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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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삶은 누구나에게 고단한 때가 있죠. 살다보면 '힘들다'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이 있는데요. 돈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말이죠.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힘들다'라고 말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북한에서와 다른 '힘들다'의 기준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요즘 선생님께서 후배 탈북자들에게 강의를 많이 하시잖아요. 탈북자들의 지역적응을 돕는 하나센터에서 강의도 하고 후배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으실 것 같은데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각자가 안고 있는 사연이나 궁금한 점들을 터놓곤 합니다.
며칠 전 한 방송국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제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종합상담센터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고 40대가 될 듯한 한 남성이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원재단에서 대학원생들의 학비를 지원하기로 하였다는데 사실인지를 물어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디서 들으셨는지 아직 저희들도 아는 바가 없다고 했더니 이제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럼 재단에서는 무슨 학비를 지원하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대학원생인데 국가에서 지원하는 대학등록금과 장학금을 구분 못할 수도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질문을 받았으니 대답은 해야 하잖아요?

이예진: 탈북 대학생들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학 학비인 등록금을 면제받는 경우가 많죠. 장학금은 성적우수 학생이나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성실한 학생 등을 대상으로 주는 제도고요. 그러니까 그분은 장학금을 받고 싶다는 거였나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학생들의 대학등록금은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고 재단에서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 대학생, 그리고 대학원생들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반기 장학생 모집을 했는데 신청하지 않으셨냐고 물었더니 신청했는데 선발되지 못했다고 하면서 심사기준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며 저한테 뭐라 하는 겁니다. 그 분이 심사기준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선정이 되지 않아서 불편한 심정에서 그러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저는 이제 상반기에 안 되었더라도 하반기에도 또 신청을 받는다고 그 때에 다시 시도해 보시라는 말로 위로해 드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예진: 대학원은 사실 한국에서도 가는 사람이 많지 않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스스로 전문적으로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가는 것이잖아요. 대학원 장학금은 그래서 성적이 좋거나 기업의 후원을 받거나 하는 경우 말고는 지원받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탈북자들 중에서 대학원에 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가요?

마순희: 사실 탈북자들 경우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2012년 전수조사에 참가한 9493명의 북한이탈주민 중에서 대학원 재학생은 59명으로 0. 6%, 그리고 대학원졸업이상의 학력을 가진 탈북자는 40여 명으로 0. 4%에 불과하였습니다. 즉 1000명 중에 대학원생이 6명 정도, 대학원 이상 고학력자는 4명 정도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실시하는 장학생신청 내용을 보면 대학원생들의 경우에도 1년에 250만 원정도의 장학금을 주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미화로는 2천2백 달러가 조금 넘네요.

마순희: 네. 그런데 대학원 학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진학 동기나 목표, 학문적 성향, 미래연구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등록금 실납입금액을 고려하여 지원하는데 타기관의 장학금 등 수혜여부에 따라서 차등 지원된다고 되어있습니다. 그 분이 지원재단의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고 의견이 많았지만 엄격한 심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장학금수혜자 선발이 그렇게 불평의 대상이 될 정도로 허술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대학원생이라고 하면 모두 자기 직업을 가지고 일하면서 한 달에 몇 번 정도 대학원의 강의 날짜에 맞추어서 하는 거잖아요? 대학원 등록금을 내는 일도 어렵겠지만 사실 그보다 더 어려운 건 학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사라니요? 북한에서는 일반사람들이 도전할 수도, 꿈꿀 수도 없는 힘든 거잖아요?
그래도 대한민국은 누구나 자신이 마음만 먹고 노력한다면 시도할 수도 있고 열심히 노력하면 박사학위도 받을 수 있고요. 사실 저는 북한에서는 박사라고 하면 선택된 인재이고 일반사람들은 만나 볼 수도 없는 건데 한국에 와서 너무 많은 박사님들을 만나게 되니 저도 처음엔 많이 놀랍더라고요. 제가 북한에서 단 한 사람의 박사를 보았는데요. 평성에 살 때 과학원상점에 갔다가 하늘색 벤츠를 타고 온 백설희 박사를 먼발치에서 보았는데 그것도 동료들 사이에서는 대단한 화제가 되었답니다. 어떻게 박사를 다 볼 수 있냐는 거죠.

이예진: 한국에선 의지만 있다면, 자신이 노력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가능한 게 박사 학위를 따는 일이기도 하죠. 어쨌든 교육과 문화 등 북한에서 익히고 자란 것들이 너무 달라서 한국에 빨리 적응하도록 한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들이 있지만, 사실 이런 지원혜택은 한국사회에 적응을 잘 하고 자립능력을 스스로 갖춘 후에는 줄어들잖아요. 그런데 그게 불만인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아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사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산다는 것은 정말 근로능력이 없고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잖아요? 하나원을 나와서 6개월은 조건 부과 없이 수급자로 살게 하다가 6개월이 지나면 심사를 통해서 근로능력자와 근로무능력자로 기준이 갈리게 됩니다. 그리고 거주지 보호기간 즉 5년이 지나면 대한민국의 일반국민들과 똑같이 특례로 받아오던 혜택들이 모두 끝나게 됩니다.
거주지보호기간 동안에 북한이탈주민들이 받는 혜택은 참 많잖아요?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에도 식구 수에 따라서 생계비가 나오는데 특례로 식구 수 더하기 1명, 그러니까 3인 기준으로 지급되는데, 자녀의 근로 능력이 있고 일정한 수입이 있으면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게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특례 기간에는 그런 부양의무자기준도 적용되지 않아요. 또 4대 보험이 적용되는 회사에 다니더라도 의료급여는 1종으로 보호를 받아왔어요. 그런데 그런 지원혜택들이 사라지는 거죠. 그리고 정규대학에 시험 등을 거치지 않고도 입학할 수 있는 특례입학이 가능한데요. 그 모든 혜택들이 거주지보호기간인 5년에 한정되는 것입니다.

이예진: 4대 보험이나 의료급여 1종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설명을 좀 해주시죠.

마순희: 4대 보험은 고용보험, 산재보험, 연금보험, 의료보험을 말하는데요. 고용보험은 부적격사유가 없으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는 것이고요. 산재보험은 일하다 다쳤을 때 치료와 사후 관리를 해주도록 되어 있는 제도고요. 연금보험은 자신이 받는 월급의 몇 %를 회사가 함께 적금해서 노후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제도 등을 말합니다. 탈북자들은 4대보험이 되어도 의료급여로 혜택을 받게 됩니다.

이예진: 거의 무료로 혜택을 받게 된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의 일반 국민들과 동등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제도들이기는 한데 이때까지 받아 오는데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끔 그런 내용들의 상담전화들을 받을 때도 있는데 전화통화로 그 분들의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답니다.

이예진: 배급 등 북한에서 받는 것에 익숙했던 탈북자들, 한국에서 지원받는 기간은 5년입니다. 그 후에는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탈북자들의 적응 기간 5년은 적당한 시간일까요? 다음 이 시간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