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탈북자들의 명절증후군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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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이번 추석에 조상의 묘를 찾아 차례지낼 계획을 잘 세우셨나요?

북한에 있는 부모나 조상의 묘를 찾을 수 없는 탈북자들은 명절만 되면 눈물이 납니다.

특히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엔 더한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명절만 되면 우울해지는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행복한 명절을 보내는 방법, 전진용 선생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지난 시간에 명절만 되면 더 우울해지고, 불안해지고, 심한 슬픔에 빠지는 탈북자들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멀지 않은 거리에 있지만 볼 수 없는 가족들이 그리운 건 당연한 일인데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에서 새로운 가족도 형성하고, 안정을 찾으면서 그리움도 조금씩은 옅어지나 봅니다. 하지만 그리움 대신 마음에 자리하는 건 걱정이라고 하는데요. 사례를 들어보시죠.

사례/서울에서 추석을 보내시는 분들이 지방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도 가슴이 아련할 텐데 저희는 가볼 수 없는 고향이잖아요. 그래서 더 애틋하고요. 명절 때 함께 했던 가족 생각에 혼자 온 분들은 더 외로울 거예요. 저도 2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엄마도 보고 싶고요. 그래도 시간이 멀어져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좀 줄어들어요. 다만 걱정이 되죠.

이예진: 사례를 들어보니까 평생 가족 생각에 편안할 날이 없네요. 이런 걱정이나 불안한 심리를 좀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게 뭐가 있을까요?

전진용: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한 것이고요.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고민을 계속 꺼내는 것보다는 좀 깊숙이 넣어두는 일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고민을 하다보면 더 고민을 부를 수 있거든요. 다른 일에 몰두하거나 마음을 내려놓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또 명절이 되면 지역이나 민간단체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위로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또 탈북자들 단체를 중심으로 공동 차례도 지내고 동향 사람들이 모여 고향 얘기도 나누면서 나름대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심리적인 안정을 얻는데 도움이 될까요?

전진용: 네. 나와 비슷한 고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보다 마음을 터놓거나 공감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여러 단체를 중심으로 열리는 공동차례나 동향 사람들이 모여서 고향 얘기를 하는 것으로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고요. 북한에서 추석에서 어떤 것들을 했다는 걸 남한사람들은 모를 수 있잖아요. 탈북자들이 모여서 과거 얘기도 하고 서로 위안을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 같이 고민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추석이 지나고 나도 한 번 가라앉은 마음이 쉽게 안정되긴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명절이 지난 뒤 탈북자들의 심리 상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전진용: 아무래도 명절에 외로움을 겪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바로 해소되진 않을 것 같고요. 상처나 외로움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런 명절 때는 미리 상처받지 않도록 아까 말씀드린 활동이나 교류 등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사실 명절이 되면 저희가 탈북자들의 마음 상태를 많이 걱정하고 있지만, 북한에 계신 분들 중에도 가족과 헤어져 그리움에 눈물 흘리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탈북자들과 같은 마음일 것 같은데 전문가의 도움은 받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북한에 계신 분들이 명절에 느끼는 우울이나 불안 증세를 좀 가라앉히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면 좋을까요?

전진용: 이분들 역시 활동을 많이 하고 과거보다 미래에 눈을 두고 지금 걱정을 해봐야 달라질 일들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탈북하신 분이나 탈북한 가족과 떨어져 북한에 계시는 분이나 명절이 되면 마음 아픈 건 비슷하겠죠. 우선은 언젠가 만나리라는 희망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시간이 약이 되나봅니다. 탈북한지도 좀 되고, 남한에서 직장이나 가정이 일단 안정되면 명절이 와도 탈북자들의 걱정은 크게 줄어든다고 하는데요. 오히려 올 추석이 기대되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사례/지금은 연휴에 애들도 있고 친구들도 만나고 회사에서도 명절 때 선물을 주잖아요. 비싸진 않아도, 그래서 더 친근감이 가고요. 또 주변의 단체나 경찰서에서도 모여서 식사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외로움은 덜해요. 점점 적응해간다는 느낌? 이번 추석은 기대돼요.

우리 형제들 다 만나서 제가 차를 몰아서 부모님 산소에 간다는 생각만 해도 벅찬데 그저 생각만 한 번 해봤습니다.

이예진: 남과 북에 흩어져 있는 형제자매가 다 같이 차를 타고 부모님 산소에 가는 날이 저도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명절엔 이런 긍정적인 마음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전진용: 명절 자체가 긍정적이고, 가족이 모이고, 풍성해지는 걸 의미하잖아요. 탈북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상처 때문에 이런 의미가 퇴색되어 안타까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 동안에 안 좋은 면보다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고, 어느 정도 그 분위기에 자신을 휩쓸리게 하는 태도를 갖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긍정적이 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례처럼 설레는 마음, 적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좀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북한에서나 남한에서 모두 풍성한 추석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