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 중에는 보통의 남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여행 다니고 더 많이 맛집을 다니고 더 많이 모임에 나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dhktj 특별한 초대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요즘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게 된 탈북자들이 그 누구보다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낸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놀 줄 아는 탈북자들의 얘기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보통 남한 사람들은 동호회라고 해서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함께 활동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물론 직장별, 졸업한 학교가 같은 동문별, 지역별 등으로도 모이지만 인터넷 게시판 같은 데 보면 모르는 사람도 취미만 같으면 모월, 모시에 모여서 함께 활동하는 경우도 많죠. 탈북자 분들은 어떨까요?
마순희: 우리 탈북자들 중에는 주말마다 산행을 다니는 분들도 많습니다. 홈페이지나 아니면 휴대폰으로 지인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인터넷 개인공간에 산 정상에서 멋진 자세로 사진을 찍어서 올리군 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처음에 한국에 와서 가장 이해되지 않는 현상 중의 하나가 산행이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산행을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거든요. 한 주일 동안 일하면 주말에는 푹 쉬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 북한식 사고 때문입니다. 굳이 힘들게 산에 오르고 힘들게 오른 산을 다시 내리고, 지금은 저도 가끔 산에 가기는 하지만 그 때에는 저부터도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이예진: 저한테도 많은 탈북자 분들이 남한 사람들은 산에 왜 가냐고 묻더라고요.
마순희: 그렇죠. 혼자서 산행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산악회’라는 동호회에 속해서 함께 산행을 하게 되면 즐거움은 배로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여럿이 함께 산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나눠먹고 하잖아요.
마순희: 네. 그런데 그전에 한 민간단체에서 산악회에 가는데 어떤 젊은 북한여성이 구두를 신고 나와서 산에 오르지도 못하고 산 밑의 휴게소에서 일행을 기다리는 일도 있었답니다. 우리 탈북자들도 처음에는 잘 몰라서 등산화나 등산복을 챙기지 않고 산에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산행에 어울리는 차림으로 산으로 가군 하지요. 그것이 단순히 보기 좋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산행을 위한 준비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등산복이나 등산배낭, 모자 등이 유난히 빛깔고운 원색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 역시 갑자기 조난이라도 당하면 인차 눈에 뜨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는 것도 처음에는 몰랐답니다.
이예진: 그래서 참 요란하지만 예쁘게 하고 산에 가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런 취미나 여가활동은 삶에 활력소를 불어넣어주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취미 한두 개는 있는 편인데, 탈북자 분들은 현실적으로 나름의 취미활동 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마순희: 우리 탈북자들이 한국에 처음 정착하는 몇 년 간은 여가생활에 신경을 쓸 만큼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러기에 한국에 정착하여 5년 정도까지는 민간단체나 탈북자 단체들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문화탐방이라던가 아니면 견학 등 행사에 많이 참가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정착하다보면 여유가 생기고 그러면 여가활동도 많이 다양해진답니다. 사실 단체로 조직하는 행사에 참여하다보면 행사일정에 따라서 움직여야 되기에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있거든요. 사람마다 욕구가 다르다보니 남들은 건성으로 보는 것도 더 구체적으로 보고 싶은 경우도 있고 자기 혼자만의 휴식을 즐기고 싶을 때도 있는데 행사에 참여하면 그런 것이 허용이 안 되죠. 그러다보니 차츰 그런 행사에는 덜 참여하게 되고 점차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 자신들만의 여행을 하는 것입니다.
저희들도 가끔 나이 먹은 사람들끼리 여행을 갈 때가 있습니다. 젊은이들처럼 아무 준비도 없이 카드 하나만 들고 가는 여행과는 차원이 다르죠. 가령 7~8명이 간다고 하면 여성들은 각자 자신의 솜씨를 발휘하여 음식들을 한두 가지씩 준비해 오고 남성들은 음료수나 술 종류, 과일 같은 것을 사 오신답니다. 남성들은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오니까 이동 수단은 걱정이 없는 거죠. 목적지를 향해 신나게 달리다가도 휴게소나 아니면 한적한 산기슭,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답니다. 계곡의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추억이 담긴 북한노래들을 목청껏 부르기도 하죠.
이예진: 여유 있는 모습, 듣기만 해도 좋네요.
마순희: 네. 또 휴대폰이 워낙 성능이 좋다보니 그 장면들을 사진에 담고, 저는 그 사진들을 가지고 딸에게 부탁하여 동영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북한가요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자신들의 즐거운 모습들을 사진에 담은 동영상을 만들어서 보내주면 심심할 때마다 동영상을 보면서 얼마나 즐거워하고 감사해 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도 서로가 하고 있는 일들도 있고 아니면 개인적인 집일을 보기도 하다 보니 서로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자주 갈 수는 없답니다. 작년 같은 해에는 벼르기만 하다가 끝내 모이지 못했는데 금년에는 꼭 가야 한다고 지금부터 독촉들이랍니다.
저희 아파트에는 한 교회에 다니는 또래 여성들이 몇 분 있답니다. 일요일 교회 예배가 끝난 다음에는 마을 공원에서 운동기구가 다 있으니까 여러 가지 운동을 하기도 하고 또는 뒷산으로 걷기 운동을 하든가, 아니면 바람이 고요한 날에는 배드민턴을 치면서 가벼운 운동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피로는 집에서 푹 쉰다고 풀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도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봄에는 조금만 시외로 나가면 미나리도 캐고 민들레나 달래도 캘 수 있어요.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땀 흘리며 운동을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하고 피곤도 다 사라지는 것 같고 이웃 사이도 더 가까워지거든요.
이예진: 선생님 말씀 들어보니까 탈북자 분들도 휴일이라고 집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친목모임을 통해 여기 저기 좋은 곳도 많이 가시네요. 그런 반면에 자리 잡기 전까지는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취미냐’ 하시는 분들도 확실히 많을 것 같아요.
마순희: 그럼요.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한 가지라도 집안일을 하든가, 다른 일이라도 하지 굳이 그런 것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쉬지도 않고 일만 하다보면 어느새 몸이 망가지기 쉽더라고요. 인생은 육상이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짧지 않은 인생을 육상선수처럼 항상 전 속력으로 달릴 수는 없거든요.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쉼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적당히 일을 해야 합니다. 일과 적당한 휴식을 함께 해나가야 생활이 즐겁고 일도 오랫동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휴식이라는 개념에는 취미활동이나 운동 등 여러 가지 여가활동이 다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일과 휴식을 적당히 조화롭게 하는 게 최고의 즐거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진리를 이제야 때늦게 깨닫게 되었다는 게 아쉽기는 합니다. 저의 아파트 위층에 저보다 한 살 더 위이신 언니네 부부가 계시는데 처음에는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시니까 쉬는 날은 그냥 푹 쉬는 게 낫다고 운동하려도 안 나오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항상 저희들보다 먼저 운동하려 안 나가냐고 전화를 하시거든요.
이예진: 그만큼 삶의 여유를 찾아가는 탈북자 분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 같은데요.
친목 도모 차원의 취미를 넘어 이제는 즐거움을 목적으로 뭔가 배우는 걸 취미로 택하는 분들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