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와 형사, 돈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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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신변보호부터 사회정착까지 다방면에서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한국의 형사들, 북한에서 보안원에 해당하는 형사들은 드러내지 않고 탈북자들에게 오랜 시간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와 형사들이 돈독한 이유는 뭘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탈북자들과 형사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 얘기 나눠봤는데요. 형사와 탈북자와의 훈훈한 사례가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마순희: 그런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실 저는 남북하나재단의 착한사례 발굴 사업으로 한국사회에 잘 정착하고 있는 많은 탈북자분들을 만나고 있는데 우리가 인터뷰하는 내용 중에는 이런 항목도 있습니다.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기관이나 개인, 단체가 있는지 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담당형사님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대답하고 있어서 저도 역시 많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지역도 그러하지만 지방에 내려갈수록 그런 대답을 더 많이 듣게 되는데요. 심지어 형사님들이 취업도 알선해 주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상적으로 만나면서 일하는 이야기도 듣고 어려움이 있으면 회사를 찾아가서까지 도움을 주는 등 감동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하더라고요.

저 사실 제가 그 전에 일하던 단체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는 담당형사님의 동생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국립의료원 상담실에서 근무할 때 60대 초반의 한 여성이 함께 살고 있는 남성분과 늘 동행해서 진료 받으러 오군 했었습니다. 멋지고 자상스러운 분이셨는데 알고 보니 그 남성은 몇 년 전 그 여성의 담당형사였다가 지금은 정년퇴직한 분으로서 그 때의 그 인연으로 지금 함께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참, 대한민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교를 졸업할 때 학부모들이 모두 학교에 가서 축하해주잖아요? 그런데 혼자 탈북해서 대학생활을 마치는 탈북청년들 같은 경우에는 마땅히 함께 축하해줄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담당형사님들이 늘 대학에 가서 학사모를 쓴 졸업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디 그 뿐인가요? 결혼식을 할 때에는 부모대신 형사님들이 부모 역할을 하고 심지어 자녀의 첫돌 생일에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경우들도 다반사여서 누구누구라고 꼽을 수도 없을 정도랍니다.

이예진: 그런데 사실 형사들이 탈북자들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는 걸 남한 사람들은 거의 모르잖아요.

마순희: 그럼요. 제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여성단체의 직원들도 그런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일반적으로 형사들이라고 하면 탈북자들의 일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탈북자들과 자주 접촉하여 지내다보면 그게 아니더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저의 사무국장님이 제가 담당형사와 긴 시간 전화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하더군요. 형사님들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하고요. 그렇게 반갑게 전화를 받는 걸 보니까 그 전에 한 탈북여성의 행동을 보고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겁니다.

이야기인즉 한 젊은 탈북여성이 처음 차를 사 가지고 초보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를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 같으면 제일 먼저 보험회사부터 찾을 텐데 그 여성은 제일먼저 형사님을 찾더래요. ‘형사님, 저 어떡해요? 지금 사고를 냈는데요’ 하니까 물론 전화를 받은 담당형사님은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와 주었고 보험회사와 잘 상의해서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는 겁니다. 자신의 일처럼 끝까지 책임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 분은 저애가 형사님과 많이 친한가 하고 속으로 약간의 오해까지 할 뻔 했다고 해요. 담당형사님과 탈북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저의 긴 설명을 듣고서야 그 때 그 상황이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나타나서 해결해 준다는 그 동화 속 ‘키다리 아저씨’같은 존재가 담당형사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예진: 선생님도 오랜 시간 담당형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잖아요?

마순희: 네. 담당형사님들이 탈북자들을 몇 년간 보호하다보니까 탈북자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탈북자들을 위한 사업이나 회의가 있으면 형사님들을 초대해 의견을 듣기도 하거든요. 저도 여성단체에서 탈북여성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하는데 담당형사님이 볼 때 탈북자들의 정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강의해줄 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제가 잘 아는 담당형사님께 전화를 했더니 지방에 가 계시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경찰학교에서 교수로 강의를 하시더라고요. 지방에 계신 분을 서울로 오라고 하기 미안해서 머뭇거렸더니 개의치 말고 말하라고 그래서 말씀드렸더니 아무리 멀어도 탈북자 정착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가겠다고 하시면서 2시간 이상 차를 몰고 오셨어요. 탈북자들에 대해 잘 모르는 남한사람들에게 탈북자의 특성이나 주의할 점 등에 대해 사례 중심의 강의를 해주셨어요.

이렇게 형사님들이 현직에 계실 때 저희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들이 퇴직한 뒤에도 봉사를 하면서 탈북자들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정착도우미라고 한국에 탈북자들이 나왔을 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분들 중에 형사 출신이 엄청 많아요. 탈북자들에 대해 잘 알고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뭘 어려워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이 일하면 탈북자들이 큰 도움을 받게 되는 거죠.

이예진: 뭐가 필요한지 잘 알고 계시니까 무료로 도와주시는 거잖아요. 사실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는 남한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 형사들과 유독 친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마순희: 일반적으로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할 정도로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 모든 사회관계와 단절되어 새로운 환경에서 모든 관계를 새롭게 해나가야 하는 쉽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거든요. 대한민국에서 국가나 많은 민간단체의 지원이나 관심 속에서 정착하고 있지만 담당형사들처럼 1대1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거기에 국가공무원이라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감과 그분들의 인간성, 그리고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나 상식은 우리 탈북자들이 언제든지 기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엄청난 자원인거죠. 사실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말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는 쉽지 않지만 담당형사님은 나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계시는 분이니까 내가 모른다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거든요. 그런 점들이 형사님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예진: 탈북자와 형사와의 관계, 한국에서 왜 돈독한지 잘 알겠네요. 그런데 통일 이후라면 이들의 관계, 또 어떻게 달라질까요? 다음 이 시간에 얘기 나눠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