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저소득층과 무주택 가정에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조건으로 제공되는 임대아파트, 많은 탈북민들이 살고 있는 곳인데요.
저렴한 가격으로 30년 이상 살 수 있어 한 곳에서 오래 사는 탈북민들이 많지만, 임대주택을 옮기고 싶어 하는 탈북민들이 있는가 하면, 임대주택을 반납해야 하는데 반납하지 않는 탈북민들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임대주택 반납에 대한 탈북민들의 고민을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민들 중에는 한국 정부가 지원해준 임대아파트 보증금을 빼서 브로커 비용이라든지 다른 용도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2년 안에는 해지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지난 시간에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래도 예외는 있다면서요?
마순희: 네. 그 사유에 대해서 살펴본다면 임대공급기관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에 입주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러니까 먼저 살던 주택에서 다른 임대주택, 큰 임대주택으로 옮길 때와 또 임대주택명의자의 혼인 혹은 명의자가 다른 세대와 합가하려고 할 때, 그리고 보호대상자가 주거가 확보된 남한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에 해지 가능합니다. 그 외에 임대주택 소재지와 다른 곳에서 4대보험이 가입된 직장에서 3개월~6개월 근무하거나, 질병으로 입원이나 요양기관에 6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였을 때에도 주택 해지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본인이나 배우자가 주택을 사서 등기이전을 마친 경우, 3개월 이상 영농에 종사하는 등 통일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해지할 수 있습니다.
법이 아무리 잘 되어 있다 해도 그것을 지키는 사람이 잘 지켜야 하는 거고 또 모르면 아무 소용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지금도 물론 하고 있지만 하나원이나 혹은 하나센터에서 주택지원 제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단순히 전문가들이 이론적으로 교육시키는 것은 지루하고 머리에 잘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탈북 선배들이 직접 피해사례 같은 것들을 예를 들어 가면서 설명해준다면 더 와 닿는 좋은 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예진: 그렇죠. 겪어보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긴 하네요. 내 집에 대한 건데, 누가 다 해주기를 바랄 수만은 없으니까 공부를 하고 많이 알아두는 게 좋겠네요. 그런데 탈북자 분들 중에 또 한참 해외로 나가서 살고 싶어서 임대주택을 반납하고 나갔다가 외국생활이 생각과 달라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서 집이 없어서 곤란한 경우가 많았잖아요. 요즘은 어떤가요?
마순희: 한참 바람이 불 때에는 여기저기서 해외로 갔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그런 소문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많이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작년에도 제가 아는 남성분이 알고 지내던 여성이 자신의 돈까지 다 가지고 해외에 나갔다고 화가 나서 전화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겠지요. 주택을 반납하고 해외에 나갔다가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 온 사례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주택문제더라고요. 몇 년 전에 밤중에 캐나다에서 온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하시는 이야기가 바로 주택 문제였어요.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은데 당장 가서 거처할 곳이 없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서 걱정하다가 지인을 통해서 연락처를 알아가지고 전화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그렇게 어려우시면 돌아오시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주택을 마련해놓고 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작 돌아오면 남북하나재단이나 종교단체들에서 운영하는 쉼터도 있고 임시거처를 마련해주기도 한다고 하니까 돌아오시면 전화를 다시 하라고 남북하나재단의 콜 센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간혹 해외에 나가면서도 만일을 생각해서 주택은 그냥 해지하지 않고 지인들에게 맡기던가, 그냥 비워놓고 가기도 하더군요. 재계약 날짜가 되면 한국에 와서 재계약을 다시 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예진: 그건 편법인 거죠?
마순희: 그렇죠. 임대주택이 없어서 신청자들은 들어가지 못 하는데 집은 비워놓는다는 것은 사실 너무 안 되기도 하고 편법이지요. 하지만 지금 임대주택 실입주자 조사도 하고 엄격하게 통제하니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편함에 우편물이 가득히 쌓여 있는 것만 보아도 집이 비었구나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거의 보기 드물답니다.
이예진: 이젠 좀 달라졌군요. 그리고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아 그런지 집을 반납해야 할까봐 혼인신고도 안 하고 사는 탈북자 분들도 계시잖아요.
마순희: 그건 그렇지요. 결혼을 했다고 해도 상대가 자기 집을 갖고 있지 못한 경우든가, 아니면 값싼 임대주택에 살면서 좀 더 돈을 벌어 가지고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아도 요즘 한국 사람들도 혼인등기를 안 하고 함께 동거하는 경우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장단점은 있는 것 같더라고요. 혼인 등기부터 했다가 정작 살아가면서 너무 서로가 안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혼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잖아요? 그런데 기간은 얼마가 되었던지 서로 함께 살아보면서 정말 이 사람이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지내보고 결정하는 것도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 탈북자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을 텐데 요즘은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했다고 선뜻 주택을 해지하고 남편을 따라 내려갔다가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기는 하겠지만 다시 돌아오게라도 된다면 집도 없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예진: 아직도 주택 관련해서 탈북자 분들의 고민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선생님은 주택 관련 상담해오면서 이런 건 좀 개선됐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었나요?
마순희: 주택 관련해서는 저는 너무 감사해요. 다만 아쉬운 것이 하나 있는데요. 저희가 하나원에서 나오던 때가 2003년이었는데 그 때에는 주택교환제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원에서 주택을 신청할 때에는 한국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이 책 한 권을 보면서 즉흥적으로 거주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실제로 나와서 살다보면 자신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서울에 거주지를 받은 사람이 지방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지방에 집을 받았는데 일자리는 대도시에 잡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살아보니 대도시보다 중소도시를 더 선호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 때에는 몇 년 살아 보다가 한 번은 주택을 교환해주었습니다. 신청해서 그 지역에 임대주택이 공가가 있으면 즉시에 자신이 살던 집을 해지하고 가고 싶은 곳에서 다시 집을 받고 살기도 했거든요. 제가 아는 사람들도 부산에서 살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주택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제도가 입국하는 탈북자들이 수가 많아서인지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없어졌습니다. 한동안은 그전에는 거주지를 한 번은 변경해서 살 수 있게 했다는데 지금은 안 되느냐는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실무적으로 많이 번거롭고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받은 주택은 비워놓고 직장이 있는 지역에서 월세로 살면서 일하는 사람들은 없지 않을까, 그리고 공가가 있으면서도 실제로 살아야 할 수요자들은 주택이 없어서 받지 못하는 일은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예진: 거주지와 직업, 탈북민들이 정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문제지만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기도 하죠. 해마다 탈북민들을 위한 생활 전반의 정책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으니까 이런 부분도 반영되면 좋겠네요.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