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사정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살아온 과거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게 그렇게 아쉽고 한스럽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행복한 기록, 결혼식.
곁에 가족이 없는 탈북자들에겐 남한에서의 결혼식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특별한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가고 이제 좀 선선해졌는데요. 이 가을을 기다리신 분들이 또 계시더라고요. 예비 신랑 신부들인데요. 봄, 가을에 결혼식을 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탈북자들 가운데에도 올 가을 좋은 소식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서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물론 다 아시겠지만 꽃피는 희망의 계절인 봄철에 못지않게 풍요의 계절인 이 가을에도 결혼식을 올리는 분들이 많아서 예식장마다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죠. 우리 북한이탈주민들도 이 땅에 정착하면서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면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식이지만 결혼식비용도 만만치 않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 하고 사는 부부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KBS에서 다섯 번째로 사회공헌사업으로 마련한 ‘행복한 결혼식’ 사업에 대한 공지가 났었고 지금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합동결혼과 관련해서 문의전화가 좀 있었나요?
마순희: 예. 제가 몇 개월 전에 받은 전화 상담을 이번 주에 해결했는데요. 4월에 대전에 살고 있는 한 북한이탈주민 여성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국에 온지 5년이 되었고 탈북과정에서 알게 된 북한이탈주민남성과 결혼하여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동포사랑을 보고 결혼식 축의금을 준다고 했는데 몇 년 전에 결혼한 사람도 해당이 되는지 자기들은 혼인신고도 했고 세 살짜리 아기도 있다면서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축의금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결혼식 청첩장이 있어야 되고 또 그 해에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는 소리가 자기들은 혼인신고만 했고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다고 하면서 지금 애가 세 살이지만 결혼식 사진 한 장 없는 것이 섭섭하다고 했습니다. 작년에도 KBS에서 합동결혼식을 했었고 교회나 여러 단체들에서도 합동결혼식을 마련해 주었다는데 회사만 다니다나니 몰랐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축의금은 신청할 수 없지만 금년에 또 하게 된다면 꼭 알려드리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얼마 전에 KBS에서 합동결혼식 ‘행복한 결혼’을 한다는 공지가 나와서 그 내담자에게 알려 드리고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이나 다문화가정 부부들을 위한 합동결혼식은 해마다 열리고 있죠?
마순희: 결혼식에 드는 비용을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후원해주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그 전에도 우양재단이나 SH공사를 비롯해서 많은 기업이나 종교단체들, 그리고 민간단체들과 지방자치단체들에서도 합동결혼식을 지원하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각각 신청하는 자격이 다르거든요. 우양재단에서는 35세 미만의 청년들의 결혼식을 지원하였고 SH공사는 서울시에 거주하여야 하는 조건이 있는 등 그러다 나니 대전에서 신청한 40대 가정은 이번에 KBS의 ‘행복한 결혼식’을 안내해 드렸던 것입니다.
이예진: 올해 10월에 열리는 합동결혼식에는 몇 쌍의 부부가 참여하나요?
마순희: 공지에 따르면 다문화가족과 북한이탈주민 가정 동거부부 50쌍의 합동결혼식을 한다고 합니다.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데 21일 오후에 예식과 피로연이 끝나고 나면 강원도 홍천으로 출발하여 행복한 가족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노정입니다.
보통 결혼식을 하면 하객들이 많지만 다문화가정이나 북한이탈주민 가정인 경우에는 하객이 많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간혹 단독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분들의 결혼식에 초청받아서 가보면 하객도 적고 부모가 함께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서 본인들도 서운함이 더 큰 것 같았습니다. 축하해주러 간 하객들의 마음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런데 합동결혼식을 하면 하객은 한 가정 당 20명 정도씩으로 제한한다고 해도 50쌍이면 얼마나 북적이겠습니까, 그러니 허전한 풍경은 볼 수가 없었고 또 흔히 결혼식을 하고는 신혼여행을 가잖아요?
합동결혼식인 경우에는 가족여행을 하기 때문에 자녀들도 동반가족여행을 하도록 배려해 주어서 그것 또한 너무 좋아들 하시더라고요.
이예진: 이번에 열리는 ‘행복한 결혼식’에는 어떤 분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전화를 하셨던가요?
마순희: 우리 종합상담센터에 들어 온 신청 사연들도 보면 여러 가지 사연들을 안고 있었습니다. 인천에 살고 있는 한 부부는 북한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다가 함께 탈북해 왔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아기가 태어나고 결혼식을 올릴 생각도 못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이번에 지역에 있는 전문상담사의 추천으로 합동결혼식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기뻐하였습니다.
또 한 사례로는 40대의 남성이었는데 한국에 와서 재혼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로 생각을 많이 했는데 늦게라도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서 신청한다고 했습니다. 제 힘으로 결혼식을 올릴 형편이 안 되니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다가 이번에 합동결혼식을 한다고 하니 쑥스럽기는 하지만 이렇게 신청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예진: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합동결혼식을 올리겠다는 탈북자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요. 중국에서 조선족과 살던 탈북 여성들도 있었다고요?
마순희: 예. 탈북여성들이 대부분 중국을 거쳐서 한국으로 오게 되다보니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중국인들과 부부로 살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경제적 여력이 여의치 않아서 혹은 불법체류자의 신세라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고 한국에 와서도 결혼식을 올릴 정도로 사정이 넉넉한 편은 못 되는지라 결혼식은 생각도 못 하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동결혼식을 하면 그런 분들에게도 일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기회가 되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저희가 종종 이야기하지만 특히 결혼식을 올려도 고향의 가족들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마순희: 누구나 결혼식은 인륜지대사라고 하여 가족과 친지들 그리고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으면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다 같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 경우에는 대부분 온가족이 다 함께 탈북하여 살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아야죠. 그렇게 바라던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면서도 그 자리에 함께 참석해서 축하해 주어야 할 식구들의 빈자리는 그들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겠습니까?
그러다보니 합동결혼식을 올리면서 서로가 비슷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위로와 축하해주러 온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소속감이나 일체감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은 웬만하면 동료나 지인이 결혼식을 한다고 하면 다른 일을 젖혀놓고라도 찾아가서 서로 축하해 주어서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예진: 남편과 아내로 한 가정을 이루겠다고 지인들에게 알리고 잔치를 여는 결혼식,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은데요. 특히 탈북자들에게 결혼식의 의미는 남다를 것 같습니다.
마순희: 사람이란 누구나 다 그러하듯이 우리 탈북자들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많은 탈북자들이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간직한 신 이산가족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어려움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면 더 잘 이겨나갈 수 있고 사랑의 힘으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고 기쁨은 나누면 배로 커진다는 말이 있듯이 둘이 함께라면 낯선 대한민국에서의 정착도 더 안정적이고 더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상담하다 보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는 분들이 정착도 더 빨리 더 잘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10월에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북한이탈주민 가정마다 서로 이해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어 나가면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예진: 네. 그리고 앞으로는 남한에서 치르는 탈북자들의 결혼식에도 북한의 고향 친지들이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