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길가다 정말 우연히 예전에 사귀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사람과 어떻게 헤어졌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네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과거에 알던 그 사람’을 우연히 만나도 반갑지 않은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는 탈북 후 한 동네 사람들을 찾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반대로 북한에서의 과거를 잊기 위해 이름도 바꾸고 새 삶을 사는 탈북자 중에는 과거의 지인을 만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마순희: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생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비참하게 살았다면 그 때를 떠올리는 것조차 싫을 것 같습니다. 또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지난날과 깨끗이 결별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 분들 경우에는 아예 이름도 바꾸고 정말 새로운 삶을 사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여성들인 경우에는 한국에 와서 결혼해서 시댁이나 지인들에게 탈북자로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고 잘 살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간혹 전화가 오는데, 동포사랑이라는 잡지가 집에 오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누구도 내가 탈북자라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왜 그런 잡지가 오는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잡지를 그만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가족이거나 특별한 사이도 아니라면 굳이 지인을 만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탈북자라는 걸 그렇게 티내고 싶지 않다는 분들은 그런 경우도 있다는 거네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특히 몇 년 전에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왔을 때 서른만 넘으면 주택도 주고 정착금도 주고 한 세대로 인정해줬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28, 29살인 탈북자들이 중국에 있을 때 그런 정보를 알고 있었나 봐요. 그래서 나이를 속이고 한국에 왔어요. 제 나이대로 말하면 집을 못 받으니까 서른이 넘었다고 한 거죠. 그렇게 나이를 속이기라도 했다면 동료들을 만나면 동창인데 왜 나이가 다르냐고 할 수도 있으니까 만나기를 꺼려하더라고요.
이예진: 그렇군요. 또 탈북과정을 도운 브로커들이 탈북자들을 찾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브로커들을 통하여 한국에 입국하는 경우 거의 선불을 할 수는 없고 한국에서 정착금을 받으면 주기로 하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중국에서 지인의 도움으로 선불 얼마를 먼저 내고 나머지를 한국에 도착해서 주기로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간혹 한국에 도착해서 브로커와 연락도 끊고, 거주지에서도 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브로커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하여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만일 저희 종합상담센터 같은 곳으로 문의를 할 수도 있는데 브로커가 사람을 찾는다고 하면 누가 나서서 알려주겠습니까? 그러니 아는 사람을 찾는다, 어떤 이유로 사람을 찾는다는 형식으로 전화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사례들도 있기에 누구든지 사람을 찾더라도 쉽게 찾아주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이예진: 그렇죠. 어떤 이유로 찾는지 분명해야겠네요. 하지만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경우가 있는 게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면 신분조사도 확실히 하고, 기본정착교육을 하는 하나원에서 가족이나 한 고향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들었어요.
마순희: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 도착하면 누구나 신원확인을 위한 조사를 받게 됩니다. 워낙 탈북자들이 많이 오다보니 한 고향에서 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 조사관들이 어찌 보면 우리들 자신보다도 우리에 대하여 더 정확하게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일 외에는 아는 것이 얼마 없을지 몰라도 그 분들은 각계각층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우리가 미처 모르는 문제들도 알게 되겠지요.
가족 중에 먼저 한국에 도착한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가족관계에 대해 진술하게 되고 후에 오는 가족이 진술할 때 먼저 도착한 가족이 있다면 알려주기도 한답니다. 가끔 국정원에서 전화가 올 때도 있습니다. 한 고향에서 살던 000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는지 등등 묻기도 하는데 그렇게 신원이 확인되면 조사를 더 빨리 마칠 수도 있습니다. 몇 년 전 400명조라고 한꺼번에 입국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 때에는 먼저 가족이 와있는 분들은 조사를 먼저 받고 교육기관으로 보내지기도 했답니다.
이예진: 가족이야 하나원을 통해서 만남이 쉽게 성사되지만 지인 같은 경우엔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신변문제로 개명하는 일이 많아서 찾기 어렵지는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마순희: 네, 흔히 있는 사례들입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에 개명을 하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개명하는 경우도 있고요. 북한에서 불리던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개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하나원 나온 후 5년이 지나면 주거지원금 잔액을 신청해서 받는 경우에도 안내할 때 한 가지 더 해야 합니다. 개명을 한 일이 없는지를 물어봅니다. 개명하지 않았으면 주민등록 등본만 필요하지만 만일 개명했다면 초본까지 함께 제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본에는 원래 입국초기에 쓰던 이름이 있기에 동일인이라는 것이 증명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개 이름으로 찾기 보다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장 등에서 얼굴을 보고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이북5도청 운동회라던가 ‘좋은 벗들’에서 주최하는 통일체육축전 등에는 전국적으로 참가하고 싶은 사람들은 거의 다 모이니까 그런 곳에서 한 고향 사람을 만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예진: 그런 장소에서 만나면 이산가족 만난 것처럼 반갑겠네요. 그런 행사들을 가면 또 만날 일이 생기네요. 또 있죠. 탈북자들에게 유용한 생활정보잡지인 ‘동포사랑’을 보고 지인을 찾아달라는 경우도 있었다고요?
마순희: 그런 사례들이 많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좋은 의도로 지인을 찾는 경우에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만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있더라고요. 몇 년 전에는 자그마한 개인 사업을 하는 여성분의 사연이 사진과 함께 ‘동포사랑’ 잡지에 실리게 되었는데요. 한 남성이 항의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 여성이 이름을 고쳐서 그렇지 ‘원래 본명이 무엇이다. 그리고 몇 년 전에 그 여자 때문에 자기가 여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다’고 하면서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지 찾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등 엄청나게 화가 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여성의 연락처나 사는 곳을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마음을 눅잦히도록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등 일상생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더니 지금은 회사도 다니고 있고 다른 여성분과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른 여성분과 잘 살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그 때에는 인연이 안 되어 그런 것일지도 모르니까 잊어버리라고,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면 자꾸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본인에게도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바꿔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화가 난 상태로 가만 안 둔다고 하는 사람에게 설사 연락처를 안다고 하더라도 선생님이라면 번호를 알려주겠느냐’고 했더니 잘 알았다고 그냥 너무 화가 나서 한 소리고 지금은 어디서 만나기라도 할까봐 더 싫다고 하면서 상담을 마친 일도 있었습니다.
이예진: 홧김에 전화를 하셨던 것 같은데, 선생님께서 심리 상담까지 잘해주셨네요. 살다보면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평소 사람들에게 잘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 뒤늦은 후회가 되지 않도록 살아야할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