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뉴스를 보다보면 종종 순진한 시골 어르신들을 상대로 의료기를 고가에 팔거나 싼 건강보조식품을 만병통치약이라며 속여 판 일당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그래서 어르신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역경찰이 나서 사기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강의가 열리기도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 어르신들은 별 일 없이 잘 살고 계실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탈북 노인들이 상담을 요청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알아볼 텐데요. 탈북한 어르신들은 사회 활동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문의 전화는 많이 있나요?
마순희: 어르신들이 사회활동이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더 여유롭게 문화생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들인 경우에는 정부에서 임대주택을 알선해 주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큰 걱정을 안 하고 사실 수 있습니다.
각 구청이나 지방자치단체마다 노인복지회관들이 있고 또 사회복지관들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과 문화행사 등을 조직하기 때문에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은데요. 오히려 젊은 사람들인 경우에는 일하느라 시간을 내기 힘들지만 어르신들은 역사문화 탐방이나 문화교육 강좌, 그리고 예술의 전당을 비롯한 극장들에서 뮤지컬 공연관람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행사들에 참가하느라고 거의 집에 있을 새가 없을 정도라고 즐거운 하소연을 하실 정도랍니다. 어르신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정말 제주도와 거제도를 비롯한 섬들은 물론 대한민국의 명승지마다 안 가본 곳이 없이 다 가 보았다고 자랑을 한답니다.
이예진: 취미활동으로 바쁘시군요. 최근 고령인구가 늘면서 국가적으로도 노인들에 대한 복지에 중점을 맞추고 있잖아요. 아까 살짝 소개해주셨지만 탈북 노인들에 대한 복지 혜택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마순희: 기초생활수급자라서 생계비를 지원받고요. 2008년부터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은 북한이탈주민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어르신들과 똑같이 지급받고 있고 탈북 어르신들은 의료급여1종으로 분류돼서 의료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치료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혜택으로 건강이 안 좋아도 치료비 걱정을 하지 않고 입원치료를 받거나 혹은 가정에서 방문간호와 치료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요즘 저의 동네에서도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치매검진을 진행하여 가장 걱정이 된다고 할 수 있는 치매와 같은 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있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치매를 노망이라고 하는데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죠. 한국에서는 조기에 발견하면 치매질환을 지연시킬 수 있는 약과 함께 여러 가지 치료들을 병행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저도 정말 놀랍게 생각하였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원에서 나오면 정착금을 초기정착금과 함께 취업훈련이나 자격증취득, 취업장려금 등으로 분류해서 지급하고 있잖아요. 하나원을 졸업할 때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인 경우에는 취업활동을 하지 않아도 720만원, 6200달러 정도의 노령가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60세 이상의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하면 3년간 고용지원금을 지원함으로써 고령자의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생각보다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탈북 어르신들이 문의전화로 궁금해 하는 것들은 어떤 건가요?
마순희: 얼마 전에 상담실로 60대 후반의 한 할머니가 사색이 되어 찾아 오셨습니다. 할머니가 들고 오신 것은 한 장의 내용증명서류였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1년 전에 건강기능식품을 파는 어떤 행사장에서 할머니가 심장병에 좋다는 약품을 구매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건강기능식품이지 약은 아니잖아요?
평소에 심장이 안 좋으시어 힘드셨던 할머니는 심장에 좋다는 바람에 다른 생각이 없이 2개월분을 사셨고 열심히 드셨는데 효험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효과도 없는데 그 돈을 물 수 없다고 통지서를 받고서도 돈을 물지 않았고 나중에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 회사 측에서 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대주택보증금에서 압류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낸 것입니다.
이예진: 사실 요즘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최근 국가의 지원을 받거나 자식들의 용돈으로 생활하는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을 상대로 좋은 약이다, 좋은 상품이다 속여서 물건을 비싸게 파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탈북 어르신을 상대로도 이런 일들이 좀 생기나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그런 행사장에 나갈 시간도 없지만 갔다하더라도 잘 속지 않지만 나이 드신 분들 경우에는 넘어가기 쉽습니다. 나이가 들면 거의가 비슷비슷한 증상으로 고생하시잖아요? 그래서 이러이러한 데에 효과가 높다고 선전하면 꼭 나한테 맞는 약인 것 같아서 구매하고는 한답니다. 사실 저도 몇 년 전에 한 번 가 보았었는데 정말 들을수록 귀가 솔깃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이예진: 그런 걸 이용하는 안 좋은 사람들이 어딜 가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세상 물정 모르시는 탈북 어르신들은 주변에서 더 챙겨야 할 것 같네요.
마순희: 그렇지요. 그래서 그 할머니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은 후 그냥 전화를 받지 않고 회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고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는지를 여쭤 보았습니다. 할머니도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충분히 알겠다고 하시면서 주택보증금을 압류하는 것만은 막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사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받으시는 생계비와 기초노령연금 등을 모두 생각하고 매월 5만 원, 43달러 정도씩이라도 나누어서 갚으시도록 도와주시면 되겠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는데 그 사람들이 말을 듣겠는가고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회사에 전화를 했죠. 그리고 어르신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고 매월 5만원씩 분납해서 받는 것으로 어렵게 문제를 해결해 드렸습니다. 내 자식도 해결해 주지 못 한 문제를 이렇게 해결해 주어서 고맙다고 눈물짓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어르신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다시는 그런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남한에 와서 사기 당하는 탈북자들이 있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잘 모르기 때문에 당하는 경우들이 실제로도 있긴 합니다. 선생님 주변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나요?
마순희: 얼마 전에 한국에 온지 몇 년 되지 않은 50대 후반의 여성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 신세지고 살던 조선족친구가 한국에 왔는데 통장을 만들 수 없어서 하나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하더랍니다. 중국에서 신세진 적도 있어서 별 생각 없이 통장을 개통해 주고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경찰서에서 호출이 왔답니다. 본인명의의 그 통장이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것입니다. 명의를 빌려주었기에 300만원, 그러니까 2600달러 정도 벌금이 나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되어 전화가 왔었습니다.
다행히 경찰서에서 전후사연을 참작하여 일이 잘 해결되기는 했지만 이런 비슷한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본인의 신상정보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다보니 주민등록등본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빌려주거나 보험사기에 걸려드는 등 피해사례들도 간혹 접수되곤 합니다.
이예진: 이런 개인적인 서류는 아무에게나 주면 안 되잖아요.
마순희: 그런데 북한에서는 그런 걸 전혀 신경 쓰고 살지 않았잖아요. 특히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북한과는 너무나도 다른 남한의 전산화된 정보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다보니 큰 문제라고 생각지 않았던 사소한 문제들이 이외로 크게 번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자유와 행복을 찾아서 이 땅에 뿌리내리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거나 본의 아니게 범죄에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위해 탈북자들을 위해 일하는 기관과 단체들은 물론 본인들도 더 큰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한국에선 노인 인구가 늘면서 노인들의 삶이 조명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삶도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죠. 오늘 말씀드린 단 몇 가지만 주의한다면, 그리고 건강하시기만 하다면 탈북 어르신들도 충분히 활기 넘치는 삶을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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