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여름, 날씨가 더우면 복날 좋은 음식을 먹어가며 건강에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정신건강도 잘 챙겨야 할 것 같은데요. 기온이 높아질수록 자살률도 높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는 원인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이 경제 상황이 갑자기 좋아져서 나라가 부유해졌을 때나 갑자기 가난해졌을 때 급격히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도덕적 규범이 붕괴될 때 자살을 결심한다는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죠.
오늘은 한국에서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선생님, 먼저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 중에 한여름 무더위가 공격성뿐 아니라 충동성도 높여서 자살을 부추기는 것으로 조사됐다고요?
전진용: 네. 런던정신의학연구소가 10년간 자살사고 5만여 건을 분석했더니 기온이 1도씨 증가할 때마다 자살률은 3.8%씩 높아졌고, 특히 목을 매거나 손목을 긋는 폭력적인 수준의 자살은 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한국에서 봐도 1월보다 7월의 자살률이 70%나 높았는데요. 이런 원인에는 우리 몸의 폭력성과 충동성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란 물질 농도가 날씨에 따라 변화가 오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겨울에는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여름에 자살률이 높아집니다.
이예진: 올 여름도 상당히 더울 것 같은데 폭염에 대비한 정신건강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전진용: 네. 우선 충동적인 상황이 됐을 때 한 박자 쉬고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 자살하려는 순간을 막으면 자살을 막을 수 있거든요. 자살이 충동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순간이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충동적인 순간을 조절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고요. 더울수록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생활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사실 더위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자살률이 기본적으로 높은 게 문제가 되고 있죠.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는데요.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남성이 39.3명, 여성 19.7명이었고요. OECD 국가의 평균 자살률은 남성 18.1명, 여성 5.1명. 이렇게 한국 남녀 모두 OECD 평균보다 높은 자살률을 나타냈는데요. 이렇게 한국의 자살률이 높아진 이유가 있을까요?
전진용: 한국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청년 실업 등의 문제 등으로 한국인들의 가치관이 혼란스러워졌죠. 높은 지위나 부, 물질적인 것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상대적인 박탈감, 우울감을 경험하게 되고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 것 같고요. 그러면서 우울증이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 사회가 아직은 우울증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나 상담하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편견을 갖고 보는 것이 문제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은 자살을 세 가지로 분류했는데요. 이기적인 자살, 이타적인 자살, 아노미적 자살로 분류했습니다. 이기적인 자살은 개인과 사회의 유대감이 악화되면서 생기는 자살이거든요. 개인이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하면서 따돌림을 당하고 그러다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하는 것을 말하고요. 이타적인 자살은 반대로 개인과 사회의 유대감이 너무 강화되면서, 사회적인 책임이 강화되면서 생기는 자살인데요. 예를 들어 사극 같은 것을 보면 일본인들이 국가를 위해 할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이 이타적인 자살이고요. 아노미적인 자살은 사회가 혼란해져서, 가치관이 상실돼서 생기는 자살이거든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혼란을 겪으면서 사회적 가치관의 혼란으로 자살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한국에 비추어 보면 우울증에서 비롯된 이기적인 자살의 성격을 가지면서 사회적 가치관의 혼란으로 빚어진 아노미적인 자살의 경향을 같이 가지고 있다고 보고요. 이런 것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가치관 정립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을 줄여주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최근에는 탈북자들의 자살률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탈북자들이 자살하는 경우는 어떤 유형에 가깝다고 봐야 할까요?
전진용: 이기적인 자살이 많다고 볼 수 있겠죠.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사회와 유대감이 악화되면서 생기는 자살일 수 있고요. 탈북이라는 동기가 있었는데 남한에 와서 그 동기가 상실되면서 사회적으로 혼란을 느껴 아노미적인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대부분은 이기적인 자살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주 이 시간에 좀 더 자세히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한국의 자살률을 보면 특히 노인들의 자살률이 높은데요. 노인들의 자살률이 더 높은 이유가 있을까요?
전진용: 사회생활에서 은퇴하게 되는 나이잖아요. 사회생활에서 소외되면서 새로운 일거리나 활력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없고 젊은이 중심으로 사회가 돌아가니까 소외되거나 융화되지 못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노인들이 우울감을 겪을 수 있고요.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자식들이 결혼하면서 혼자 남게 되면서 외롭고 비어있는 느낌을 받으면서 우울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회적인 소외, 가족 간의 소외가 우울감을 조장할 수 있고요. 또 핵가족화되면서 가족 간의 소통이 부족해지기도 하는데요. 이럴 때 개인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다 보면 오히려 더 우울감이나 고립감이 커져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예진: 우울증, 자살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하는 대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약 70%는 우울증을 호소하고요. 우울증 환자의 약 15%가 자살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무래도 자가 진단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어떤 증세들이 나타나면 대비를 해야 할까요?
전진용: 인간은 누구나 우울할 수 있는데요. 우울감이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이 재미없고 따분하거나 평소보다 체중이 많이 감소되거나 부쩍 증가했거나 수면장애를 느끼거나 피로감 및 활력이 상실됐거나 반복적인 자살 시도 및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면 우울증을 생각할 수 있고요. 이에 따른 상담을 하거나 평가해서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혹시 이런 증상들이 몇 개나 되는지 세 보셨나요? 우울증이 심각해지면 자살을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주변에 이런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없는지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점검해보시면 좋겠네요.
다음 이 시간에는 탈북자들이 자살하는 이유와 대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