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의 취업을 돕는 단체들은 직장을 쉽게 그만두는 탈북자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5, 60대 탈북여성들 중에는 쉽게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취업을 주저하는 탈북여성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한국 정부의 지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가족과 함께 온 경우 집에서 자녀들을 돌보던 5, 60대 탈북여성들이 이제는 사회활동을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요?
마순희: 네. 제가 하나센터에서 알게 된 분이 전화가 왔었는데 부업을 할 수 있는 여성을 찾더라고요. 보험 영업을 하시는 분인데 일이 너무 많아서 도와주는 사람을 쓰고 싶답니다. 시간당 7000원을 주고 하루 교통비 5000원까지 주는데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일당 4만원이랍니다.
이예진: 40달러 정도 되겠네요.
마순희: 위임장을 가지고 병원에 가서 진료내역서를 발급받아 오는 일이었습니다. 나이가 너무 많으면 일을 시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좀 보기 안쓰러우니까 될수록 50대까지 소개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본인이 하고 싶다는 분과 서로 통화하게 해주고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하도록 전화로 약속하더군요. 그런데 후에 알아보니 일하러 가지 않았더라고요.
이예진: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이것, 저것 걸리는 일들이 많아서 그랬을까요?
마순희: 그런 셈이죠. 그 여성분도 한국에 온지 7-8년 되는데 어린 아들이 있었어요. 저녁 6시까지 일하고 집에 오면 7시가 넘을 생각을 하니 마음에 걸린 거죠. 처음에는 초등학교 2학년이라 문제없다고 하더니 정작 출근을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제가 소개한 일자리라 일은 할 수 있었는지 전화를 해보았더니 출근하지 못했다면서 그런 사정을 이야기하더군요.
그 통화내용을 옆에서 듣고 있던 60대 초반의 제 친구가 자기를 소개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60대는 안 된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나이 들어보이지도 않으니 50대 후반이라고 속이고라도 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도 초등학교 3학년 손녀를 키우고 있었는데 아침에는 안 되지만 저녁시간은 괜찮다고 해서 그 쪽에 연결해 주기로 했습니다. 전화했더니 지금은 약속했던 분이 안 나와서 임시로 다른 분을 고용하고 있는데 9월부터 일할 사람을 찾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50대 후반의 여성이 있는데 한 번 통화해 보시겠는가 하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다음 달부터 일하겠다던 그 분이 약속은 잡아놓았는데 일할 것 같지 못하다고 또 전화가 온 겁니다.
이예진: 또요?
마순희: 네. 소개해준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손녀가 할머니 일 나가신다고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나가지 말라고 애원하더라네요. 결국 그 일자리는 두 번 다 무산된 거죠.
이예진: 그렇군요. 집에만 계시던 분들이면 사회생활을 막상 시작하려니 걸리는 일들도 많고, 집에 그냥 있겠다 싶으셨을 수도 있는데요. 사실 남한의 여성이라도 두려움은 있었을 것 같아요. 사회생활이라는 게 만만치는 않죠.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도 많고요. 탈북여성들에게는 의욕은 앞서지만 그런 것들이 반대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네요.
마순희: 정말 공감합니다. 말로서는 일자리구한다면서 정작 일자리가 나지면 망설이고 포기하는 경우들도 많거든요. 돈을 번다는 것은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안정된 생활이 변화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쉽게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 시작이 어렵지 정작 부딪치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저도 처음 일하러 나갈 때에는 밤잠도 설칠 정도로 근심하고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나서기 시작하면 집에 있는 것이 오히려 바늘방석처럼 느껴지거든요.
이예진: 일하시던 분들은 집에 있는 게 더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순희: 그럼요. 그리고 처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출근을 시작하면 매일 매일 급여가 쌓이는 그 느낌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요.
이예진: 그런 두려움으로는 앞으로도 계속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마순희: 그렇기는 합니다. 얼마 전에도 저희가 살고 있는 양천구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가 있어서 연락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 정작 연락했을 때 20여 명 가까운 분들 중에서 실제로 일하겠다고 하는 분은 한 두 명 정도 뿐이었고 그 분들 역시 실제로 일하려 가지는 않았거든요. 말로만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 거고 정작 이것, 저것 가리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가 쉽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항상 그러하지는 않습니다. 절박하면 반드시 행동하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이 처음에 생계비가 나올 때 거기에만 안주하다가 생계비가 안 나오게 되면 당연히 그 다음날부터 일자리 찾아 나서거든요. 불안감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딪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으로 온갖 닥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해가면서 걱정을 하다보면 근심걱정이 꼬리를 문답니다. 그냥 대담하게 시작하면 그것이 거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봅니다. 처음부터 너무 좋은 일자리나 거창한 것을 바라지 말고 부업 정도의 일터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시간도 늘리고 정규적인 일자리로 옮기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이것도 걸리고, 저것도 걸리고 그러다가 이거 말고 다른 걸 찾아보자, 그래서 약속을 어기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은데요. 이럴 땐 좀 무모하더라도 자신감이 있으신 분들이 사회생활을 더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마순희: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일자리도 그렇고, 창업도, 귀농도 그렇다는 것을 저는 지금 매일 느끼고 있답니다. 무언가 신중하고 이것, 저것 따지는 사람보다 대담하게 시작하는 사람이 더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착한 사례 발굴로 충주에 갔을 때 유명한 평양손칼국수로 소문난 김향숙 사장님이 한 이야기가 잊히지 않습니다. 처음에 많은 분들이 어떻게 그렇게 대담하게 시작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하지 않고 망설이다가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어차피 망해봐야 빈손으로 왔는데 다시 시작하면 될 것 아니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나이 들어서도 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6, 70살이 되어도 현직 작가로 기자로 일하시는 분들도 있고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요양시설들과 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에 새로 나오는 북한이탈주민 후배들을 위해 정착도우미로 열심히 활동하시는 70세의 수원에 계시는 어르신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끼리 예술단을 무어 봉사도 하고 여가활동도 즐겁게 하면서 노년을 보람 있게 보내시는 분들도 지역마다 다 있었습니다.
이예진: 건강하시기만 하면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그게 더 건강해지는 비결이라는 말들을 하는데, 돈을 버는 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봉사활동이나 단체 참여 등 뭔가 해보고 싶지만 주저하시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건 뭘까요?
마순희: 물론 시작이 절반이라고 하지만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준비는 해야 할 것입니다. 요양보호사가 되려고 해도 무료로 교육을 주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자격증을 취득하고 시작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서비스를 받는 상대방에게도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봉사활동 같은 것들도 많이 참가하면서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다보면 내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된다는 것을 실제로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 욕심도, 노여움도, 고집도 많아진다고들 하잖아요?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말처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다보면 적당한 수준의 일자리도 찾을 수 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할 수도 있는 여유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 어르신들도 요즘 대한민국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유행하는 노래 가사처럼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인생후반기를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100세 시대를 내다보고 있는 지금 우리가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 결코 짧지 않습니다. 일하고 싶으시거나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도전하시기 바라고 또 항상 응원합니다.
이예진: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 한국에서 유행한 이유가 있는 거겠죠. 건강한 노후를 살고 계신 많은 분들이 기억해야할 말인 것 같은데요. 특히 우리 탈북 어르신들께는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