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감기에 걸려도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고 그냥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병은 조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심리 상담이 왜 필요한지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가을이 되면 왠지 마음이 더 심란하다, 쓸쓸하다, 슬프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찬바람이 불면 심리적으로 조금 더 불안정해지는 게 아닌가 싶은데 어떤가요?
전진용: 사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면 그런 경우가 있는데요. 환절기에 몸이 적응하기 힘들다보니까 마음도 함께 힘들어지기도 하고요. 햇빛이 우울증과 관련된 물질을 만드는 걸 도와주는데 가을에는 햇빛이 줄어들면서 우울증과 관련된 물질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요.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라 주변의 환경이 풍성해지는데 자신이 그렇지 않으면 비교하면서 더 우울해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예진: 계절 때문에 오는 가벼운 우울함 정도면 괜찮을 텐데, 추석을 앞두고 탈북자들은 더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잖아요.
전진용: 네. 아무래도 추석 명절이 되면 가족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언론에서도 가족에 대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추석이나 추수하는 풍성한 들판처럼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것들이 늘면서 더 서글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 상담을 통해서도 느낀 건데, 우리 탈북자에게는 친구와 차 한 잔 마시는 것처럼 심리상담도 좀 편하게 자주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거든요. 한국에서는 이제 지역별로 정신건강센터가 있어서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요. 한국에 정착한지 오래된 탈북자들도 병원에 가는 발걸음이 많이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사례/대신 남한에 오니까 하나원에서부터 꾸준히 듣는데 어떤 증세가 있으면 꼭 정신과 상담을 받으라고 말이죠.
탈북자들은 정신과 상담 받기를 꺼려하거든요.
저도 어려움을 참으면서 정신과 상담을 받지 않아서 오히려 병을 키운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매우 편안하게 정신과에 가요.
주변의 탈북자들이 저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면 저는 제 때 정신과에 가봐라, 상담만 받으면 되지 않느냐, 어렵지 않다고 말하죠.
이제 탈북한 지 오래된 사람들은 정신과에 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예진: 사례에서 들으신 것처럼 상담을 받지 않아서 병을 키웠다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상담하시면서도 이런 분들이 많이 있나요?
전진용: 오랫동안 고민하다 찾아왔는데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도 좋아지고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이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하고 치료를 한다는 걸 전혀 몰랐다는 분도 계셨고, 알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거나 바쁜 여건상 엄두가 나지 않아서 찾아오지 못했다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모두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는 분들이 많이 있고요. 특히 탈북자들은 심리적인 문제와 신체적인 문제가 같이 나타나는데, 내과를 먼저 찾아가서 심리적인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예진: 병을 키우기 전에 병원에 갔다면 몸과 마음 편했을 텐데 말이죠. 우선 병원을 방문한다면 어떤 치료들을 하게 되나요?
전진용: 기본적으로 설문지를 통해 정신건강을 검사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도구를 이용해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고요. 집단 상담과 인지행동 치료를 통해 자신의 잘못된 인지를 교정하는 치료도 있고요. 어린이들은 놀이를 통한 치료, 음악, 미술을 이용한 치료도 있습니다. 또 심리극이라고 하는 연극을 통해 자신의 힘든 점을 표출하는 치료도 합니다. 명상 원리를 통해 기계로 자신이 얼마나 이완됐는지 이완훈련을 하는 등 비 약물 치료도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예진: 치료 기간은 찾아오는 분들마다 다 다르겠지만 탈북자들 가운데 짧은 기간에도 치료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경우가 있나요?
전진용: 아주 초기거나 가벼운 경우에는 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탈북자들의 경우, 오랜 기간 심리적 어려움이 누적된 경우가 많아서 치료도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심리적 어려움이 누적된 경우에도 초기에 오면 그나마 치료기간이 짧아지는데 병원 방문을 늦게 하면 치료도 오래 걸리게 됩니다.
이예진: 얼마나 오래 걸리게 되나요?
전진용: 우울증 치료는 보통 6개월 정도 걸리는데요. 그런데 방문이 늦어지면 1년 정도까지 가고요. 가벼운 경우에는 몇 개월 만에 좋아지기도 하지만 1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이예진: 심리적인 문제라 명확하게 병이 나았다라고 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치료가 끝난 뒤에도 본인이 집에서 해야 하는 일이나 마음가짐 같은 게 있을까요?
전진용: 신체적인 질병도 자신의 잘못된 습관이 병을 다시 부르는 경우가 있거든요. 짜게 먹어 위가 안 좋아졌는데 퇴원해서 다시 맵고 짜게 먹는다면 다시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되잖아요. 마찬가지로 우울증이나 불안증도 부정적인 시각이나 습관을 계속 반복한다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과도한 걱정 등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면 심리적인 문제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한국에선 정신과적인 치료를 좀 더 마음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도 늘려가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전진용: 시민들과 함께 하는 정신건강 관련 행사를 하고 있는데요. 시민들에게 정신건강의 중요성, 필요성을 인식시켜주기 위해 각 지역에서 우울증이나 불안 등의 선별검사, 다양한 강좌도 있고요. 학교를 통해서도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신체와 정신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가벼운 몸살일 때는 민간요법을 쓰지만 폐렴일 때는 병원에 가잖아요. 마찬가지로 가벼운 우울이나 불안은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증상이 심할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고요. 탈북상황이나 남한 정착을 경험한 동료 탈북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마음을 바로잡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