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자신의 마음을 다 알아주기란 쉽지 않죠?
가족 간에도 그렇습니다.
특히 탈북 부모와 자녀 사이에 한 번 골이 생기면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갈등, 그 해결방법을 찾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이어서 탈북 엄마들의 고민,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 나눠볼 텐데요. 남한에 적응하랴, 엄마들보다 적응력이 빠른 자녀들을 양육하랴 고민이 많습니다. 또 아이들과의 관계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학습 능력 향상이잖아요. 북한에서 제대로 학습을 받지 못한 아이들도 많은 편이고요. 남한의 교육은 아무래도 북한에서의 교육과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습관이 잘 들지 않으면 뒤처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진용: 네. 북한에서 남한에 오는 과정 중에는 공부를 할 수가 없죠. 당연히 학습의 공백이 생기게 되고 그래서 아이에게 적응을 할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한데요. 방학보다 긴 시간동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부가 지루하거나 어색할 수도 있고 남한과 북한의 학습방식이 달라서 혼란스러울 수 있거든요. 일단 아이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고 지루하지 않게 도와줄 필요가 있는데요. 한 과목을 계속 공부하기보다는 아이의 공부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나눠서 공부를 하면 좋은데요. 수학 1시간, 국어 2시간 보다는 수학 30분, 국어 30분, 다시 수학 30분 등으로 아이가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고요. 아이가 공부할 환경, 조건이 충분한데도 문제가 있다면 심리적인 우울이나 불안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예진: 네. 요즘에는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면 심리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해서 부모님이 살피기도 하니까요. 우리 탈북 청소년들의 심리적인 면도 부모님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전진용: 네. 아까 말씀드린 우울이나 불안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고요. 너무 산만하다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공부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성이 나타나는 질환인데요.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면 혼내거나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정말 아이가 공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심리적인 면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거기에 대해 도움을 줄 필요도 있습니다.
이예진: 그런데 탈북 어머니들 중에서 특히 아이들이 잘못해도 크게 나무라거나 주의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전진용: 탈북 어머니들은 극과 극으로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아이가 잘못했을 때 과도하게 혼내거나 잘못에 대해 주의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요. 아마도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요. 아이들의 태도에 대해 방임하는 경우는 아이에게 오히려 좋지 않고요. 아이가 한 잘못에 대해 혼내거나 지적하지 않는 것을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너무 방임하는 것도 너무 혼내는 것도 좋지 않은데요. 아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해야 하지만 감정이 실려서는 안 되거든요. 아이가 왜 혼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을 하고 규칙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예진: 사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을 대하면 좋을까요?
전진용: 아이들이 절제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컴퓨터나 놀이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땐 규칙을 먼저 정하고 규칙에 어긋날 때 혼내야지, 무조건 혼내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개선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이에게 감정을 실어 혼내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의 잘못만을 지적하기보다는 어머니와의 공감을 통해 어머니가 섭섭한 부분을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단호하면서 부드럽게 대하는 거죠. ‘너 왜 거짓말을 하니?’라고 말하는 것보다 ‘네가 거짓말을 하니까 엄마가 속상하구나’라고 아이가 어떤 거짓말, 어떤 잘못을 했는지 지적하면서 어머니의 감정을 함께 표현해서 아이와 어머니가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지난번에 탈북 대학생들과도 이야기했지만 서로 윽박지르거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닌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단 얘기네요.
전진용: 네. 사실 남한에서도 가족 구성원이 다 바쁘다 보니까 대화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데요. 특히 탈북 어머니는 생계유지, 정착 등의 스트레스, 아이는 남한 생활 적응과 학업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와 어머니가 이야기를 못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힘든 얘기를 서로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서 공감대를 형성하다보면 가정도 화목할 수 있고 적응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는 것, 행복한 가정의 시작입니다.
사례/실패도 해봐야 한다, 했으니까 이제 학원 다니고 공부하면서 그러면서도 행복하구나 싶어요. 할 수 있다는 게 즐겁고 늘 감사한 거죠.
이예진: 네. 사례에서 들으신 것처럼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어려웠던 탈북 어머니도 함께 해서 행복하고,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노력해서 지금은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족 간에도 서로 감사하는 마음이나 서운한 마음, 다 표현하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진용: 네. 사실 가정의 문제, 부모와 자녀의 문제는 탈북자뿐 아니라 모든 가정의 문제이기도 한데요.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결국 감정의 소통, 대화의 부재,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서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작은 것부터 신경을 쓰고 감정적으로 표현한다면, 결국 마음에 있는 것들을 말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차례에 걸쳐 자녀의 문제, 엄마의 문제 모두 들어봤는데요. 결국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기본적이지만 이 마음을 실천하는 게 참 어려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가족과 얼마나 대화를 하고 있고, 얼마나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지 한 번 되돌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