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대신 상담해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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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 정부나 지역, 민간단체, 기업 등 탈북자들을 위한 지원혜택은 꽤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은 보통 직접 신청서를 내거나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은 뒤에 지원받을 수 있는데요.

탈북자들 가운데 신청을 못해서 지원제도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줄 테니 대신 전화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 탈북자들의 사정을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탈북자들이 각종 지원제도 혜택을 못 누리는 경우들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사실 어떤 지원이나 자신이 직접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마순희: 네. 얼마 전에 상담 받은 대구의 한 여성의 전화였습니다. 한 아파트 단지 내에 북한이탈주민들이 여러 세대가 살다보니 처음에는 모임에도 함께 가고 친하게 지내면서 별 무리가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한 고향에서 온 지인이 있었는데 지난 일에 대해 이 것, 저 것 거슬리는 말들을 하다 보니 의견충돌이 심했고 게다가 어울려 다니다가 금전적인 피해도 입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예 탈북자들이 없는 곳으로, 모르는 곳으로 가서 편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분이 농촌에서 소를 키우는 농가에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러다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서 입원치료도 자주 받았지만 의료비지원을 해준다는 사실도 며칠 전에 친구 집에 갔다가 알게 되어 전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료비지원은 퇴원한 후 2개월 내에 신청해야 하는데 이미 반년이나 지났으니 지원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정보를 모르고 지내다보니 당연히 받아야 할 혜택도 못 받아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다 신청을 해야 하는데 정보가 없어 그러질 못했군요.

마순희: 네. 그래서 그 여성분에게 설명해 주었지요. 사람이 많은 대도시에 사는 것보다 한적한 농촌동네에서 남성이 혼자 사는 집에 몇 년을 동거하다보니 혼인등기를 안 해도 사실혼이라고 당연히 생각할 거고 생계비라는 것이 수급자에 한해서 나오지만 가족 중에 수입이 있으면 나오지 않는다는 것, 한우를 키우다보니 소득이 있는 가정으로 인정되어 생계비가 중지된 것 같다는 내용으로 설명해드렸습니다.

동네에서 탈북자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하면서 굳이 동포사랑 잡지를 신청해주는 것도 바라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인터넷에서 재단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었습니다. 만 5년이 되면 주거지원금 잔액도 받아야 하는데 주택을 반납하면 그것도 못 받는 줄 알고 있기에 그에 대해서도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드렸습니다.

이예진: 하지만 취업이나 주택, 의료 지원 등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해선 탈북자들이 상담전화를 통해서라도 다들 혜택을 잘 받고 있는 편이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대부분은 잘 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 한 경우들도 간혹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의 재단의 종합상담센터도 한 번 이용해 보신 분들은 계속 이용하시더라고요. 나이 드신 분들 경우에도 컴퓨터 학원에서 기초적인 교육은 대부분 받다보니 인터넷으로 메일을 주고, 받고 정보를 검색해 보는 정도는 거의 다 손쉽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인터넷을 잘 이용할 줄 몰라서, 혹은 집에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에는 가까운 지역의 하나센터나 전문상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알려드려도 본인이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도움만 바라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얼마 전 60대의 한 여성분이 기초생활수급자기준에 대하여 문의가 왔었습니다. 본인은 이때까지 수급자로 생계비를 받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생계비가 20만원, 그러니까 200달러 가까이 적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는데 지방에 있는 자식들 때문에 생계비가 안 나올 수 있다고 전화가 왔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원 나오신지 얼마나 되셨는지 물어 보았더니 5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생계비가 줄어 든 것은 거주지 보호기간이 지나서 추가로 지급되던 금액이 지급되지 않게 되어 삭감되었다는 것과 특례기간인 5년이 지났기에 부양의무자기준이 적용되어 생계비가 적어질 수 있다고 한 것 같다고 설명해드렸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기초생활수급비 같은 탈북자들에게 지급하는 생계비 등의 지원들은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돈을 벌어 직접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차츰 줄어들게 되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그래서 구체적인 내용은 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을 만나서 정확하게 알아보시면 될 것 같다고 상담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상담사가 대신 상담해서 알려주면 안 되느냐는 것입니다.

이예진: 직접 전화를 해달라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이외에도 의료급여나 기초생활수급과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다고 하여 설명해드리고 구체적인 자료는 보건복지부 콜센터에 문의해 보라고 알려드린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경우에도 역시 상담사가 대신 상담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보건복지부 콜센터에 상담을 받으려면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도 대야하고 본인의 수입이나 가족관계 등 기타 상황에 대하여 본인이 대답해야 정확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본인의 주민등록 번호를 알려 주겠으니 대신 상담해 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에게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개인정보를 알려주어 대신 상담 받게 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하도록 안내해 드렸더니 본인이 상담을 다 하고는 덕분에 잘 알게 되었다고 이제는 어디에서 어떻게 상담해야 하는지도 배우게 되었다고 만족해하시더군요.

이예진: 처음에는 그게 어려운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든 지원이나 혜택이 본인 확인이 되어야 하니까 스스로 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걸 못 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잖아요. 그 이유는 뭘까요?

마순희: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본인이 직접 전화나 대면해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도 그걸 잘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공공기관에 대한 두려움이나 또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고 말투가 다르기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설명을 해주어도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해를 못하면 물어보아야 하는데 그러자니 북한 말투가 자신 없고, 하지만 한 번 극복하고 본인이 하게 되면 그 후에는 자신감이 생겨서 누구의 도움이 없이도 잘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살면서 본인 확인을 통해 절차를 밟아야 할 일이 부지기수인데, 그걸 일일이 누군가 대신 해줄 수는 없죠. 이럴 땐 어떻게 상담을 도와주시나요?

마순희: 탈북자들의 정착을 도와주고 있는 하나센터나 전문상담사들인 경우에도 불편을 덜어준다고 무조건 해결해 주고 도와주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까지나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상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서툴고 잘 처리하지 못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수속도 하고 상담도 해보면서,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자료도 본인이 검색해 보면서 스스로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옆에서 누군가가 도와주면 손쉽게 해결할 문제라도 처음에는 서툴더라도 본인 스스로 체득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제 발로 걸어 나갈 수 있게 진심으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에 재단홈페이지에 공공임대주택 특별 분양에 대한 공지가 났었습니다. 문자로 알려주고 안내를 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그분과 함께 인터넷을 켜고 재단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어떻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지를 알려드려서 함께 찾게 했더니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누구의 도움이 없어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예진: 누군가에게 한 번 의지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홀로서기가 무척 어렵죠.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그래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탈북자들을 보면 어렵고 두렵더라도, 또 실패하더라도 자신을 믿어야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더 많은 세상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아시는 분들이더라고요. 더 많은 탈북자들이 그 사실을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남북하나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