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착의 시작, 주택공급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서 내 집을 가진 사람들은 가구 수의 절반 정도. 나머지 절반은 빌려서 삽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서울 집값은 특히 만만치가 않은데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저축을 하죠. 그래도 연고도 없이 한국에 온 탈북자들은 일단 집 걱정은 덜 한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한국정착을 시작하게 되는 집, 임대주택 받기부터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내 집 마련, 큰 숙제죠. 한국에선 지역마다 다르지만 서울에서 59제곱미터의 아파트를 사려면 적어도 30만 달러 이상은 들잖아요. 그래서 집주인에게 다달이 돈을 내고 사는 월세, 2년에 한 번씩 내는 전세 이런 형태로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살면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곤 하는데요. 그렇다면 탈북자 분들은 어떨까요, 탈북자 분들은 그나마 한국에 올 때 임대주택을 받고 있어서 그런 고민은 덜 하는 편일까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우리 탈북자들은 한국에 오면 교육이나 취업지원제도 같은 여러 지원제도들과 함께 기본적으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정착지원금도 주고 아파트도 주니까 사실 그런 걱정은 크게 안하고 살고 있습니다. 물론 임대주택이긴 하지만 불편도 없고 관리비도 저렴해서 빈손으로 한국에 온 우리 탈북자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혜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 와서 살면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좁고 불편한 집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 집이기는 하지만 북한에서도 집이 없어서 고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거든요. 그런 저희들이였기에 한국에서도 당연히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집을 제공받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살면서 그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를 실감하게 되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임대주택이 무엇인지, 전세가 뭐고 월세가 무언지, 분양주택, 전원주택 등 이름도 가지가지여서 너무 복잡해서 알 수가 없었어요. 부끄러운 이야기긴 하지만 제가 탈북자상담만 거의 10여 년 종사해 왔지만 제일 어려운 것이 주택 상담이었습니다. 더욱이 남북하나재단에 근무하면서는 주택상담이 많아서 열심히 배운다고는 해도 역시 모르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임대주택이라는 것이 공공의 재정이나 국민주택기금의 자원을 지원받아서 30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건설 또는 매입되는 주택을 말하는 거잖아요. 쉽게 말하면 국가의 재정으로 아파트를 지어서 일정한 소득수준, 즉 자기 집을 장만할 여력이 안 되는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빌려준다는 말입니다. 임대 아파트도 영구임대 아파트가 있고 공공임대 아파트가 있습니다.

공공임대아파트는 10년 이상 살면서 분양받을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과 임대만 가능한 장기임대주택, 그리고 시중가의 30%정도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영구임대아파트가 있었습니다. 이 모든 임대아파트 입주 기준은 국민평균소득의 50%이하로, 수준별로 무주택자에게 공급이 되고 있는 거죠. 한국에 오면서 받게 되는 주택은 주거지원금의 한도 내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따로 담보로 내는 보증금 같은 걱정은 하지 않는 거죠. 저의 집 같은 경우에는 저와 세 딸이 모두 한 가구로 되었기에 4인 가구라서 임대주택 중에서는 큰 평수에 속하는 아파트를 받았습니다. 방 2개, 화장실, 거실과 베란다가 달린 아파트인데 옛날 북한에서 우리 시누이 네가 열사 가족이라고 제일 좋은 집이라고 받았던 그 아파트보다 훨씬 더 넓고 편리한 주택이랍니다. 보증금 1600만원, 만 4천여 달러에 임대료가 매월 23만 원, 203달러 정도고 전기나 가스를 마음대로 써도 관리비가 14만원, 124달러 정도여서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동안 살면서 모은 돈으로 전세로 전환하다보니 매월 내는 월세는 없고 관리비만 내고 있습니다.

이예진: 절약이 되는 거네요.

마순희: 네. 보증금을 더 넣으면 월세가 전세로 전환이 되는 거죠.

이예진: 네. 그냥 다 보장해주는 건 아니고 벌면서 낼 수 있을 정도의 기본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는 거죠. 선생님처럼 돈을 좀 모아서 다달이 월세를 내지 않고 목돈을 담보로 연 단위로 살 수 있는 전세로 사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탈북자 분들이 임대주택을 받을 때 처음에 잘 몰라서 생기는 문제들도 가끔 있는 것 같아요.

마순희: 처음부터 가족 수에 따라서 주택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면 입국할 때 방법이 서로 다를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희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자녀를 데리고 동반 입국하는 경우에는 30세 미만이라도 한 가족으로 되어 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험한 길을 자녀를 데리고 떠날 수는 없어서 함께 오지 못하다보니 중국에서 아무리 세대가 따로 살았다 하더라도 별도의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답니다. 그러다 보니 세 딸과 제가 주택을 하나만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면서 딸이 국제결혼해서 중국의 남편과 자녀를 입국시켜도 주택을 다시 공급받지는 못하다 보니 조금은 불편했죠.

주택공급은 하나원 나올 때 공급받는 것으로, 더 이상 추가 공급은 없습니다. 다만 보호결정이 된 가족이 추가돼서 5인 이상이 된다면 주택을 하나 더 받을 수 있거나 큰 평수의 주택으로 바꾸어 주기는 합니다. 그런데 보호결정이 난 가족이라는 말은 북한에서 데려온 가족인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지 우리 집처럼 중국에서 사위랑 손주랑 데려오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거든요. 중국에서 당장 잡힐 것 같아서 공안의 단속을 피해서 한국에 올 때에는 언제 그런 생각을 할 새가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상황이 괜찮고 또 한국에 먼저 온 식구가 있거나 해서 주택배정이나 정착금 정보 같은 것들을 미리 알고서 오는 경우에는 아마도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해서 입국할 수도 있겠지요.

제가 아는 분들도 우리와 거의 비슷한 가정 형편이었는데 따로 따로 오면서 주택을 거의 다 받아가지고 나오더라고요. 그런 분들은 시작이 저희들보다 열악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비단 주택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택에 따라 세대에 따른 정착금도 함께 나오는 거라 몇 천 만원, 수만 달러의 정착금을 더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몇 년 지나고 보니 형편은 거의 비슷해지더라고요. 여유가 없다보니 하나원 나오자마자 우리 식구들은 일자리부터 찾아서 돈을 벌어야 했고 그러다보니 오히려 정착은 더 빨리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예진: 시작은 같아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삶이 바뀌니까요. 탈북자들이 한국에 정착하면 제공받게 되는 임대주택, 살면서 불편함은 없는지,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다음 시간에 알아보죠.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