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탈북 엄마의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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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어머니는 위대하다, 강하다고들 합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를 낳고 우울증에 빠지거나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어머니들이 많습니다.

자식에게 인생 전부를 걸었던 엄마들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어머니이기 이전에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시대가 됐기 때문일까요?

그만큼 세상이 복잡다단해졌기 때문일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남한 정착과 더불어 부딪치게 되는 아이의 육아, 탈북 어머니들의 심적 어려움을 들여다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까지 탈북 대학생들의 속내를 들어봤잖아요. 특히 엄마와의 관계가 썩 좋지 않은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오늘은 그 엄마 마음을 좀 헤아려보겠습니다. 먼저 17살 딸을 둔 탈북자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사례/애가 어릴 때는 사춘기라 잘못 될까봐 누구를 만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쟤도 어차피 내 곁을 떠날 텐데 생각이 들더라고요. 쟤한테 너무 집착해서 공부 안 한다고 매일 뭐라고 하고 여길 어떻게 왔는데 잘 해야지 이렇게 살 거냐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애도 힘들었겠구나 싶어요. 쟤는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 테니까 나도 이제는 의지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이제까지 혼자 울고, 계속 참고, 애한테 뭐라고 했죠. 애한테 더 그런 게 쏟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이예진: 사춘기 딸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어머님이 힘들다보니까 그런 게 딸한테 오히려 화풀이가 되기도 했다는 이야긴데요. 이런 일들이 탈북 가정에서 많이 일어나는 편인가요?

전진용: 탈북 어머니들이 탈북 과정에서의 스트레스가 많고요. 아이들의 스트레스, 어머니와 아이들 모두의 남한 적응 문제 등이 있을 수 있어요. 이로 인해 탈북 어머니들은 양육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남한의 양육 방법이나 태도도 다르고 신경 쓸 부분도 다르기 때문에 탈북 어머니들의 양육 방식의 차이, 심리적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양육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예진: 선생님께서 상담하시면서 북한과 남한 어머니들의 양육 방법이 어떻게 달라보였나요?

전진용: 탈북 어머니들이 양육의 문제와 적응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해서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특히 남한과 북한의 양육문화가 다르기도 해서 그런데요. 남한 어머니들도 그런 경우가 있지만 북한 어머니들 대부분이 감정 표현이 더 서툰 편이고요. 남한 어머니들에 비해 표현하는 걸 어색해 하는 부분이 있고요. 아이들이 남한 사회에 더 빨리 적응하기 때문에 그 속도를 어머니들이 따라잡지 못해서 생기는 괴리감이나 차이점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아이들에게 학원 선택과 같은 학습의 문제에서도 남한 어머니들보다 정보력도 떨어지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어리둥절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북한에서 널리 사용하지 않았던 MP3나 컴퓨터 등을 사주는 것도 이게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예진: 특히 연고가 없는 남한에 와서 어머니, 아버지들이 가정을 꾸리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아이들 정서까지 신경 쓰지 못 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잖아요.

전진용: 탈북 어머니들이 남한 적응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생계문제죠. 그런 게 우선순위이다 보니 아이들을 걱정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아이와 시간을 많이 못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 죄책감을 갖거나 고민도 많이 하시는데요. 우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같이 있는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가 더 중요하거든요. 아이와 있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고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가 힘든 부분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 어머니들은 감정 표현이 서툰 경우가 있어서 아이의 감정표현에 대해 이해를 더 잘 해주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북한 출신 어머니들을 제가 봐도 너무 엄한 게 아닌가, 좀 막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때가 간혹 있는데요. 마음과 다르게 말을 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문제가 생기죠.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무뚝뚝한 탈북자 가정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어떤 부분에서 노력 하면 좋을까요?

전진용: 적응하면서 사실 어색한 경우가 있는데요. 점차 적응하면서 감정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있는 동안에 어떤 것들이 힘들고, 또 어떤 것들을 공감 받고 싶어 하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고요. 어머니가 일을 하게 되면 아이가 혼자 있게 되는데요.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 계획을 세워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도 남한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이가 학습을 못 따라가거나 적응을 못 할 때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고 도움을 줄 필요도 있습니다.

이예진: 네. 다음 이 시간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탈북 어머니들이 아이들과 어떤 대화, 어떤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은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