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집 장만

사진은 서울 강북의 한 부동산 중개소 모습.
사진은 서울 강북의 한 부동산 중개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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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북한도 비슷하겠지만 한국에서도 주택의 크기나 위치로 부를 측정하곤 합니다.

그래서 남한에 어느 정도 적응해 국가에서 마련해준 주택에 살면서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탈북자들 중에서도 좀 더 큰 집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하지만 집값 비싼 남한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남한의 보통 직장인들도 허리띠를 졸라맬 각오를 해야 이룰 수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집에 대한 생각을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탈북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인 주택 관련 상담과 관련해서 집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심도 깊게 들어볼 텐데요. 탈북자들이 서울지역을 더 선호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살다가 나중에 살고 싶은 지역을 바꿀 때도 따로 인기 있는 지역이 있다면서요? 그 이유는 뭘까요?

마순희: 처음에 하나원에서 주택을 받아가지고 나올 때에는 거주지 선택의 자유가 있죠. 지방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거의가 서울지역을 선택하고요. 그래서 서울지역은 배정받은 주택보다 요구자가 더 많아서 표 뽑기를 해서 선정되어야 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책자를 보고 거주지를 선택하거든요. 그런데 후에 이러저러한 조건으로 주택을 다시 받을 때에는 상황이 다르죠. 그동안 한국에서 살아 보았기에 최소한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대략적으로는 알게 되니까 아마도 그런 곳에 많이 몰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원하는 지역이 생긴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몇 달 전에 상담 받은 사례인데요. 안산에 있는 40대의 한 여성의 전화였습니다. 하나원 있을 때 거주지 신청을 받는데 1지망은 서울, 2지망은 제주도를 적었답니다. 서울은 신청자가 많아서 차례지지 않고 2지망인 제주도에 가게 되었답니다. 사실 북한에서 살 때에는 제주도라고 하면 얼마나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까? 그런데 정작 제주도에 가서 살아 보니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너무 외로웠다는 것입니다.

흔히 하나원 동기들과 많이 왕래를 하는데 동기들도 한 명도 없고 어쩌다 만나려면 비행기를 타든지 배를 타고서야 만날 수 있으니까 많이 힘들더랍니다. 그러면서 명승지는 한두 번 놀러가는 것으로 족하지, 사람이 살려면 그래도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제주도의 집을 반납을 했어요. 그리고 하나원 동기가 있는 안산에 와서 함께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친구 집이라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려운 점이 많아서 어떻게 집을 다시 받을 수 있겠는지 상담 받아 보고 싶다고 전화한 것입니다.

사실 그 전에는 우리가 하나원에서 받은 주택을 한 번은 교환할 수 있게 했었는데, 지금은 그 법이 없어졌잖아요.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요. 하나원 나올 때는 한국에 대한 사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한 거주지이기 때문에 살다보면 아니다 싶으면 한 번은 옮길 수 있을 때가 좋았던 것 같기는 하지만 현행법이 그러니 어쩔 수가 없잖아요.

이예진: 너무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옮기려고 하다보면 복잡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탈북자들의 수가 이제 많이 늘었으니까요.

마순희: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선 주택을 받으려면 임대주택이 아닌 일반주택에 전입신고를 하여 단독세대주로 되어야 한다는 것과 주택청약저축에 가입하도록 안내해 주었습니다. 근로능력이 되기에 수급자기준에서는 제외되었으므로 영구임대주택은 받을 수 없고 국민임대주택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오면 신청하도록 안내 하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LH공사에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서 신청했는데 선정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제주도에 있다가 그 지역에 전입신고한지 얼마 안 되었고 또 독신이다 보니 가족 수에서도 순위에 밀린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주택은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고 후회하더라고요. 그 여성에게 한 번 신청했다가 선정되지 않으면 다시 공지가 나오면 또 신청하도록 안내하고 또 북한이탈주민 우선공급 공지가 나오면 알려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이예진: 그런데 사실 돈만 있으면 어디에서 어떤 주택에 살든 상관은 없잖아요. 하지만 최소한 집을 사려면 서울에서도 지역별로 다 다르지만 열 몇 평에 사는데도 이십만 달러 이상 들잖아요. 막 남한에 온 탈북자들에겐 정부에서 제공하는 영구임대주택이 아니면 집을 산다는 건 어려운 일 아닐까요?

