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여성들은 한국 남성들의 속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자신이 좋아서 신경써주고 잘해주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전혀 아니더라는 거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여성들이 하는 착각,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다소 재미있는 심리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탈북여성들이 쉽게 하는 착각 가운데 하나, 한국 남성들의 단순한 호의나 친절을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마순희 상담사에게 들어봤습니다.
마순희: 한국에 와서 살다보면 교양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북한 남성들과 차이가 많아요. 한국에서는 립서비스라고 하는데 북한말로는 말로 친절을 베푸는 한국 남성들이 많은데 탈북여성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죠.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예쁘다고 하면 내가 정말 예쁜가 착각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얼마 전 한 토론회에 갔는데 한국에 와서 언제 가장 행복했느냐는 질문에 한 여성분이 여성으로서 공주 대접을 받았을 때 가장 기뻤고 인상 깊었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에서는 여성이라고 특별히 대우받는 게 없었는데 한국에 오니까 모든 면에서 여성들을 위해주고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만 만나잖아요. 가방도 들어주고 신발도 챙겨주고 공주 같은 대접을 받았다고 그 때가 행복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한국 남성들의 호의를 호감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선생님도 이런 얘기는 종종 들으시죠?
전진용: 네. 그렇습니다. 북한 남성들은 남한 남성들에 비해 훨씬 가부장적이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머리 모양이 달라졌다면 남한 사람들은 이런 것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평범한 것인데, 북한이탈주민은 특별하게 느낄 수 있거든요. 자신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렇구나 받아들일 수 있고요. 그런 것들로 인해서 착각을 하면서 혼란스러울 수 있고요.
또 북한 사회는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회이고 남한 사회는 그렇지 않은 편인데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면접시험을 봤는데 면접관이 ‘당신은 다 좋은데 우리 회사와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기다려달라’ 이렇게 완곡하게 거절을 하는데, 북한에서는 직설적으로 말하고 아니면 아니다, 맞으면 맞는다고 얘기하니까 몇 달 기다리면 되겠구나 생각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남한식으로 완곡하게 말하는 표현을 착각해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마순희 선생은 탈북여성들의 그런 착각이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요.
마순희: 사실 요즘 대한민국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탈북 아가씨들이 예쁘게 나오잖아요. 그걸 보면서 많은 대한민국 남성들이 북한 여성들이 그렇게 아름답고 순진하고 그렇게 보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착각 속에 빠져 사는 탈북 여성들이 많더라고요.
이예진: 미모와 끼를 자랑하는 탈북여성들이 나와서 장기자랑도 하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도 하는 교양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그런 대접을 받는 탈북여성들 중에 남성과의 첫 만남에서 돈을 얼마 주면 살아주겠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하네요.
전진용: 글쎄요.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 여성들 자체가 남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대하는 것도 자신들을 특별하게 대한다고 착각을 하다 보니 저 사람이 나를 많이 좋아하고, 나에게 과도하게 관심이 많으니까 내가 강하게 표현하고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서 이런 사례까지 발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탈북여성들이 이런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 한국여성들 중에서는 사람들에게, 특히 남성들에게 공주대접을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이 있죠. 소위 ‘공주병’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분들의 심리도 좀 짚어주세요.
전진용: 그동안 특별한 대접을 못 받았고 열등감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보상받고 싶은 심리로 이렇게 표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겉으로 나타난 행동들 중에는 내면에 있는 어떤 원인으로 인해서 발현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마순희 선생 말씀으로는 탈북여성들 중에도 외모나 나이와 상관없이 이런 ‘공주병’ 현상이 종종 있다고 하는데, 이건 과도한 자신감일까요, 상황에서 오는 단순한 착각일까요?
전진용: 어떻게 보면 자신의 약점이나 단점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자꾸 감추려다보니 자신의 장점만 많이 나타내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일종의 애정 결핍인데 그동안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일종의 공주병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북한 이탈주민 같은 경우는 북한에서 왔다는 자격지심이나 남한 문화를 잘 모른다는 소외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기에 단점은 덮고 자신 있는 부분만 나타내려는 심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자존심이 때로 ‘공주병’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면 반대로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좀 부족한 탈북여성들은 어떤 성향이 있기도 한가요?
전진용: ‘공주병’ 나타나는 여성이 있는 반면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너무 부족해서 잘 표현 못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제가 만난 어떤 여성분은 외모도 예쁘시고 학력도 좋으신데 본인은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남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런 분들은 굉장히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타인을 대할 때 불안해해서 자꾸 실수를 하게 되고, 심하면 대인기피 현상도 나타날 수도 있거든요.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해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해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분들도 있어서 좀 안타깝습니다.
이예진: 결국은 내면의 문제가 가져온 행동양식이라는 이야긴데요. 자신감과 자존심, 어떻게 좀 조율하면 좋을까요?
전진용: 결국은 내 진실된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주변 사람들도 만족하기 마련이거든요. 과장되게 보인다고 해도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다 알게 됩니다. 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게 쌓여서 대인 기피나 대인공포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게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여러 번 만나다보면 나의 참 모습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겉으로 드러난 나의 모습 중에는 내 마음의 정 반대의 모습이 있기도 합니다. 우선 내 마음부터 찬찬히 살펴보다보면 저절로 예쁜 ‘참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