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성공담이 되느냐, 실패담이 되느냐는 결국 결과의 차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여곡절이 따르는 과정은 비슷하다는 거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실패담이 될 뻔한 탈북자들의 성공담을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어렵게 탈북해서도 낯선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부딪치고 넘어지느라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주변의 응원과 위로, 도움이 절실한 때가 많지만 반대로 과한 관심과 지원이 탈북자 스스로 자립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면서요?
마순희: 저도 지금까지 많은 상담 전화도 받고 또 실제 현장에 내려가서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매번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주변 분들의 도움과 관심이 정착에 도움이 되는 사례들이 많기는 하지만 무작정 도와주겠다는 마음만 앞서다보면 본의 아니게 탈북자 분들의 남한 정착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지장을 가져올 수 있는 사례들을 상담한 경우도 있었거든요. 제가 남북하나재단 종합상담센터에서 전화 받은 상담사례입니다. 강원도에 살고 계신다는 한 수녀님의 전화였는데요. 탈북자들의 정착에 도움을 주려고 하는데 무슨 제약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승용차 구입 문제로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인즉 한 탈북남성이 있는데 참 똑똑하고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도 강하고 또 실제로 일을 하려고 하는데 승용차가 필요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승용차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금방 나온 사람이라 신용등급이 안되니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쉽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그 수녀님이 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돈을 빌려주기로 약속을 했답니다. 그런데 그쪽의 전문상담사가 하는 말이 북한이탈주민들이 거주지 보호기간 중에는 의료급여 1종 혜택, 그러니까 의료혜택을 거의 무료로 받고 있는데 그 차를 구입하면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는 겁니다. 그 남성분이 건강이 별로 안 좋아서 의료급여 1종이 필요한데 그것을 못 받게 한다는 게 사실인지를 물어오는 전화였습니다. 그래서 그분에게 자세히 설명해드렸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은 거주지 보호기간인 5년간 무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급여1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3000만원, 3만 달러나 되는 차를 사면 그만한 차를 살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자립이 된 것으로 파악돼 그런 혜택의 제한을 받는다는 것을 알려드렸죠.
이예진: 그렇죠. 한국에서는 스스로 자립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무상지원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비싼 차는 남한 사람들도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바로 사지 않는 편이잖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영업용으로 차가 필요하다면 의료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중고차를 사도록 설명해드릴 수도 있잖아요. 더구나 운전면허증을 아무리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하나원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도로사정과 교통법규들에 대한 파악이 얼마나 되고, 항상 무사고 운행만 하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설사 아무 사고도 없이 다닌다 해도 그 남성에게는 대한민국이 내가 바라기만 하면 어떤 일도 노력도 없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심어주지는 않을지, 또 만일 지인의 돈을 빌린다고 했는데 그것을 제때에 갚지 못하거나 하면 서로에게 얼마나 민폐일지를 생각해보시라고 했습니다. 그 분은 듣고 보니 자신이 큰 실수를 할 뻔했다고 하시면서 그 이후에도 자주 상담전화를 걸어 오군 했습니다. 좋은 뜻으로 도와주려고 하는 일이 본의 아니게 안 좋은 일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예진: 과한 친절과 지원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거군요. 하지만 한국 정부나 민간단체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남들이 보기에 성공했다고 할 정도로 잘 살고 계신 탈북자 분들도 많은데요. 얼마 전에는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일을 하다가 양봉사업을 크게 하고 계신 분을 만나셨다면서요?
마순희: 아 네, 그 분은 경상남도 마산에 사시는 40대의 여성인데요. 원래 그 여성은 함경도가 고향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세 딸이 어렵게 살았답니다. 그러다가 맏딸인 자기가 중국에 가서 돈을 벌어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중국으로 간 거죠. 몇 년을 중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도 보내주고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답니다. 그러다가 대한민국으로 오게 되었는데 거주지를 마산으로 받았답니다. 마산의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가장 힘든 것이 외로움이었다고 합니다. 쉬는 날에는 특별히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다보니 사유가 있는 다른 친구들의 근무까지 도맡아 하면서 일만 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는 친구들의 결혼소식도 들려오고 하니까 자신도 가족이 생기면 외로움을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정보회사를 찾았다네요. 그 때 남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은 그곳 밖에 없었고, 그래서 거기에서 몇 번 선을 보다가 감 농사를 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났답니다. 마음 좋은 남편도 좋았지만 북한에서 얼마나 고생했느냐면서 친딸처럼 손목을 부여잡고 반가워하시는 시어머님을 보면서 친정어머니를 만난 것 같이 기뻤다고 합니다.
