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은 각자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 북한을 떠났지만 고향이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이나 중국 등에 나와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탈북자들 가운데 고향이 같으면 이웃들의 소식을 수소문해 만나는 일도 많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를 찾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6월 25일, 한국 전쟁이 일어난 지 65년이 되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산가족들의 아픈 사연이 다시 한 번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사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자들도 비슷한 아픔과 그리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한국에 오면 한국에 정착한 가족들과 만나는 일은 쉽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사실 가족과 헤어진 뒤의 그리움이나 아픈 마음들은 시간이 많이 흘렀거나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었거나 같은 것을 떠나서 언제까지라도 만나기 전에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아픔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산가족문제는 분단국가인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가장 아프고 절박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TV나 뉴스에서 이산가족 분들이 60여 년 세월을 헤어져 살아오시다가 꿈같이 만나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탈북자들도 모두 함께 눈물을 흘립니다.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헤어질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측하지도 못하고 헤어진 그리운 가족이며 친지들을 우리도 영영 못 만나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에 남아 있던 가족들이 서로 연락을 하면서 한국에 입국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미 정착해 있던 가족들과는 비교적 쉽게 만납니다. 연락처를 알고 있으니까 연락하여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먼저 탈북한 가족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가족이 중국에 살고 있는지 아니면 한국이나 다른 곳에 가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으니까요. 저희들 주변에도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의 생사를 몰라서 혹은 가족이 탈북하면서 서로 생사를 알 수 없게 헤어진 분들도 많다보니 가슴 아픈 사연들이 참 적지 않습니다.
이예진: 한반도의 이산가족은 계속 생기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상담전화도 있었다면서요?
마순희: 제가 상담하면서도 사람을 찾는 전화를 여러 번 받았는데요. 사람을 찾는 사연들도 여러 가지였습니다. 얼마 전에 함께 근무하시는 선생님이 받은 전화였는데요.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이라면서 어떤 여성분이 사람을 찾아 줄 수 없는지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탈북자인 남성이 누나를 찾는다는 것이었는데요. 누나랑 중국에서 헤어졌었는데 소문에 몇 년 전에 한국에 갔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고향과 누나의 나이랑 이름이랑 알려주면서 몇 년 전에 한국에 온 사람 중에서 찾아줄 수 없느냐는 것이죠. 그래서 그 분에게는 우리 남북하나재단이 한국에 도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돕는 기관이기는 하지만 모든 탈북자들의 정보를 다 알고 있는 곳은 아니기에 안타깝지만 도움을 드릴 수는 없다고 설명해드렸습니다. 사실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조선족이라고 하는 그 여성의 말만 믿고 함부로 정보를 알려줄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하죠.
이예진: 그렇죠. 탈북자들의 신변안전 문제가 또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상담사 분들이 탈북자들의 상담전화를 받으면서 이분과 이분이 서로 아는 사이겠구나 할 수도 있겠네요.
마순희: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상담사들이 전국적으로 100여 명이 강원도로부터 제주도에까지 다 배치되어 일하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서로 상담하면서 필요한 정보들을 우리들만의 카페를 통하여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예진: 인터넷 공간을 말하는 거죠.
마순희: 네. 거기에 어느 날 지역의 상담사님이 사람을 찾는 글을 올렸습니다. 북한의 어느 지역에서 2-3년 전에 오신 어머니인데 연령은 육십 몇 세인데 급히 북한의 가족이 연락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런 분을 아시면 연락을 부탁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제가 알고 있는 분의 내용과 고향이랑 인적사항이랑 한국에 온 시기 등이 너무 비슷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글을 올렸죠. 정확히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비슷한 분을 알고 있는데 찾고 있는 분에게 저의 연락처를 알려드리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과 통화를 했더니 북한에 있는 아들이 급한 일이 생겨서 어머니와 통화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에 있는 아들의 이름과 나이 등을 알려주시면 그 어머니에게 확인하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서 연결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습니다. 얼마 뒤에 다시 연락이 왔고 제가 아는 분에게 확인했더니 아들이 틀림없었습니다. 어렵게 서로 연결이 되었고 목숨이 걸린 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그 후에 너무 고마웠다고 몇 번이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제가 직접 전화를 받은 상담 사례였는데요. 몇 년 전에 남북하나재단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사회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 분들에게 상을 주고 동포사랑이라는 잡지에 사진과 함께 사연을 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 어느 날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고 자기소개를 하면서 어떤 여성분이 전화가 왔는데 예술단에서 공연하는 모습이 담긴 그 사진에서 고향에서 함께 살던 지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분의 말에 의하면 고향에서 어렵게 생활할 때 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도움도 많이 받은 사람인데 원래 노래도 잘하고 손풍금도 잘 하던 사람이니 틀림없을 거라고 하면서 만나서 인사라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예진: 동포사랑에 실린 사진에 아는 얼굴이 있었다는 거죠.
마순희: 네. 손풍금을 치는 사진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사진속의 그 분은 제가 잘 아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는 이름과 살던 곳, 그리고 만나야 할 사항 등을 자세히 물어본 후에 그 분과 통화하고 그 분도 연락처를 서로 알려주기를 원한다면 제가 다시 전화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예술단 활동을 하고 있는 제가 알고 있는 그 분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분 역시 너무 반가워하면서 연락처를 주면 자기가 전화하겠다고 반가워하였습니다. 그 분들은 전화로 서로의 소식을 알게 되었고 마침 서울과 경기도라 거리도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살았었기에 직접 만나서 그동안의 회포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기에 그 동안의 고향소식도 궁금했던 터라 너무 반가운 만남이었다고 고마워하였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중간에서 참 중요한 역할을 하셨네요. 그럴 때 참 뿌듯하실 것 같은데요. 그런데 반대로 과거의 지인들을 만나기 꺼려하는 탈북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