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은 한국에 처음 오면 대부분 도시생활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농촌으로 향하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한국 정부의 영농 실습교육과 생활자금 지원, 그리고 탈북자 유치에 나선 지방 소도시까지, 귀농하기 위해 꼭 알아야할 정보들을 챙겨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한국 정부가 귀농을 희망하는 탈북민들에게 영농정착에 필요한 이론교육과 실습교육은 물론이고 사후관리까지 지원해주는 사업을 영농성공패키지, 탈북민들은 이걸 줄여서 영성패라고 한다고 지난 시간에 말씀해주셨는데요. 이 영성패는 어떻게 신청하면 될까요?
마순희: 영성패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은 북한이탈주민들로서 만 25세부터 70세 미만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영성패에 참여하려면 영성패 참여 신청서, 영농사업계획서, 북한이탈주민 확인서, 개인정보제공 동의서, 확약서, 주민등록 등본 등 서류들을 제출해야 하는데요. 예산이 제한적인 만큼 신청자가 모두 선정되는 것은 아니고 면접을 통해서 인원을 선발한다고 합니다. 영농정착을 위한 신청자의 자금 확보정도나 과거 영농교육 이수경험, 그리고 영농정착을 하겠다는 의지가 높을수록 대상자로 선정될 확률이 높은 것이겠지요.
이예진: 지원하는 분들이 많은가 봐요?
마순희: 네. 그리고 사실 그 전에는 영농정착지원을 할 때에 2주 정도 합숙교육을 받고 사업계획서 같은 것을 참고하여 영농지원을 해주었거든요. 이론으로 배운 것을 실습으로 체험해 보지 못하고 시작하다보니 성공확률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공지에 따르면 영성패를 통하여 4주간 제2하나원에서 이론교육을 받고 영농실습은 자신이 하고 싶은 작목에 따라 실습 농가를 지정하여 할 수 있는데 월 80만 원, 711달러 정도의 교육비를 받으면서 기본적인 생활을 해나갈 수 있게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는 1500만원, 13000달러의 초기정착자금을 지원받도록 되었습니다. 영농을 희망하는 분들에게는 제대로 된 교육과 실습의 기회가 주어지기에 실패를 줄이고 보다 안정적으로 영농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700달러면 도시에서 살기엔 넉넉한 돈은 아니지만 농촌에선 그래도 일반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죠.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네요.
마순희: 그리고 직접 실습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남북하나재단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에서도 귀농귀촌 센터가 있어서 귀농하는 분들에게 지원 사업들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사업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껏 하다 보니 지원이 많은 곳도 있고 적은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저도 며칠 전에 금강하류에 자리 잡은 부여군청의 초청을 받아서 ‘남이랑 북이랑 재능기부봉사단’이 조직한 부여 사전답사여행에 참여했습니다.
이예진: 탈북민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를 말하는 거죠?
마순희: 네. 북한이탈주민들을 부여군에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는데 귀농에 관심이 많은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정관장을 생산하는 고려인삼창 견학과 우듬지영농조합, 그리고 북한이탈주민 여성이 운영하는 ‘더웰시아’ 작업장도 찾았습니다. 그리고 파프리카를 생산하는 우듬지 영농법인을 참관할 때에는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온실 안에서 2-3미터로 높이 자란 파프리카 수림 속에서 단 한 명의 농업종사자가 기계로 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땅에서 파프리카를 키우는 것이 아닌 사발만한 영양단지 하나에서 거목 같은 파프리카가 자라고 열매를 맺는 모습이었습니다. ‘농업이 이렇게까지 발전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북한에서 영양단지를 심고 김을 매던 생각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가장 중요한 일정은 부여군청을 방문하였을 때였습니다. 군청의 회의실에는 우리들을 위한 간담회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고 여러 가지 안내책자와 필기도구 그리고 매 개인 앞에 마이크까지 설치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부여군청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이 부여에 정착하게 되는 경우 어떤 지원을 할 계획인지에 대하여 사업설명을 하고 우리들의 의견도 함께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일행 중에는 충청북도의 한 군에 귀농을 하였다가 끝내 정착을 못하고 올라 온 50대의 남성이 있었는데 생생한 사례를 들어가면서 귀농에서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갔습니다. 서로가 격식 없이 의견들을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계속 연계를 가지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하였고 귀농, 귀촌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을 알아가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갔던 분들 중에 젊은 여성들은 고려 인삼창에서 직원으로 채용할 수도 있다는 정보에 귀가 솔깃했고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어르신들도 함께 일할 수 있다는 더웰시아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예진: 탈북여성이 차렸다는 회사 말씀이시죠. 군에서 나서서 탈북민들에게 ‘우리 군에 와서 사십시오’, 이렇게 말한 거잖아요.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 들었는데 괜찮은 것 같네요.
마순희: 거기에선 귀농하는 탈북자들을 위해 임대아파트도 짓기로 계획되어 있고,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썼더라고요.
이예진: 요즘엔 대도시로 나가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소도시나 농촌에서 ‘오시라, 잘 살게 해주겠다’ 이렇게 홍보를 하고 있다는 거네요.
마순희: 맞아요. 인구가 점점 줄어드니까 그런 것 같아요.
이예진: 그렇죠. 이런 가운데 탈북자 분들 중에 농사를 지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한 번 실패했다고 포기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한 번 실패하더라도 거기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도전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사례들도 많습니다. 제가 충북 음성군에 나갔을 때 만났던 농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여성의 이야기였는데요.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농촌에서 사업한다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처음엔 농촌에서 사업한다고 해서 멋진 전원주택이나 일터 등을 꿈꿔 왔지만 현실은 너무나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합니다. 낡은 집 한 채에 음식물찌꺼기를 이용한 개 사육이 사업의 전부였습니다. 그 여성은 환경이 열악했지만 남편의 진심을 믿고 결혼했고 둘이서 함께 새 터전을 꾸려나갔다고 합니다.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여 풀과 섞어 유기농비료를 만들기도 했고 강냉이 농사, 콩 농사를 하기도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실패도 수 없이 반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마늘 농사였고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여성은 지금은 음성군에서 마늘농사로 이름난 영농법인의 대표이고 영농정착을 위한 후배 탈북자들을 위해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강의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강의를 함께 듣게 되었는데 강의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년을 미쳐라’였거든요.
이예진: 3년간은 정말 미친 듯이 일하라는 거죠. 열심히 하고 싶은 걸 할 때 미친 듯이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은 그래서 성공을 했나 봅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본격적으로 탈북자들의 귀농 실패담과 성공담을 들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