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북한에서 보안원과 주민들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한국에선 북한의 보안원과 비슷한 경찰이나 형사들과 마주칠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교통법규를 어겼거나 사고를 냈거나 당했을 때, 혹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당했을 때 아니고는 말이죠.
하지만 한국에서 탈북자들과 형사는 아주 밀접한 관계인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와 형사와의 관계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형사와 탈북자의 관계,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은 아마 이해가 잘 안 갈 것 같은데요. 우선 형사라고 하면 북한식으로 담당보안원 정도로 설명하면 되겠죠.
마순희: 네 맞는 말씀입니다. 보안원이라는 이름은 저희가 북한에 살 때에는 안전원이라고 했고 아마 그 후에 보안원이라고 부르게 된 것 같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원을 수료하고 한국사회에 나오면 적용되는 정착지원제도가 있습니다. 지원제도에는 초기정착금지원제도, 취업지원제도, 교육지원제도 등이 있고 사회보장지원제도에는 거주지보호제도, 주거지원제도, 민간지원 등 지원제도들이 있는데요. 그중 거주지보호제도에는 취업보호담당관, 거주지 보호담당관과 함께 신변보호담당관제도가 있습니다. 신변보호담당관이 바로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담당형사인거죠.
신변보호담당관은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서 지정하는데요. 공식적으로 말한다면 북한이탈주민의 신변을 보호하고 관련 상담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형사는 범죄를 수사하거나 범인을 체포하는 사복경찰을 말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 탈북자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인식되기도 한답니다. 물론 우리가 남북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을 탈출하여 제 3국을 거쳐서 대한민국에 입국하다보니 신분상 100퍼센트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할 것이라는 것쯤은 우리들도 누구나 다 짐작을 하고 있지요. 신변보호와 감시, 그리고 새로운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온갖 문제들에 대한 안내자 상담자 역할도 하는 것입니다.
이예진: 북한에서의 보안원과 비교되는 게 바로 경찰, 형사인데 말씀해주신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한국의 경찰이나 형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북한의 보안원이나 안전원들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사실 저희들 대부분의 탈북자들에게 보안원이나 안전원들이라고 하면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북한에 있을 때 안전원들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생생했거든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에는 보안원이 아니었습니다. 군에는 군안전부가 있고 지역이나 구역마다 분주소가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였던지 분주소 정면에 ‘인민을 위해 복무함’이라는 구호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 구호를 처음 접할 때에는 왠지 우리를 지켜주고 우리를 위해 뭔가를 해준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권력을 가진 안전원들의 불법적인 행태들을 보아올 때마다 그런 사람들은 과연 저 구호를 볼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가 저희가 탈북하기 전해 결정적으로 환멸을 느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관할 분주소에 저희 가족이 수입 대 지출이 맞지 않는다는 신고를 했었나 봐요. 어느 날 일하러 간 사이에 가택수색을 당했고 나라에서 생산한 옷이 아니라고 딸들의 옷가지들을 몰수해 갔던 것입니다. 나라에서 옷이나 천을 공급하는 것이 없는데 딸들이 장성하다보니 시장에서 비싸게 주고라도 외제 옷들을 사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남의 집의 문을 열고 가택수색을 하고 물건을 압수해갔다고 하면 대한민국 같으면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그 때 생각했죠.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더니 당신들이 말하는 인민이라는 범주에 우리는 속하지 않는 것이냐는 반발이 일어나더라고요. 아마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딸을 찾아서 국경을 넘으면서도 죄책감 같은 것을 덜어주지 않았나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예진: 그러셨군요. 그러면 한국에 와서 본 경찰이나 형사에 대해서도 살짝 경계를 했을 것 같아요.
마순희: 그런데 대한민국의 경찰은 처음부터 신뢰가 가더라고요. 더욱이 저희들이 정착을 시작하던 2003년경에는 지금처럼 하나센터도, 전문상담사도, 더욱이 신병인수를 하려 하나원에 오는 정착 도우미도 없었습니다. 신변보호담당관 즉 담당형사님들이 하나원으로 우리를 데리러 왔었거든요. 하나원 수료식을 끝내고 형사님의 차를 타고 거주지로 이동하였고 주택공사와 동사무소에 가서 주택계약도 하고 거주지에 전입신고도 다 해주셨습니다.
이예진: 살게 될 집으로 안내하고 주소지 생성도 서류상으로 만들고 그런 기본적인 절차를 형사들이 다 해줬다는 거군요.
마순희: 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열쇠를 받아서 제일먼저 우리집 문을 열어 주신분도 담당형사님이셨고 가스잠금장치와 수도꼭지, 조명등까지 일일이 점검하여 이상 없음을 확인해주었죠. 집전화도 개설해주었고 손전화 구입까지 저희들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모든 기초적인 문제들을 다 해결해 주시다보니 담당형사님이야말로 저희들에게는 동화에나 나오는 ‘키다리아저씨’같은 분이었습니다.
이예진: 보호자처럼 잘 챙겨주셨군요. 다른 분들은 어떠셨을지 궁금해요. 처음엔 탈북자 분들에게 담당보안원 같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불편하고 어색할 수도 있잖아요.
마순희: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인 것 같아요. 남과 북이 대치상태인데 북한에서 온 우리를 어떻게 백퍼센트 다 믿을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을 우리들도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들 같은 경우에는 더구나 제가 딸 셋과 함께 오다보니 크게 나쁜 일을 할 일도 없으니 ‘감시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 감시하겠으면 실컷 하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전혀 불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간혹 남성들은 그런 의견을 표현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형사님들도 공무를 집행한다고는 하지만 사람마다 각자 자기 방식들이 있다 보니 관심하는 정도도 서로 다른가 봐요.
몇 년 전에 저희들과 하나원을 함께 나온 한 남성분은 담당형사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시도 때도 없이, 북한 말로 때 새 없이 전화가 와서 시끄러워서 죽겠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는 조용히 중국에 갔다 왔는데 담당형사가 잘 갔다 왔냐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는 겁니다. ‘아 나를 감시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나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화번호를 바꾸어버렸더니 어떻게 알았는지 또 전화가 왔더라고 하더군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겠는데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라고 했더니 자기도 그런 걸 알면서도 괜히 욱해서 한마디 해보는 거라고 하면서 웃음으로 넘어가더라고요. 그런 사례는 어쩌다 듣게 되는 것이지 사실은 도움을 받는 사례들이 더 많답니다.
이예진: 다음 시간에는 탈북자들이 형사들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고 있는지, 또 탈북자들이 왜 형사들을 믿고 의지하는지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