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의 ‘몰라서 신청 못했어요’라는 말은 생활 전반에 걸친 지원이나 혜택뿐 아니라 취미나 여가활동과 관련한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도 마찬가지로 나오는 얘깁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면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어디에서 어떤 프로그램들을 하는지, 특히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보려면 우선은 탈북자들을 위한 다양한 취미활동과 교육 프로그램 등에 스스로 관심을 가져야겠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아는 만큼 누리는 탈북자들의 동호회 활동에 대해 얘기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 분들은 취미나 여가활동을 혼자서 알아보고 좋아하는 걸 하는 것보다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단체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마순희: 네. 취미나 여가활동을 통한 즐거움도 역시 여럿이 함께 나누게 되면 배로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산행을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름의 ‘산악회’라는 동호회를 모집해서 여럿이 함께 하는 경우가 많고요. 운동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것 역시 여럿이 함께 하고 있답니다. 저의 딸이랑 다니는 회사에서는 자전거 동호회가 있는데요. 쉬는 날 시간이 되는 친구들끼리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의 한강공원까지 달리기도 한답니다. 안전모를 쓰고 같은 단체복을 입고 줄지어 달리는 모습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탈북자들의 취미활동을 위한 기관들과 민간단체들의 지원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이북 5도청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 1회씩 하고 있는데 컴퓨터나 수지침 등 교육도 있고요. 가요반, 무용반, 미술반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하고 있습니다. 수강생들 대부분이 회사에 다니지 않는 어르신들이 많은데요. 한 번 수강하신 분들이 또 다른 과목을 수강하기도 한답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직장 등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보다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지역마다 많더라고요.
마순희: 그뿐 아니라 물망초 재단에서는 글쓰기를 위한 공부를 하기도 하는데 ‘나도 작가’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재단에서 퇴직한 후 학원에 다닐 때 저도 역시 그 프로그램에 참가했었는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망초 재단에서는 그 외에도 우리역사 바로알기 프로그램으로 역사 공부도 하고 있는데요. 많은 교육생들이 역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어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물망초재단에도 남북여성합창단이 있어서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활동들을 많이 하시다보니 직장을 다니지는 않아도 나이 드신 분들의 일정도 항상 한가하지 않다고 해요.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미술이나 서예를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2층에 노인정이 있는데요. 거기서 취미생활로 ‘서예’를 가르친다고 교육생 모집을 하는 공고문도 승강기에 붙어있었습니다. 저도 동참하고 싶었지만 저처럼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저는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지인분이 전화가 왔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을 위한 ‘친정집’이라는 단체에서 일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어르신들을 위한 고향 음식 만들기 등 프로그램을 해왔었는데 이번에는 남북한 여성들이 함께 모여서 독서와 글쓰기를 배워주고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함께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전화였습니다. 마침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찾아가는 상담일이고 탈북 여성들을 위한 단체들을 찾아가서 우리 사업을 알리기도 하고 있어서 겸사해서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배우고 더불어 성장하는 ‘친정집’의 품앗이 돌봄 프로그램에 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에 저희도 동참하고 또 친정집의 남북한 엄마들을 위해 탈북여성들의 이야기로 강의를 해줄 것을 부탁받기도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한 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서 유명하신 교수님의 재능기부로 글 쓰는 공부도 함께 한다고 해서 저도 시간이 가능할 때마다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이예진: 이런 프로그램들이 알기만 하면 할 만 한 게 참 많네요. 그런데 나이대나 성별에 따라 원하는 것도 그렇고 취미활동도 좀 다를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젊은 층들의 취미 활동은 남성들인 경우에는 조기축구회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별적으로는 등산이나 낚시, 캠핑 등을 선호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여행을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인 경우에는 태권도, 산악회나 자전거 동호회처럼 활동적인 여가생활이 많은 반면 저희들처럼 나이가 있는 경우에는 글쓰기, 서예, 가요배우기, 무용, 사진 동호회, 그리고 합창단이나 실버예술단 같은 곳에서 취미생활을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사무소에서 문화누리카드라는 것을 발급해주어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어르신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여가생활이 되고 있습니다.
이예진: 문화누리카드는 어르신들 누구나 받게 되나요?
마순희: 아니요. 차상위계층, 그러니까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어르신 등에게 나오나 봐요.
이예진: 형편이 어렵거나 일을 그만두고 문화생활을 누리기 힘든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거군요.
마순희: 네. 제가 퇴직한 다음에도 문화누리카드를 신청하라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자주 이야기하는데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도와주고 있는 통일부 산하의 민간단체인 새조위에서도 탈북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프로그램들을 하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는 아코디언 즉 손풍금을 배울 수 있는 강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봉사활동을 하는 탈북자들의 수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봉사활동을 통해서 우리 북한이탈주민들도 대한민국에서 잘 정착하고 있고 이 땅에서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살아간다는 좋은 인식도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예진: 연세 있으신 분들은 주로 민간단체나 탈북자 단체에서 조직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활동 참여비가 없으면 안 한다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마순희: 글쎄요. 가끔 그런 사례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모두 다 같지는 않지요. 일부 단체들이 처음에 탈북자들을 위한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원을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탈북자들 역시 당장 살아가는 것이 급선무다 보니 좋은 행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좋은 교육이나 좋은 행사라고 해도 당장 참가하지 않는다고 눈에 띄게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물론 하나라도 더 배우면 그만큼 정착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당장에는 그렇게 중요성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그러다보니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교통비 정도라도 드리면서 인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이 여러 번 반복되다보니 그런 인식들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서 적응하게 되면 많이 달라진답니다. 참여비가 없어도 자신에게 필요한 행사라고 생각되면 시간만 허락한다면 빠짐없이 참가하게 되는 거죠.
얼마 전 송파구에 살고 있는 60대 여성분이 전화가 왔었어요. 어느 단체에서 글을 쓰는 것을 가르쳐 준다고 것을 알고 신청을 했는데 늦게 알다보니 인원이 다 차서 교육생으로 선정이 안 되었다고 서운해 하더군요. 그래서 그분에게 교육이 이번 한 번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다음 기회에는 남보다 먼저 신청해서 받는 것이 좋겠다고 했죠. 그러니까 자기도 그럴 생각이긴 한데 다른 단체에서도 그런 좋은 교육이 있으면 꼭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남들보다 자기가 정보를 늦게 알게 되어 못 참가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늦게 알려 준 것이 서운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소식들을 모든 사람들에게 다 알려줄 수는 없는 것인데 아직 우리 탈북자들은 북한처럼 한 가지 일을 실시하면 모두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기회는 잡는 사람의 것이고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그분에게 양천구에 있는 한 단체에서도 글쓰기 교육을 시작한다고 교육생 모집 공고가 났다고 그곳으로 연락해 보도록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새로운 정보들을 검색해볼 수 있도록 단체들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기도 했습니다.
이예진: 바쁘게 사회활동을 하고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탈북자 분들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죠. 취미나 여가활동 참여도 사실 개인적 성향에 따라 다른데요. 다음 이 시간에는 젊은이들의 취미활동에 대해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