북자들에겐 꼭 필요한 것들이라 관심이 없을 수가 없는데 왜들 그렇게 모르셨을까요?

마순희: 예를 들면 이런 식인 거죠. 어제도 상담을 하면서 지방에 살고 계시는 한 여성분 아들이 6살인데 재단에서 눈높이 교육을 지원해준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고 전화를 한다는 것입니다. 학령 전 아동에 대한 교육지원 사업을 몇 년째 하고 있는데 본인이 회사에 다니면서 모임 같은 데에도 안 나가다보니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금년에는 이미 모집이 다 끝나서 새로 신청을 받을 수는 없지만 내년에도 아동학습지 지원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꼭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습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에 재단에서 발간하는 동포사랑이라는 잡지를 받지 않는가 물었더니 그 전에는 왔었는데 집을 이사하고는 다시 신청을 하지 않아서 지금은 받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동포사랑 잡지를 보면 남북하나재단에서 실시하는 모든 지원 사업들과 탈북자들의 정착에 필요한 지식이나 자료들 그리고 지역의 하나센터나 상담사에 대한 정보까지 모두 알 수 있다고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뿐 아니라 탈북자들이 직접 쓴 글들과 살아가는 모습이며 성공적인 정착이야기도 사진과 함께 실려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부터는 자기 집에도 동포사랑 잡지를 보내달라고 하여 다시 신청하도록 담당부서에 접수해 드렸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은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 잡지인 거죠?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상담하다보면 의료비 지원 사업이나 출산지원금, 결혼식축의금 등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정보를 뒤늦게 알고 시간이 경과하여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예진: 사실 그런 경우, 평소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서 뉴스나 인터넷 등을 봤다면 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마순희: 그렇지요. 모든 지원제도들이나 지원 사업들이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되더라도 그냥 알아서 주는 것이 아니라 신청을 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체계로 이루어져있다 보니 제때에 정보를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가 많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 그런 데에 대부분 익숙지 않죠. 그래서 응당 받아야 할 혜택을 못 받았다고 생각되면 불공평하다며 피해의식마저 갖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다보면 정보를 미처 접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설립된 지 몇 년 안 되다보니 훨씬 이전에 나오신 분들 경우에는 재단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스스로 적응해서 잘 살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탈북자단체나 탈북자들의 행사 등에 무관심하게 지내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정보를 접하기가 그만큼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의 도움이 없이도 잘 살아가고 있는 분들에게는 사실 지원이나 혜택 같은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렇죠. 정착 초기를 잘 넘기고 나서 누구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잘 사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마순희: 네. 항상 혜택을 받는 분들은 지원재단의 여러 가지 지원 사업들이 그렇게까지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지만 전혀 그런 제도들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다가 의료비라도 지원을 받으면 그렇게 감사하다고 고마워할 수가 없더라고요. 예한다면 작년에는 의료비가 40% 지원되었는데 왜 금년에는 30% 지원되는지 불만스럽게 오는 전화가 있는가 하면 의료비지원 사업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주택상담을 받다가 알게 되어 지원을 받게 해주어서 감사하다는 전화 등 같은 내용의 지원을 받아도 반응이 서로 다른 경우들도 있답니다.

이예진: 정부의 지원을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탈북자들은 그렇게도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아까 말씀 중에 탈북자 관련 단체나 행사에 무심하면 새로운 정보를 접하지 못할 수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탈북자 관련 행사나 모임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경우가 사실 많잖아요. 그럼에도 그런 모임에 들지 않으려고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마순희: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나 생각들이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탈북자단체나 행사 등에 빠짐없이 참가하면서 정보를 잘 습득하다보니 여러 가지 혜택이나 사업들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정규회사에 다니거나 하면서 출근하는 분들 경우에는 시간 여건상 그런 행사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참가 못하는 경우들도 있고요. 또 어떤 분들은 굳이 그런데 나가지 않아도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살 수 있는데 굳이 탈북자들의 모임에 나갈 필요가 있느냐고 하면서 회피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아예 동네에서도 탈북자인 줄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서 탈북자 단체들의 소식지나 행사 안내장 등이 집에 오는 것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 딸의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친구 집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 집에 가니 "동포사랑" 잡지가 있어서 깜짝 놀랐답니다. 잘 나가는 서울아줌마인 줄 알았던 분이 탈북자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정말 한 10년 넘게 한국에 살다보면 전혀 탈북자라는 티가 안 나게 잘 사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사람들인 경우 굳이 탈북자단체모임이나 행사에 참가하지 않거든요. 한국에서도 해외로 유학가면 빠른 적응을 위해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현지인들과 생활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탈북자라는 꼬리표를 빨리 떼고 싶은 마음은 같은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렇게 비교하시니까 이해가 되네요. 탈북자들 중에서도 그렇게 탈북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시거나 정 반대로 탈북자들과 어울리지 않거나 이렇게 나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정부의 지원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그렇지 않거나 또 이렇게도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탈북자에 대한 지원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이나 탈북자 모임과 상관없이 홀로 일어서려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지원이나 혜택을 계속 받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쓰는 일부 탈북자 분들도 있는데요. 그리고 지원받는 줄은 알지만 그 신청방법을 몰라서 지원받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다음 이 시간에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남북하나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