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북한 출신으로 주목을 받는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않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일반적인 사무직이나 노동직이 아니라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탈북자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마순희: 그렇지요. 저희 동네에도 현재 한국에 와서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이름 있는 연구소에서 활동하는 부부 박사도 있고 한국에 와서 의대공부를 마치고 한의원을 세우고 의료사업을 하는 한의사도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몇 명을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 중에는 국제영화제에 출품할 정도로 유명하신 분들도 있거든요. 그리고 컴퓨터 전문 과정을 거쳐서 사진이나 동영상촬영과 편집 등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취직해서 활동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참, 어떤 때에는 한국 분들이 오히려 깜짝 놀라더라고요. 어떻게 자기들도 못하는 것을 그동안에 배워서 저렇게 할 수 있는가 하면서요. 정말 이야기하려다 보니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전문직이라고 하면 남한에서는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도 생산직이나 사무직보다 더 많고, 그래서 인기 있는 직업이긴 한데 그런 만큼 전문가 되는 과정이 어렵잖아요. 시험에 통과하기도 어렵고요. 탈북자 분들에겐 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마순희: 출신성분이나 가정환경 등에 따라서 직업도 교육의 기회도 미리 정해져 있는 북한과는 달리 대한민국에서는 본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고 노력한다면 어떤 전문직에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탈북자출신 국회의원도 계시지 않습니까?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기회는 열어주었지만 결과는 본인의 노력에 달린 것입니다. 상담전화를 주셨던 부산의 한 여성은 한식조리사 자격시험에 아홉 번 떨어졌지만 또다시 도전한다고 할 정도로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대한민국 일반국민들도 재수, 삼수, 사수 한다는 공무원 시험에 우리 탈북자들이 도전해서 당당히 합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이나 수도권지역 뿐 아니라 지방들에서도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상담실에서 근무하면서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경기도청에 근무하거나 혹은 강원도 춘천에서, 혹은 부산에서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분 등 다양한 분들의 전화를 받군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 자신의 일처럼 그 분들의 성공적인 정착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군 하였습니다. 사실 탈북자들이 무엇이나 하자고 마음만 먹고 노력한다면 길은 언제든지 열려있거든요. 청소년들인 경우에는 “특례입학” 제도가 있잖아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유명대학들에도 탈북학생들은 입학 가능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전 기간 국가에서 등록금을 지원해 주고 생계급여도, 의료급여 혜택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탈북대학생들을 지원해 주는 여러 재단들에서 장학금을 주고 있기에 자신들이 원하는 지식을 마음껏 배울 수 있고 외국유학의 길에 오르는 탈북대학생들도 많더라고요.
이예진: 네. 그래서 탈북자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노력만 한다면 원하는 걸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까 그분, 한식조리사 자격증 9번 떨어졌다고 하지만 될 때까지 하실 것 같은데요. 그런 자세도 필요할 것 같네요. 탈북자 분들이 종사하고 있는 전문직은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마순희: 제가 상담 받았던 사례 중에 진천에 살고 있는 여성이 하고 싶다고 간절히 원하는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도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100여 명의 전문상담사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그 중에 탈북자 출신도 적지 않답니다. 물론 선발기준에 따른 엄격한 서류심사를 거친 후 시험과 인, 적성 검사, 면접심사를 거쳐서 엄선하는데요, 신청자와 선발인원 비율이 200:1이 훨씬 넘는답니다. 그리고 탈북학생들의 학교생활적응을 도움을 주는 북한 교사출신인 학교 코디네이터라는 직업도 있고요.
통일부산하의 민간단체인 새조위에서는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 양성교육을 이미 다섯 차례에 120여 명을 배출했고 금년에 6기로 교육생을 모집하였습니다. 여기서 배출된 전문상담사들이 국립의료원과 충남대병원, 서울의료원, 인천적십자병원 등에서 북한이탈주민 상담실에서 근무하면서 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전문교육을 거친 후 안보강사로 전국에서 왕성하게 북한 알리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지금 말씀하신 분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으셨으니 대단한데요. 그렇게 되기까지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마순희: 그런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창업이나 귀농에 성공하신 분들 경우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신 사례들이 있는데요. 제가 잘 아는 분은 진도에 오리 목장을 차리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고 합니다.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생과자 장사나 방충망사업도 해보았고 닭도 키워보고 염소목장에서도 일해 보았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오리 사육에 도전하여 지금은 진도지방에서 알아주는 오리 사육농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희 고향에서 식당책임자를 하던 한 친구는 처음에는 한국에서도 식당을 하면 잘 될 것 같아서 식당을 차렸습니다. 그러나 한국 실정에 맞지 않아서 1년 정도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되어 식당을 접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수강료를 내면서 김치에 대해 배우게 되었고 지금은 북한식김치로 텔레비죤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이예진: 그런 과정 역시 시행착오 중 하나겠죠.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아가고 있는 탈북자분들이 늘고 있는데요. 직접 전문직에 계시는 선배로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기까지 탈북자 분들이 이런 점들은 좀 더 주의하면 좋겠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마순희: 제가 지내보니 직업을 선정하는데서 적성검사는 정말 무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 하나원에서 적성검사를 받았을 때 저의 직업은 사회복지사 같은 전문직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회복지사가 되는 길이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책에서 알아보았더니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서 실습도 120시간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 나이에 대학공부를 4년씩이나 하면 어느 세월에 돈을 벌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하고 그냥 식품회사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에서 취업활동을 시작했었습니다.
그 이후 컴퓨터 학원, 도배학원도 다녀보고 식당 주방보조와 전단지 붙이는 일, 가정집 입주도우미 등 닥치는 대로 일하다가 한 민간단체에서 상담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상담사 과정을 거쳐서 1기 상담사가 되었고 비록 에돌기는 했지만 저의 적성에 맞는 상담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으려면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보지 말고 지금은 조금 어렵더라도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고 진로를 선택한다면 반드시 옳은 선택을 했었다고 긍지감을 느낄 때가 반드시 온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예진: 사람들은 그 존재이유를 자신이 노력하는 과정,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것에서 찾기도 하는데요.
많은 탈북자들이 자신의 존재이유와 가치에 대해 제대로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