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서울 선호 이유와 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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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은 남한 정착기관인 하나원을 나오면 원하는 지역에 거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지리적 정보에 어두운 탈북자들은 어떤 지역에 사는 게 자신에게 맞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럼에도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서울에 살고 싶어 합니다.

한국의 수도이고, 가장 잘 알려진 곳이긴 하지만 과연 그 이유가 다일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서울을 선호하는 이유, 그리고 서울에 살던 탈북자들이 지방으로 가는 이유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지난 시간에 탈북자들은 제 2의 고향이 될지도 모르는 거주지를 하나원에서 정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지도책을 보고 살고 싶은 지방 첫 번째, 두 번째를 적어내는데 아무래도 서울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서 서울에 살게 될 사람은 추첨을 통해 정한다고 하셨죠.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서울에 살기를 바라는 편이기 때문에 제가 나올 때에도 표 뽑기를 해서 서울거주권을 취득했거든요. 표를 뽑는데 딸들이 혹시 엄마가 서울을 뽑지 못할까봐 밖에서 가슴조이다가 내가 됐다고 하니 환호성을 지르던 모습이 새삼스럽게 눈에 삼삼하네요.

이예진: 예로부터 한 나라의 수도는 인구 규모가 가장 크고 경제•문화의 중심지인 경우가 많죠. 평양도, 서울도 그렇고요. 남한에서도 도시 중심으로 산업이 발달하던 때에는 서울에 와서 돈을 벌겠다는 지방 사람들이 몰려 수도권 집중현상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탈북자들이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까요?

마순희: 아무래도 서울이 가장 발달했으니 다양한 기회가 있을 테고, 서울이 아무래도 급여가 낫다는 생각, 북한에 있을 때에는 수도인 평양에는 살기는 고사하고 가고 싶어도 못 갔던 마음 등 여러 가지 생각으로 서울을 선호하는 게 아닐까요?

이예진: 서울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도가 생겨나고 발달하는 게 사실이죠. 한국에서야 자유롭게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추첨으로 지방에 살게 되신 분들도 서울에 올라와 살 수 있잖아요.

마순희: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지방에 주택을 받았더라도 서울에 와서 회사에 다니거나 공부를 하는 데는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주택이 지방에 있다 보니 그 집을 비워놓고도 임대료를 그냥 내야하고 하는 불리한 점이 있기는 합니다. 최근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영구임대 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LH 공사에서는 회사나 학업 등으로 장기간 주택을 비울 경우에는 서로 상호 교환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는 있습니다만 그 정보를 본인이 알아서 상호교환을 한다는 것은 사실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한국정부로부터 받은 임대주택을 한 번 반납하면 다시 받기가 어렵다보니까 그렇겠네요. 그런데 최근에는 아예 받은 주택을 반납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서 사는 경우도 있잖아요.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에 살다가도 지방 가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합니다. 대한민국 일반국민들 중에서도 웰빙을 중요시하는 분들이 많아서 전원주택이나 귀농을 택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이예진: 그렇죠. 웰빙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그러니까 잘 먹고 잘 살자는 의미죠.

마순희: 네. 북한이탈주민 중에도 그런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북한에서 영농사업에 종사했던 분들이나 농사에 관심이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이 귀농을 많이 하고 있고 국가적으로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도 그에 대한 지원사업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함경남도가 고향인 북한이탈주민인 50대 초반의 남성은 서울에 살다가 충북 보은에 귀농을 했고 강원도에서 고사리농장을 하는 분, 진도에서 오리목장을 경영하는 분, 충북에서 고구마농장을 경영하는 분들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귀농을 했고 잘 정착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출근했더니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딸기농사를 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여성이 재단의 지원이 있었기에 잘 할 수 있었다고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고 첫 수확한 딸기를 맛보라고 가지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후 근무라 비록 얼굴은 못 봤지만 감사히 잘 먹었다고 전화만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북한이탈주민 중에도 지방에서 잘 정착하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의 귀향, 귀농도 늘고 있군요. 그러면 탈북자들이 지방으로 이사를 가겠다고 할 경우 어떤 혜택도 있나요?

마순희: 지방에서 2년 이상 거주하면 지방거주 장려금이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주거지원금의 10%, 20%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취업장려금도 수도권이나 지방에서 일하는 북한이탈주민에 차별화를 해서 지급하고 있습니다. 3년차에 300만 원정도, 2600달러 정도의 차이가 나도록 지방거주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취업이나 교육 등에서는 서울에 좀 더 다양한 기회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만 사람이 많다보니 교통도 복잡하고 차가 많아 공기도 그리 좋지 않고 물가도 비싸고 사람 사이의 정도 시골만큼 진하지는 않다고들 하죠. 탈북자들도 이젠 그런 부분을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마순희: 네. 탈북자분들에게도 거의 그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야 평양을 평양공화국이라고 말할 정도로 평양과 지방의 차이가 심하지만 남한에서는 지방도 균등하게 지역발전이 이뤄지고 있어서 사실 처음에 많이 놀랐거든요. 아무리 농촌지방이라고 해도 포장도로가 되어있고 밤이면 가로수가 어둠을 밝히고 있고 더욱이 살아가는 데는 거의 차이가 없더라고요.

물가도 원활하게 이루어져서 서울 값이나 지방 값이나 다 같으니 정말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에 지방에서 잘 살고 있는 어떤 탈북자들은 한 번 서울에 올라오면 너무 복잡해서 멀미가 날 정도라고 우스개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작년 휴가 때 강원도에서 살고 있는 아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갔더니 서울이 좋기는 하지만 공기 좋고 편한 지방에서 살면서 가끔 놀려 올라와서 즐기다 가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오히려 서울은 가끔 놀러가는 곳이지, 머물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마순희: 네. 이렇게 내가 강원도에 잘 살고 있으니 서울사람도 와서 휴가를 즐기다 가는 게 아닌가 하면서요. 정말 대한민국 어디서 살던지 본인이 노력하고 본인이 만족하여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는 그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행복의 기준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말은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네. 평양은 어떤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나라나 수도는 바쁘게 돌아가고 정신도 좀 없잖아요. 그래서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훨씬 많은 지방을 여행지로 정하게 되죠. 탈북자들이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어떤 곳에서 살든 적응하는 건 자신의 노력여하에 달려있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어디에서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