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지금 영국에서는 제 14회 장애인올림픽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북한에서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선수가 있어 화제가 됐는데요.
북한의 유일한 선수인 17살 림주성 선수는 수영 남자 50m 자유형 예선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출전 선수 중 꼴찌였지만 관중의 많은 박수를 받았는데요.
자신의 최고 개인기록을 세운 림주성 선수 역시 크게 기뻐하면서 4년 뒤 브라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어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을 말하는 장애인.
북한에서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 걸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정신과 상담을 꺼려하는 이유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정신과 병원, 정신 상담 이런 단어들을 여전히 금기시하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선생님, 탈북자들이 실제로 병원에 오기를 많이 꺼려하나요?
전진용: 탈북자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심리적 문제들이 있어도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별로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예진: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전진용: 우선 탈북자들은 정신과 치료나 상담에 대한 편견이 심한 편인데요. 북한에서 정신건강의학과는 49호 병원으로 불리며 남한처럼 상담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수용 중심이었던 것을 기억하는 거죠. 북한에서 가벼운 불면증이나 불안은 스스로 장마당에서 약을 먹거나 했던 경험밖에 없습니다. 병원에 가도 정신과적인 치료가 아닌 내과적인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 탈북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심한 정신장애나 치매와 같은 심한 질환이 있어야 간다고 생각합니다. 명칭도 치매를 머저리병이라고 하는 등 더 원색적인 표현이 많고요. 따라서 정신과는 정신적으로 심각한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예진: 실제로 탈북자들이 정신과 상담과 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보시죠.
사례/한국에는 전문상담가가 있습니다.
탈북자가 증세를 호소하면 적절한 대처나 필요한 병원까지 안내해주거든요.
개별적인 병원을 찾아간다고 해도 돈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은 오히려 돈이 많이 들어도 탈북자들에 대한 혜택이나 무료 진료 등이 있어서 돈은 많이 들지 않아요.
문제는 북한에서 정신과 치료라고 하면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북한에선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 상담은 거의 없습니다.
이예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경우에 북한에서 너무 큰 차별을 받았기 때문에 여전히 정신 치료나 상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요. 사실 남한 사람들도 정신의학과를 찾는 걸 썩 좋아하진 않잖아요?
전진용: 최근 들어 달라졌지만 남한사람들도 정신과하면 자신의 힘든 일을 이야기하거나 털어놓는다는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으면 간다고 인식하는 것이 경우가 많고요. 젊은 사람들은 좀 달라졌지만 어르신들만 해도 ‘자신의 문제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렇게 생각해서 병원에 가서 도움을 받기보다 혼자 해결하고 이러다 보니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명칭을 정신건강의학과로 변경하기도 하였지만 아직까지 편견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예진: 그런데 정신 상담이나 치료를 받았다는 게 취업 등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하는 대학생들도 있습니다. 사례를 먼저 들어보시죠.
사례/예전에 우울증이 있었거든요. 어디 가서 말할 수도 없고 나중에 우울증이 다시 올까봐 걱정인데요. 요즘 정신 상담을 병원에서 받으면 기록에 남나요?
이예진: 최근 들어 정신 상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긴 한데요. 탈북 청년들 중에서도 정신 상담을 받았다는 기록 때문에 취업할 때 걱정하는 젊은이들도 꽤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전진용: 개인의 기록을 회사에서 다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경우가 많고요. 이런 걸 두려워하다 치료를 안 받는다면 그 시기를 놓쳐서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감기도 제 때 치료를 안 하면 폐렴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걸 두려워해서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그래서 더 심각해질 것이고 또 그래서 취업이나 일하는 데 장애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이예진: 이런 저런 걱정으로 병원을 찾지 않다가는 사실 심리적 증세가 더 심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진용: 탈북자들은 마음 터놓고 얘기할 데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남한에 와서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어서 악화되는 경우가 있고요. 상담이라는 것은 익숙하지 않아 상담을 하는데도 어렵고,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정신병이 심한 사람만 간다고 생각해서 가지 않고, 이런 것들이 심화되면서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이 필요한데 오지 않아서 우울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요. 정신과 치료나 상담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기회를 놓쳐서 안타까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예진: 심리적인 치료가 늦어지다 보면 신체적으로도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종종 말씀하시잖아요. 어떤 증세들이 있죠?
전진용: 잠을 못 자거나 가슴이 두근거려 몸이 안 좋다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어떤 이상이 없는데도 여러 가지 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고요. 실제로 우울증인데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예진: 그냥 마음 편하게 마음 속 얘기를 털어놓는다 생각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특히 탈북자라서 더 정신과 병원에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갈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을 포함해서 어떤 경우에 상담을 즉각 받아볼 필요가 있을까요?
전진용: 자신이 조금이라도 안 좋다고 생각이 들거나 평소와 좀 자신의 상태가 다르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힘든 점을 편안히 얘기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려운 탈북자들이 아직 많습니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을 때 약국에서 쉽게 사먹는 약처럼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도 조기에 간단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 마음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 탈북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때입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