마순희: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북한이탈주민들 중에도 몇 년씩 열심히 돈을 모아서 장기전세로, 새 주택을 장만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습니다. 몇 년 사이에도 신정동의 이펜 하우스나 서초구 우면산지구나 강남, 양재, 그리고 천왕지구의 새 주택단지들에 이사를 가는 탈북자들도 많습니다. 교육이나 교통, 주변 환경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이죠. 아파트 가격도 비싸고요.

임대보증금이나 계약금 등이 부족한 경우에는 탈북자들에게 제공되는 5년 뒤에 받을 수 있는 주거지원금 잔액도 조기에 지급받을 수 있답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문제들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상담 받은 우면산에 이사 간 이탈주민여성의 사례인데요. 작년에 우면산 지구의 새 국민임대주택에 가게 되었는데 새집이라 관리비도 만만치 않고 보증금 부족한 것을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이자를 갚기도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재단에서 생활비를 지원해 주지는 않는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다닌다기에 차라리 직장인 대출을 받는 것이 어떠냐고 안내했더니 이미 그것도 받은 상태였습니다. 자신의 경제적인 여건에 대한 타산이 없이 무조건 새 집만 좋다고 무리하게 집 장만을 하다보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더 절실하였습니다.

이예진: 사실 남한 사람들도 집을 살 땐 10년, 20년 길게 계획을 세워서 하니까요. 어쨌든 탈북자들에게도 집 늘려가는 꿈을 많이 세우고 있다는 얘기기도 하네요.

마순희: 사실 북한에서는 제가 살 때까지만 해도 주택은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었습니다. 공장 기업소들에서 주택을 배정해 주어서 비록 단칸방이기는 하지만 주택에 대한 걱정은 별로 해 보지 못 했습니다. 저희가 살던 곳에서도 광산노동자이면 광산주택이, 철도에서 일하면 철도 사택, 제재공장사택, 임업기계사택, 농촌문화주택, 교원사택 등등 기업소 주택관리부에서 다 해결해 주었거든요. 식구가 많거나 부모님과 함께 사는 세대들은 두 칸짜리 집을 쓰고 살 정도로 주택에 대해서는 정말 개인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편하고 부지가 넓은 곳에 간부들이 주택을 짓기 시작하더라고요. 북한에서 직행으로 한국에 온 탈북자들과 만나보면 지금은 북한도 주택을 사고, 팔고 웃돈 주고 장만하고 등등 소식들을 듣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청진에서 제일 경치 좋은 곳에 단독주택을 짓고 승용차도 몇 대씩 가지고 있고 미용사도 데려다가 파마를 했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북한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북한에선 다 같이 그렇게 사니까 몰랐지만 한국에 오니 멋있는 집도 많고 그렇게 사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래서 하루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그 꿈을 이루기가 쉽지는 않지만 번듯한 자기 집을 장만하는 것이 거의 모두의 꿈이 아니겠어요. 그렇지만 자신의 경제적인 여건을 잘 따져보고 주택 장만도 해야 한다는 것을 저는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항상 느끼곤 한답니다.

저는 하나원 나오면서 받은 국민임대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여러 가지 편의시설 즉 편의점이나 문구점, 미용실, 도서관 등이 지척에 있고 애들 학교나 학원도 가깝고 한 마디로 주거환경이 매우 좋아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또 그럴 정도로 돈을 많이 벌어 놓은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요. 저는 10년 간 산 이곳 양천구가 제 두 번째 고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에 다른 곳에 새 집으로 이사 간 딸들도 엄마 집에만 오면 마음이 편하고 너무 좋다고 한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의 두 번째 고향이기 때문에 또 그만큼 고민도 많고 신중해지는 것이겠죠. 탈북자들의 주택마련에 대한 꿈도 앞으로는 조금 더 쉬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