이예진: 열심히 일만 하시더니 결국 좋은 사람을 만나셨군요.
마순희: 네. 그러다 몇 년 전 남편이 양봉을 하는 시댁 친척 집에서 꿀 따는 일을 도와주었답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친척집이라도 일을 도와주면 반드시 품삯을 준다네요. 남편이 품삯으로 돈을 받겠는지 아니면 꿀을 받겠는지 물어보더라고 하기에 그 여성은 벌통을 달라고 했대요. 한국에는 진짜 토종꿀이 별로 없다고 하는데 제 집에서 벌을 키우면 진짜 꿀을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답니다. 품삯으로 받아온 벌통 10개를 감 밭에 놓고 키웠는데 처음에는 무섭기만 하던 벌들이 점차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더래요. 계약기간이 끝나면 요금소에서 나와야 하니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 중이었던 그 여성은 벌을 키워보기로 결심했답니다.
마침 20여년을 양봉을 해온 시댁의 친척이 매일이다시피 찾아와서 기술을 전수해주었고 그 여성분도 양봉에 관한 서적도 구입하고 인터넷도 참고하면서 열심히 기술을 익혀 나갔답니다. 품삯으로 받은 열통에 다섯 통을 더해서 첫 해에는 열다섯 통을 키웠는데 그것이 다음해에는 분봉을 하여 30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100통이 되었고 금년에는 200통으로 늘어났습니다. 제가 마산에 간 날 그 여성분은 벌들에게 영양식을 준다면서 능숙한 솜씨로 방독면처럼 생긴 그물 옷을 입고 벌통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해에 1억, 10만 달러 매출을 목표로 열심히 살고 있는 그 여성분의 모습을 보면서 당찬 탈북여성들의 발전이 어디까지일까 참으로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예진: 임금을 받던 근로자가 자기 사업을 하기까지는 사실 많은 준비와 정보 등 노력과 함께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특히나 어찌 보면 남한 물정에 어두울 수 있는 탈북여성이 어떻게 그런 큰 용기를 내셨을지 궁금하네요.
마순희: 처음 결혼했을 때 남편은 요금소에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집에서 쉬면서 함께 감 농사나 하자고 했답니다. 감나무가 있는 과수원은 마산시내 집에서 차로 거의 한 시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높은 산마루에 있었습니다. 큰 길은 괜찮았는데 산마루로 올라가는 길은 구비 구비 에돌고 또 경사도 급해서 운전을 하기가 무척 위험한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저녁에 퇴근하면 산 밑에까지 운전하고 남편이 기다리다가 산마루로 운전해서 가군 했다네요.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남편이 어느 날 전화를 했답니다. 오늘은 데리러 내려 갈 수 없으니 몰고 집으로 오던 아니면 차를 세워놓고 걸어오던 마음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산 밑에까지 와서 생각하니 기가 막히더랍니다. 그러다가 마음 먹었다네요. 내가 목숨 걸고 두만강도 건넜는데 이까짓 산길이 다 뭐겠는가, 남편도 매일 차를 몰고 가는데 나도 한 번 해본다고 그냥 차를 몰고 산꼭대기 자기 집으로 올라 간 거죠. 물론 긴장해서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지만 그 날부터 남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출퇴근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에게는 그 때부터 자신감이 생기고 무엇이든지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벌통을 보았을 때에도 남편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양봉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취재를 갔을 때에도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왔는데 갈 때에는 남편분이 차를 몰았고 내려 올 때에는 그 여성분이 몰고 왔는데 얼마나 운전을 잘 하는지 절로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봤을 때도 워낙 길이 좁고 경사가 급해서 웬만하면 운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함경도 아가씨가 대한민국 마산에서 자기 이름을 딴 국화 양봉원의 대표가 되어 독일의 비싼 명차 벤츠를 타고 어디든지 씽씽 달리고 10만 달러 매출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예진: 벌이 예뻐 보였다고 하니 정말 어떤 것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는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많은 역경을 딛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로 성공한 탈북자들의 얘기,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